[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박경리 문학소설의 영화화 퍼레이드 (37)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박경리 문학소설의 영화화 퍼레이드 (37)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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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영화 '표류도'
- 한국의 나폴리 통영서 올 로케한 호화 배역의 '김약국의 딸들'
- 기품있는 최은희의 순애와 결혼관의 이중주 '가을에 온 여인'
- 수난과 격동의 민족사를 스크린에 재현한 '토지'
 박경리 작가의 소설을 김수용 감독이 1974년 영화화한 '토지' 포스터 ⓒ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1960년 4·19 학생의거로 사회가 연일 데모로 뒤숭숭할 때 춘원 이광수의 '흙'을 영화화해 작품적으로나 흥행으로 성공한 여세를 몰아 권영순 감독이 박경리 작가의 소설 '표류도'를 스크린에 옮겼다.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 최금동의 각색으로 영화화한 '표류도'는 제목도 난해했던, 당시 생소한 박경리 소설을 처음으로 스크린화 작품이다. 

출연진도 올 스타 캐스트가 동원되었다. 당시 라이벌로 각축을 벌이고 있던 김진규와 최무룡을 위시해 문정숙·도금봉·엄앵란·황정순·이빈화와 박암·허장강·김동원이 출연했다.  

박경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한국 영화 '표류도' ⓒ정종화

워낙 '표류도'란 타이틀이 대중에게 공감하기 힘들다고 하여 '이 가슴 누구를 위해'로 개명했다가 다시 '표류도'로 환원해 상영했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바다 위에 떠있는 표류도와 같은 존재'임을 뜻한다. 그러나 살인사건에 따른 재판과 교도소 감방 씬이 많아 관객의 외면으로 끝나고 말았다.

두 번째 영화는 1963년 통영에서 올 로케한 유현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이다. 원작에는 딸이 다섯이지만 영화에선 '과부' 딸 역의 이민자, '서울에서 공부하고 온 이지적인' 엄앵란, '야성의 백치' 최지희, '토착미'의 강미애가 약방을 운영하는 김동원의 딸들로 나와 시대의 격랑에 휘말린 운명에 도전하는 가정의 비운을 그렸다. 신성일과 엄앵란은 물론 김석강과 심상우·유민이 나왔다.

1963년 통영서 올 로케한 유현목 감독의 '김약국의 딸들' ⓒ정종화

박경리의 소설보다 김동명 작사, 김동진 작곡의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의 가곡으로 불린 '내마음은 호수'는 1964년 박성복 감독이 신성일과 엄앵란, 문정숙을 출연시켜 소설가와 성악가의 순애를 그렸다.

1965년 김성화 감독은 경향신문에 연재한 신문소설을 신성일과 엄앵란 콤비에 강민호의 삼각관계를 파헤친 '노을진 들녘'으로 스크린화 했다. 청춘스타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젊은 지성 팬을 노렸으나 당시 금기시되었던 근친상간이 어필되지 않아 기획자 안종강의 오점을 남겼다.

박경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1965년 김성화 감독의 '노을진 들녘' ⓒ정종화 
1965년 정진우 감독, 최은희와 신성일 주연의 '가을에 온 여인' ⓒ정종화

신문 연재 시 정감있는 제목으로 조간신문의 독자를 매료시킨 '가을에 온 여인'은 1965년 정진우 감독이 영화화했다. '백사부인'과 '사랑의 역사'에서 호흡을 맞춘 최은희와 신성일이 공연한 세 번째 작품으로, 참사랑을 갈구하는 예술가 여인의 내면적인 심리를 파헤쳤다.

1969년 파격적인 테마로 소설의 재미를 불러일으킨 시나리오 작가 출신 나한봉이 연출한 '성녀와 마녀'는 마녀보다는 성녀에 가까운 여자와 결혼했으나 기대가 깨어지는 상흔을 고은아와 남정임을 통해 조명하였다.

박경리 원작 소설을 각색한 나한봉 감독의 '성녀와 마녀'(1969) ⓒ정종화

1969년 '현대문학'에 연재한 '토지'는 김수용 감독이 1974년 영화화했다. 1부 전 6권으로 1890년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안주인 윤 씨 부인 김지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13회 대종상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그리고 김지미의 여우주연상은 물론 13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1974년 겨울을 장식한 한국 영화 100주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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