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한국 예능 조연출로 활약 중인 중국인 여염정 씨 "'런닝맨'보면서 한국어 배웠죠"
[365인터뷰] 한국 예능 조연출로 활약 중인 중국인 여염정 씨 "'런닝맨'보면서 한국어 배웠죠"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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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우수상 중국인 여염정 씨

-인생을 바꾼 한국 예능 '런닝맨'...한국예능 PD가 꿈

-드라마보다 '리얼함' 살아있는 예능이 좋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예능...한국 근대사를 다룬 콘텐츠 만들고 싶다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우수상을 수상한 여염정 씨/사진=인터뷰365 DB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우수상을 수상한 여염정 씨/사진=인터뷰365 DB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한국 예능 '런닝맨'을 통해 한국어를 배웠고, '무한도전'을 통해 '예능 조연출'이라는 지금의 삶과 만나게 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 역사 소재로 한 예능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예능프로그램 제작사에 막내 조연출로 몸담고 있는 중국인 여염정(25) 씨가 능숙한 한국어로 당차게 자신의 포부를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열린 '제22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한국 예능 아주 칭찬해'라는 주제로 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을 차지했다.

여 씨가 한국어와 한국 예능에 푹 빠진 계기는 2012년 인터넷을 통해 '런닝맨'을 처음 접하면서다. 2014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본격적으로 한국과의 사랑에 빠졌다.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중국으로 돌아간 그는 주광저우 대한민국 영사관에서 1년간 근무, 2016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원에 다니며 '한국사'를 전공했다. 그리고 예능 피디를 인생 목표로 정했다.

그가 한국사를 전공한 이유도 남다르다.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렸던 MBC '무한도전'의 영향이 크다. 

'우토로 마을' 특집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는 여 씨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우토로 마을 주민의 이야기, 그리고 아픈 일제강점기의 역사들을 볼 수 있었다"며 "이 회차를 보고 저는 예능 이 사람에게 웃음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무언가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무겁고 아픈 한국 근대의 역사가 예능이라는 수단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그는 꿈에 그리던 예능 제작사에서 막내 조연출로 일하고 있다. '런닝맨' 부터 '무한도전'까지 오랜 팬이었던 한국의 '국민 MC' 유재석 씨와도 인사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벅찬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여 씨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주인공 앨리스가 된 것처럼 "한국이라는 낯설고 신비로운 나라에서 모험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여염정 씨는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365>와의 인터뷰에서 예능에서 탄생한 유행어를 섞어가며 능숙한 한국어로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4일 열린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에서 '한국 예능 아주 칭찬해'를 주제로 발표 중인 여염정 씨/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지난 14일 열린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에서 '한국 예능 아주 칭찬해'를 주제로 발표 중인 여염정 씨/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우수상 수상 축하한다.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데 더 큰 상이 욕심나진 않았나?

아니다. 다른 참가자분들이 정말 잘했다.

-'말하기 대회'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사실 작년에 SNS를 통해 처음 이 대회를 알게 됐다. 대학원 논문을 준비 중일 때라 바빠서 참가 신청을 놓치게 됐다. 그래서 올해는 꼭 참가하려고 마음먹었던 대회였다. 

-발표 중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광팬이라고 소개했다. 어떤 예능을 좋아했나.

'런닝맨'이다. 중국은 한국과 다르게 9월에 1학기가 시작한다. 대학교 1학년 1학기가 끝난 2012년 초였는데, 정말 우연히 인터넷 영상 플랫폼에서 평점이 높길래 보게 된 '런닝맨'에 푹 빠지게 됐다. 한국어 공부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오게 된 것도, 그리고 예능PD의 꿈을 꾸게 된 것도 다 '런닝맨' 덕이었다. 인생을 바꾼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런닝맨을 만든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 생활은 언제 시작했나?

