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인터뷰] '우상' 이수진 감독의 '정확하고 훌륭한 컷'을 향한 여정
[365인터뷰] '우상' 이수진 감독의 '정확하고 훌륭한 컷'을 향한 여정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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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공주' 이후 5년 만의 차기작 '우상'
-시나리오 쓰면서 배우 떠올리지 않아
-첫 상업 영화 도전 "손익분기점 희망 사항은..."
-'우상' 심오한 영화 아니야...재미있는 영화 하고 싶다
-천우희 요청에 같이 눈썹 밀어...한석규에게 처음 제안한 역할은 명회가 아닌 중식
5년 만에 신작 '우상'으로 돌아온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5년 만에 신작 '우상'으로 돌아온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영화 '한공주'(2014) 이후 5년 만에 차기작 '우상'으로 돌아온 이수진 감독은 한석규와 설경구, 천우희라는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배우들과 함께 첫 번째 상업 영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감독은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비롯, '제34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2014 디렉터스 컷 어워즈' 올해의 독립영화감독상, '제28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 '제16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국내외 유수영화제를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신작 '우상' 역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각자의 우상을 좇는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우상'을 통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와 고민 그리고 의문을 전달한다. 

영화에선 세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이 하나 둘 벗겨지면서 새로운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이 감독은 "심오하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인터뷰365와 만난 이수진 감독이 털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 "한석규에게 처음 제안한 역할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떠올린 배우가 있었는지.

시나리오 쓸 때는 배우를 생각 안 한다. 완성하고 난 다음에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고민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어떤 배우를 연상해놓고 쓰게 되면 그 배우가 출연했던 작품을 통해서 받은 이미지로 인해서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 그게 아니라 사적인 모습을 내가 알고 있는 배우라면 시나리오 쓸 때부터 캐릭터를 정해놓고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전혀 친분도 없고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선 특정 배우를 놓고 쓰진 않는다. 오히려 혼란을 가중한다. 그 배우와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연기할 배우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시나리오 쓸때 배우 설경구가 맡은 '중식' 캐릭터를 가장 먼저 썼다던데. 중식은 어떤 인물인가. 

직진만 하는 소시민. 어떻게 보면 무모할 정도로 단순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머리를 굴려 가자고 뭘 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환경 안에서 정말 열심히 살아가면서 그 환경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유지하는 게 중요한 인물이다. 영화하고는 조금 다르겠지만 중식이라는 캐릭터를 쓰면서 아버지를 많이 생각했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전에 나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나한테 만약에 억울한 일이 생기면 중식 같은 소시민인 나의 아버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권력과도 거리가 멀고 본인의 일에 충실하게 살아온 아버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중식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영화 속 한석규가 연기한 '구명회'란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했나?

명회가 철두철미한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마케팅을 잘 할수있는 인물.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악함으로만 시작해서 악함으로 끝나는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선한 이미지를 보여졌다가 선택을 잘못해서 파국으로 점점 더 들어가는 캐릭터이길 바랐다.

영화 '우상'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어떤 배우에게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건넸었나.

한석규 선배에게 드렸다. 이건 처음 얘기하는데 처음엔 설경구 선배가 맡은 중식 역을 제안했다. 중식을 먼저 정하고 명회를 정하려고 했다. 중식을 먼저 드리고 처음 만났을 때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쓱 다 하시고는 명회는 누굴 생각하냐고 물어보시더라. '아직은 모르겠는데 몇 분 생각 중이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마지막에 명회에 자기를 제외하지 말고 한번 생각해보라고 하시더라. 명회에게 더 많은 애착이 있으셨던 것 같다.

한석규 선배가 중식을 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배우를 연상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써서 거기에 대해서는 자유롭다. 첫 미팅 하고 두세번 미팅을 더 했는데 처음엔 본인이 하고 싶다고 어필하셨고, 몇번을 만나 뵙고 점점 명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천우희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감독님 눈썹을 같이 밀어달라고 했다던데.

맞다. 그래서 같이 밀었다. 금방 자라더라.(웃음) 

-천우희와는 두 번째 작업이었다.

천우희는 내가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본인이 알아서 준비하러 가기도 한다. "한 번 더 가셔야죠~"라고 말하기도 하고. 두 번째 작업이라 그런지 편하기도 하고 서로를 좀 아는 것 같기는 하다. 이 컷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본인이 알고 나도 이 친구의 성향, 연기 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기성 배우가 련화를 연기한다면 무조건 천우희였다. 

그런데 그전에는 무명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생각했었다. 영화의 절반이 련화를 찾는 이야기다 보니까 잘 모르는 인물이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첫 등장을 많이 생각했다. 이 역할을 천우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굉장히 열심히 노력도 많이 했고 훌륭하게 잘 소화했다.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 시나리오 쓰면서 직접 연기

-영화를 만드는 데 참고 한 사건이 있었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냐고 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 '어떤 사건이 있다'라고 말하기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2000년대부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탈고한 게 2016년도니까 그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관객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해 본다면?

