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홍타의 기행칼럼 쉬다, 걷다] 모든 여행은 시간여행이다.
[육홍타의 기행칼럼 쉬다, 걷다] 모든 여행은 시간여행이다.
  • 육홍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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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기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깨달음을 준 거리의 개들을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핀트 나간 사진에 어쩌다 끼어 있는 개들뿐. ⓒ육홍타

[인터뷰365 육홍타 칼럼니스트] 남미를 여행하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많은 개들을 만났다.

소형견은 드물고, 진돗개 정도 크기의 개들이 제일 흔했다. 주인이 없는 유기견인지 잠시 외출 나온 개인지 알 수 없는 그 개들을 보면서 낯선 느낌과 낯익은 느낌이 동시에 들어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뭐지, 이 느낌은?

낯선 느낌의 정체는 금세 파악이 되었다. 그 개들은 목줄을 하고 있지 않았다! 목줄로 이어진 누군가의 손에 끌려다니는 개들의 모습에 익숙해 있던 내 눈에 자유를 구가하는 그들의 유유자적함은 생경했다.

그러자 낯익은 느낌, 데자뷰 같은 느낌도 이해가 되었다. 그 개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던 것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이도 드물고, 그 개에게 목줄을 매어 끌고 다니는 사람도 드물던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가 전국을 석권하기 이전, 단독주택이 대중적인 주거수단이었던 시절엔 대부분 작으나마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고, 개는 마당에 풀어놓고 길렀다.

인간의 반려 노릇보다는 도둑을 막는 것이 개들의 주요한 임무였다. 도둑 잡는 것이 목적인데다 묶어기르면 사나워진다는 속설도 있어서, 개를 묶어두는 집은 흔치 않았다.

마당에서 뛰어놀며 지냈기에 산책을 시켜서 운동량을 채워줄 필요가 없었으므로, 개와 함께 산책하는 일도 드물었다.

시골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에서조차 대문을 잘 잠그지도 않아서 개들은 맘내키면 거리로 나와 돌아다닐 수 있었다. 문을 잠근다고 해도 개들을 위한 특별한 작은 문, 소위 ‘개구멍’이라는 것이 있어서 개들의 자유로움은 마찬가지였다.(삼복더위에 주인도 모르게 희생되는 개들이 많았던 것은 그 자유로움의 대가였으리라.)

길에서 선채로 새끼들을 먹이는 스리랑카의 어미개. 스리랑카 역시 자유로운 개들이 어슬렁거리는 나라였다. ⓒ육홍타

개를 통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남미로 공간여행을 와서 사실은 시간여행을 하고 있었다.

어찌 남미만이 그럴 것인가. 사실 모든 여행은 시간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나온 상황에 있는 곳에 가서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앞으로 나아갈 상황에 있는 곳에 가서는 미래로의 여행을 하는... 앞으로의 여행지에서 풍경 말고 무엇을 보게 될 것인지 새로운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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