2014년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1년간 유학 생활을 하다가 2015년에 중국 대학교 졸업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 주광저우 한국 영사관에서 일했다. 그리고 2016년에 한국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예능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부터 중국에 돌아가 대학교를 졸업 후 한국 예능 PD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한국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취업이 어려워서 꼭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사관에서 일한 것도 다른 목표가 아닌 예능PD가 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 중국에 있으면서 완전히 한국, 한국어와 멀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사관 일도 좋은 자리지만 내 꿈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한국 영사관에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한국 기관이기 때문에 중국 휴일과 한국 휴일 모두 쉴 수 있어서 좋았다.(웃음)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는데.

2015년 9월쯤 방송된 '무한도전'의 '우토로 마을' 특집이 역사를 전공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 특집을 보고 예능이 사람에게 웃음뿐만 아니라, 역사의 중요성 그리고 역사의 무게감 등 깊이 있는 무언가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한국사를 전공으로 선택했고, 또한 예능 피디를 인생 목표로 정했다.

또 역사는 한 나라 한 민족의 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을 더 알고 싶고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정서를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사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올해 2월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여염정 씨/사진=여염정 씨 제공
올해 2월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여염정 씨/사진=여염정 씨 제공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없었나.

최근에 한국인 친구가 나를 통해 중국의 안 좋은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이야기해줘서 기뻤다. 중국은 지역마다 문화가 정말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다양한 중국인들을 만나보고 고정된 이미지를 깰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중국 사람들이 설날에 다 만두를 먹진 않는다. 남쪽 사람들은 그냥 요리를 먹고 북쪽 사람들이 만두를 먹는다. 고향이 남쪽 광저우인데 만두를 먹어본 적이 '1도' 없다.(웃음)

-낯설었던 한국의 문화는?

아직도 신기한 게 '술 문화'다. 처음 한국에 와서 학교를 다닐 때 술자리에 참석해서 술을 마셔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술자리를 통해서 서로의 거리감을 줄여나가고, 친근감을 쌓기도 하더라. 지금은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원하던 일을 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시작했나?

대학원은 올해 2월에 졸업했는데 작년 9월부터 예능 제작사에서 조연출 막내로 일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도 세계적으로 한류를 이끌고 있는데, 예능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드라마는 생활을 반영하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만들어진 이야기라서 리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능도 물론 대본이 있지만, 출연자들의 리얼한 반응을 담아낸다. 그 '리얼함'이 마음을 움직였다. 또 드라마와 달리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도 좋다.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우수상을 수상한 여염정 씨/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 우수상을 수상한 여염정 씨/사진=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나?

회사가 한국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중국 예능 프로그램도 맡는다. 주로 중국 예능을 담당하고 가끔 사람이 필요할 땐 한국 예능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엔 '범인은 바로 너 2'를 촬영했다.

-유재석 씨를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눴나?

메인 PD님이 내가 '런닝맨'을 보고 한국어를 배우고, 예능 일을 하게 된 것을 알고 계셔서 첫 촬영 때 인사를 시켜줬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웃음)

-예능 제작사의 조연출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작년 12월 겨울 포천에서 20시간 가까이 촬영한 적이 있었다. 난방도 없고 먼지가 심한 곳이었는데, 촬영이 다 끝나고 나니 온몸에 먼지가 가득했고, 운동화에도 구멍이 두 개가 생겼더라.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행복했다. 그날 정말로 이 일을 좋아한다고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엔 어떤 예능을 재밌게 보고 있나.

'전지적 참견 시점'을 재밌게 봤다. 특히 박성광 씨의 매니저로 출연한 송이 매니저가 사회 초년생인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전 세계에서 빛을 본 예능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한국 예능계에서 프로그램 제작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열심히 기술과 PD의 자세를 배워서 전 세계를 빛내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우토로 마을 특집' 편처럼 역사의 진실, 사람들의 선량함, 삶의 역경과 희망 등 좋은 것들을 전파하는 예능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전공인 한국사와 관련된 예능, 중국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의 근대사에 관련된 예능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항상 주어진 자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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