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F. 카프카의 '변신'...정재호 연출 "소외된 인간 모습 형상화“
대학로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F. 카프카의 '변신'...정재호 연출 "소외된 인간 모습 형상화“
  • 서영석
  • 승인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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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연출, ‘극단 이구아구’의 연극 '변신'...비사실적 언어의 외침을 통해 담아낸 일상의 비합리성
카프카의 '변신(變身)' 출연 배우 (왼쪽부터)이동건, 정다은, 손성호, 조지영, 원근희, 임은연, 이일섭/사진=극단 이구아구

[인터뷰365 서영석 칼럼니스트] 오랜만에 기가 막힌 명작이 대학로의 무대에, 그것도 소극장에 오른다.

‘극단 이구아구’의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작, 스티븐 버코프(Steven Berkaff) 각색, 김철리 번역의 ‘변신‘(연출 정재호)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공연 처럼 작품에서 원작의 위치와 그것이 갖는 의미는 공연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작품 ‘변신‘에 있어서는 원작과 거의 동일시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란츠 카프카(1893.7.3.~1924.6.3.)는 지금의 체코 프라하 게토에서 유대인 집안에서 출생했다. 상업을 하는 가부장적 아버지 밑에서 6세 때, 상류층이 다니는 독일계 학교를 다녔다.

오스트라아-헝가리 영역이었고, 독일어를 상류 언어로 사용하고 있을 때였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어 문화권에서 성장한 그는 독문학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부모의 요구로 법학을 전공, 23세 때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프라하 법원서 1년간 시보로 실습한다. 민간 보험회사를 거쳐 프라하의 ‘보헤미아왕국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서 14년간 근무한다.

하지만 그는 불안한 시기와 사회구조 속에서 사회구조의 불합리성, 자본주의 체계에서의 개인의 소외, 무기력 등을 느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사회주의 집회에 참석하고, 연극 등을 관람하며 정신, 종교, 문학세계, 카발라 등에 관심을 가졌다.

1911년 첫 장편소설인 ‘실종자(Der Verschollene, 후에 친구인 막스 브로트가 1927년 ‘Amerika’로 출간)‘를 집필, 1912년 ‘변신 (Die Verwandlung)‘을 집필한다.

‘변신‘은 1915년 10월~11월 잡지 ‘Die Weißen Blatter‘에 발표되고, 11월에 쿠르트 볼프 출판사의 ‘최후의 날(Derjungste Tag)‘ 시리즈 가운데 한 권으로 출간된다.

카프카는 1913년 발간된 ‘화부(Der Heizer)‘로 2015년 폰타네상(Fontane Prize)을 수상한다. 작품집 ‘시골의사‘, 빨간 피터 이야기 ‘학술원에 보내는 보고서(Ein Bericht für eine Akademie 1917)‘ 등을 남겼고, 40세의 나이에 사망한다.

그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해 현대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했다.

사르트르와 까뮈에 의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은 카프카 작품의 의의는 무엇보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 인간 존재의 불안과 무근저성을 표현한 점이다.

극단 이구아구의 연극 '변신'

이 작품 ‘변신‘을 설명하려면 야스퍼스의 ‘실존’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싶다. 

야스퍼스의 ‘실존’에 따르면 ‘내가 그것에 바탕을 두고 사유하고 행동하는 근원‘이며 ’자기 자신에 관계되면서 또한 그 가운데 초월자와 관계되는 것‘이지만, 한편 그러한 실존은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실존과의 관련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그레고오르는 실존을 벌레로 변한 자신에서 찾고 있다.

‘변신‘은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들의 이른 아침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또다시 출근을 해야 되는 삶. 하루쯤 늦잠도 자고 싶고, 어쩌면 오늘은 그냥 쉬고 싶을지도 모르는 아침. 그는 벌레가 되었다. 흉측한. 그레고오르에게 생계를 의존한 가족들, 사랑하는 가족들은 처음엔 그저 늦잠 정도로 생각하지만, 괴물로 변한 그의 모습에서 기대하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자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는다. 관심은 점점 멀어져간다. 어느 순간 가족의 생존을 책임지던 그레오고르는 불편하고 혐오스런 존재가 되어버리고, 그의 모습에 질린 그레타는 공포를 느끼며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지만, 그는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며칠이(몇 주) 지나 어머니와 그레타가 그의 방을 찾아왔을 때, 어머니는 벌레의 형상에 놀라 실신한다. 그레고오르가 방에서 나가자 분노한 아버지는 벌레에게 사과를 던져 심한 상처를 입힌다.

그레고오르가 더 이상 부양의 능력이 없자, 그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가족들은 스스로 생활대책을 강구한다. 아버지는 은행경비 일자리를 마련하고, 방을 하나 비워 하숙인들을 받아들인다. 어느 날 저녁 그레타는 저녁식사 때 하숙인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 때, 거실로 나타난 그레고오르. 하숙인들은 벌레의 출연에 깜짝 놀라며 하숙을 해약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레타는 벌레를 더 이상 오빠로 간주할 수 없다며 벌레를 없앨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며 부모를 설득한다. 시계소리가 들리며 그레고오르는 결국 자기 방으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가족들은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휴일에 야외로 나간다.

