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무술 영화의 기묘한 별칭 ‘으, 악, 새’
70년대 무술 영화의 기묘한 별칭 ‘으, 악, 새’
  • 김갑의
  • 승인 2008.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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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권격물에 맞서 이두용 감독 등 솜씨 발휘 /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한때 우리영화에 ‘으, 악, 새’라는 기묘한 별칭이 붙은 무술, 권격 등을 소재로 한 오락영화가 있었다. 지금은 마치 청소라도 당한 듯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60년대 말경부터 70년대에 걸쳐 상당기간 제작 붐을 일으켰던, 관객들의 호응도가 높았던 영화패턴이었다.


‘으, 악, 새’ 영화만을 감독하거나 출연하는 연기자들만도 3백여 명에 육박했었다. ‘으, 악, 새’라는 별칭은 ‘으’는 기합소리, ‘악’은 칼이나 권격에 맞아 지르는 비명소리, 또 뜀틀을 타고 마치 새처럼 하늘을 난다하여 ‘새’의 뜻을 함축성 있게 풍자적으로 줄인 일종의 비하성 줄임말이다.


이소룡(브루스 리)을 기점으로 하여 왕우, 성룡, 원표 등으로 이어진 홍콩 대만의 권격오락 영화들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을 석권하기 시작하자 우리에게도 그에 못지않은 무림호걸들이 있음을 착안, 태권도, 합기도, 18기, 쿵푸, 유도, 야와라 등 무림계의 유단자들을 영입(?)하게 되었고, 이들을 규합하여 만든 권격오락 영화를 빗대서 멜로드라마 패턴에 참여해 온 영화인들이 붙인 별명이 바로 ‘으, 악, 새’였다.


“어디가?”

“촬영!”

“뭔데?”

“으악새!”


그러면 알아들었다. ‘으, 악, 새’는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 지방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제법 지명도가 높은 배우, 그 나름의 스타덤도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두용 감독이 합동영화사 초기에 부지런히 ‘으, 악, 새’를 연출했었고, 남기남, 최영철, 김인수 등 타 장르 감독들도 가끔씩 ‘으, 악, 새’를 통해 돋보이는 솜씨를 보여주곤 했었다.



감독들 중에는 아예 ‘으, 악, 새’ 전문 감독을 목표로 한 야심에 찬 감독들도 있었다. 강범구, 김정용, 김시현, 박우상, 안길원, 왕호, 곽소동, 권일수, 남충일(무술감독) 등이 그들이었고, 멜로드라마 쪽에서 ‘으, 악, 새’라고 비아냥거리거나 말거나 이들은 한국영화가 부흥되려면 액션오락영화가 볼만한 게 나와야 한다는 소신으로 현장에서 열심히 ‘으, 악, 새’를 했다.


이들의 투혼으로 관객은 늘고 ‘으, 악, 새’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나 갑자기 대만 홍콩 등과 ‘으, 악, 새’ 합작 붐이 일면서 주연 몫이 홍콩과 대만 쪽으로 가게 됐고 수련생, 졸개들, 부하들 같은 조단역이 우리 몫이 되면서 ‘으, 악, 새’의 사기는 저하되기 시작했다. 또한 손님이 드는 패턴의 영화는 더욱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돈과 노력을 배가하여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싸게 더욱 빠르게 제작하기를 서두르다 보니 관객은 금방 식상해 버렸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폭력, 살상, 잔혹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하여 사정없는 가위질마저 가세, 치명타를 가했다. 오락액션영화의 볼거리는 ‘액션’부분인데 이 볼거리를 가위질해 버리면 보나마나한 것만 남았다. 보나마나한 영화들만 남으니 관객들은 보는 둥 마는 둥 하였고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관심 밖의 보나마나 거리가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볼만한 영화 ‘으, 악, 새’는 충무로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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