영화 속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을 보면서 '과연 나의 꿈은, 나는 괜찮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를 생각했다. 이게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관객들도 듣고 싶은 이야기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다. 주변의 반응은.

글쎄. 직접적으로 들은 적은 없어서. (웃음) 나 같은 경우에는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잔상들이 관객들에게 남지 않을까?' '여러 번 보면 더 좋은, 숨어있는 지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명회, 중식, 련화 중 본인은 어떤 인물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다 나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대사를 수정하면서도 대사가 입에 붙나 안 붙나 연기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혼자서 연기연습도 했다. 배우가 이 대사를 했을 때는 어떨까? 어색하지는 않을까? 이 말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대사 연습을 계속하면서 모든 인물에 한 번씩은 다 들어가 본 것 같다. 거기에 들어가서 '나라면 이 인물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해보고. 그러고 나서 이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 조금 전에 내가 세 인물에 다 이입이 되고 내 모습이 있다고 했는데 명회의 악한 부분까지 내 모습은 아니다.(웃음)

영화 '우상' 천우희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 천우희 스틸컷/사진=CGV아트하우스

◆ 추위를 관통하며 촬영...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고생

-천우희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찍을 때 보다 힘들었다고 하더라. 어떤 부분에서 힘들어하던가?

우선은 날씨가 가장 힘들었다. 2017년 10월 말에 크랭크인해서 2018년 4월 초까지 작업을 했으니까 겨울을 관통하면서 찍었다. 스태프들도 날씨 때문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련화라는 캐릭터가 육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아주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아무래도 감정을 써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세 배우 다 녹록지 않은 작업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설경구 역시 제작보고회에서 힘든 현장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었는데.

촬영 기간도 정해진 기간보다 늘어났고 날씨도 안 도와주는 상황이었는데 만약에 배우들과 조금이라도 불화가 있었다면 이 영화가 완성되기는 어려웠을 거다. 영화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세 배우다. 우선은 이 이야기를 세 명 다 좋아했다. 현장에서도 사람이 몸이 춥고 피곤해 지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 하나 모나지 않게 해줬다. 선배님들은 스태프들 다독이면서, 천우희도 막내답지 않게 꿋꿋하게 작업에 임해줬다.

-배우들은 몇번씩 촬영했는지 구체적인 횟수도 기억하고 있더라. 가장 많이 촬영한 장면을 기억하나?

사실 그건 잘 기억이 안 난다.(웃음) 테이크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많이 찍는 이유는 모든 합이 맞는 훌륭한 컷을 찾기 위함이다. 결국에는 시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한계는 분명히 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그래도 좋은 컷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다. 설경구 선배에 대해서는 내가 '링 위에 올라가기 위해서 항상 에너지가 꽉 차 있는 배우'라는 표현을 썼다.

테이크를 많이 가는 것에 대해서 배우들의 불만이 있지는 않았지만 느껴진다. '에너지가 점점 소진되고 있구나... 더는 없겠구나', 그래도 또 '이 장면 이렇게 가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하면 '예'라고 하신다. 좋은 컷을 만들어내기 위해 각자의 몫을 다했다. 사실 우리 영화의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멋 부림이나 기교는 없다.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모두 좋은 컷을 만들려는 마음이 있어서 몇번을 찍더라도 불만 없이 같이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우상'의 이수진 감독/사진=CGV아트하우스

◆ 나는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있다

-제작보고회 당시 손익분기점이 300만이라고 해서 놀랐다.

그걸 괜히 이야기 해서.(웃음) 우선 그때 내가 이야기 했던 건 솔직한 마음으로 내 희망 사항 이었던 것 같다. 손익분기점은 250만에서 260만 정도인데 이게 상업 영화지 않나. 투자하신 분들도 있고 상업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하는 책임이 또 있기 때문에 300만은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영화가 뭘까 계속 고민한다. 아직 답은 모르겠는데 단지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 의문,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싶다. 한번 이렇게 영화를 만들고 나면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나리오를 쓰고 굴레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한참 허우적대다가 '어떻게 나오지?' 하면서도 결국엔 나온다. 나오고 나오면 다시 들어가야 될까 고민을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때 경험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느 순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착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또다시 굴레를 만들고 들어가서 허우적대다가 '이번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길래 허우적대지? 뭐가 미흡했을까?'를 고민한다. 이게 반복이다.

-차기작은 생각하고 있나?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고 온전히 '우상'만 생각하고 있다. '우상'이 끝나고 나면 조금 쉬고 난 다음에 '우상'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려고 한다.

-'우상'은 '한공주' 보다도 먼저 준비한 작품이지 않나. 숨겨놓은 작품도 있을 것 같은데.

쟁여 놓은 것은 있는데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내가 또다시 이 굴레에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판단이 서면 준비한다. 재미있는 영화를 할 거다. 물론 지금도 심오한 영화가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웃음)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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