연극 '변신'의 정재호 연출가

얼마 전 삶의 목표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 가족, 편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자녀와 가족. 바로 사랑하는 존재. 거창하게 인류의 생존가치를 따지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희생하고 양보하는 것이 인간의 미덕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돈을 벌어오는 기계일 뿐이고, ‘나’는 화목한 놀이에 끼어들지도 못하는 존재가 되어있다.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어렵거나, 무언가 힘든 상황에 놓이면 어찌될까하는 두려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끔찍한 사건들이 흔하다. 무엇이 소중한 것이고, 무엇이 가치 있는지 모호해지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의 가치가 능력으로 판단되는 세상. 성적이 인생을 가르고, 배경이 삶의 품격이 되는 세상이다. 어쩌면 100년 전의 불안이 우리에게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정재호는 “원작의 알기 어려운 의미를 각색자(스티븐 버코프)가 워낙 명쾌하게 해석을 해 일반인에게 명확하게 의미 전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출 의도에 대해 “현대 문명 속에서 존재의 의의성을 잃고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 모습을 형상화 하고 싶다“며 “사실적 언어를 파괴한 비사실적 언어의 외침을 통해 카프카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몽상적안 현상들, 일상의 비합리성을 내적 독백형식을 활용, ‘보고‘조의 문체를 사용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다. 

◆ 손성호·임은연·이동건·조지영·정다은 출연...뜨거운 열기의 연습실 현장 

연극 '변신' 연습실 현장/사진=서영석

뜨거운 여름, 작렬하는 태양 아래 찾은 삼선동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사우나를 연상케 하는 뜨거운 열기가 확 뿜어 나왔다. 에어컨을 최대한으로 가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장의 열기는 흡사 운동 경기장을 연상시켰다.

대사와 움직임, 이해하지 어려운 마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습에 숙연함 마저 묻어나온다. 이 작품의 특징으로 물론 으뜸은 프란츠 카프카라는 독보적인 작가일 것이다.

거기에 더해 연출 정재호와 탄탄한 연기자들을 꼽을 수 있다.

장자씨 역을 맡은 손성호는 대학로의 이미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고, 장자 부인 역의 임은연은 50세가 넘은 나이에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연기술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4년 한국배우협회 연극 배우상, 2013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우수연기상, 2018년 춘천연극제 최우수연기상, 2019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우수연기상 등 무수한 수상경력이 그녀의 연기력을 대변한다.

연극 '변신' 연습실 현장/사진=서영석

이 공연에서 타이틀을 맡은 그레고오르 역의 이동건은 인터뷰에서 “소설과는 다른 지극히 현실적 작품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실험적 작품이다“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도덕적 인물의 연기, 혼자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은 역할이지만 제 자신의 경험을 대입시켜 벗어날 수 없다는 공연적 설정을 다른 느낌으로 표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초 꿈은 코미디언이었다는 이동건은 “코미디언을 하려면 기초 작업으로 연기가 필수라는 주위의 조언에 연극을 시작했는데 그게 직업이 됐다“며 “이 공연은 제게 너무도 소중한 공연이다. 물론 뛰고, 구르고 하는 엄청 힘든 연습이지만 제 자신을 올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무대에서 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연극 '변신' 연습실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그레고오르 역 이동건/사진=서영석

그레고오르의 여동생 그레타 역은 더블 캐스팅으로 조지영과 정다은이 맡았다.

정다은은 연출가 정재호의 친딸로 명문 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재원이기도 하다. 2017년 ‘연어는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는다‘로 연기 데뷔, 이번이 두 번째 작품이다.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학부와 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연기과 친구들을 부러워했다는 그녀는 이번 공연에 대해 “어렵지만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다은은 “어려운 작품이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사람들에게 밝은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이외에도 이일섭과 원근희라는 대학로의 걸출한 간판 배우들도 카메오로 출연한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소극장에선 보기 힘든 철골조 세트가 등장한다. 무대연출의 민병구가 직접 용접해 완성한 차별화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변신' 연습실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그레타 역의 정다은

카프카의 ‘변신‘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누구나 아는 작품인데, 아마도 조금 난해하기 때문아닐까. 유명하고도 어려운 작품을 무대에서 만난다는 것은 상당히 기대를 갖게 한다. 다행히 이번 작품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올바른 세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좋은 기회일 듯하다.

대학로에서는 이런 좋은 명작들의 제작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흥행에서의 참패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는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이자 연출인 정재호에게 후배지만 존경과 열렬한 찬사를 보내며 공연의 성공을 애타게 기대해 본다. 7월12일 부터 28일까지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국대에서 연극학 석사를, 중앙대에서 연극학 박사를 취득했다.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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