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기쁨 연출의 '산책하는 침략자', 기발한 상상·매끄러운 연출·생기발랄 연기 앙상블
[리뷰] 이기쁨 연출의 '산책하는 침략자', 기발한 상상·매끄러운 연출·생기발랄 연기 앙상블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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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심리묘사 돋보여...연출의 힘 느껴진 '산책하는 침략자'
이기쁨 연출의 '산책하는 침략자'/사진=창작집단LAS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2019 ARKO(아르코) 파트너' 연극 3편 중 이기쁨 연출의 '산책하는 침략자'를 아르코소극장(~9월11일 까지)에서 관람했다.

공연시간 110분을 재미있게 끌어간 연출의 힘이 느껴졌고, 젊은 배우 10명의 기량이 고루 발휘되어 상큼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영화로도 국내 개봉되었고, 낭독공연도 했다는 이 희곡의 작가는 마에카와 토모히로다. 지구에 침입한 외계인이 인간의 '개념'을 수집한다는 발상이 기발하다.

연출은 공상과학 같은 이 연극에서 인간을 다시 보게 하고, 부부나 가족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아르코 파트너에 선정된 이기쁨 연출은 연극적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이 주목된다. 이 작품에서 10명의 배우를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스피드가 대단하다. 그럼에도 매끄러운 동선을 그리며 미장셴의 변화를 주는 솜씨가 녹녹치 않았다.

요즘 대학로 연극에 특징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데 웃기려 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관객들을 몰입케 하는 연출가가 이기쁨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소설로도 출간된 이 희곡은 시공을 넘나들며 메말라 가는 인간 감정을 파고드는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일본적 사고나 감각이 묻어나는 희곡을 이기쁨 연출은 우리 정서로 풀어내 보였다. 일부 관객은 일본색을 살렸으면 원작의 맛이 더 살지 않았겠느냐는 반응도 보였다. 그러나 필자는 겨자맛같은 칼칼함은 덜해도 가족이나 배우들의 캐릭터 설정이 우리 정서와 맞닿아 있고 흐름도 자연스러워 좋았다.

이기쁨 연출의 '산책하는 침략자' 커튼콜 장면/사진=정중헌

한국 사회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기이한 사건 사고들이 발생한다. 때로는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의문이 가기도 하고, 눈앞의 일들도 믿지 못할 때가 있다. 작가는 알 수없는 그 원인을 외계인 설정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기계가 말을 하고 일도 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성 상실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지구정복의 야심을 품은 외계인들은 인간 두뇌에 저장된 ‘개념’을 사냥하는데, 그 개념을 빼앗긴 인간들은 무기력해지고 병적이 된다. 이런 외계인 무리들의 침공을 기자와 경찰이 추격한다는 내용인데, 그 중심에 평범한 부부가 있다.

갑자기 실종된 남편이 이상한 행동을 하지만 아내는 여러 난관에서도 한결같이 남편을 돌본다. 이 부부는 개념을 빼앗기면 죽고 마는 상황까지 내몰린다.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서 사랑의 개념을 빼앗은 남편 외계인이 오열하는 라스트가 이 연극의 압권이다.

부부 역을 윤성원 한송희가 맡는 등 10명의 출연진은 2인 또는 3인의 조합을 이루며 연기를 속도감 있게 해낸다. 배우들의 기량이 고르고 대사가 물 흐르듯 유연해 연습량의 내공이 읽혔다.

경찰 출신 기자 역 권동호와 현직 경찰 역 김대웅, 실직 청년 역 고영민과 후배 역 임현규의 브로맨스도 거리였다. 외계인 남편 역 윤성원이 아내 역 한송희와 앙상블을 이뤄 연극의 중심을 잡으면서 복잡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학생 역 장세환,의사 역 김연우, 언니 역 김희연, 여자 외계인 역 한수림 등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극에 박진감을 불어넣었다.

서지영의.무대디자인이 특이했고, 장소를 자막으로 처리한 고동욱의 영상도 삼빡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연극 그룹 LAS의 펄펄 뛰는 맥박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역량있는 인재와 주목할만한 작품을 발굴해내는 기획이 필자에게는 괜찮게 생각되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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