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낯의 힘' 믿는 배우 배두나 "두꺼운 메이크업은 연기력으로 뚫을 수 없다"
[인터뷰] '민낯의 힘' 믿는 배우 배두나 "두꺼운 메이크업은 연기력으로 뚫을 수 없다"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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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에 첫 사극 '킹덤'...의녀 서비 역할 연기
-한국에서 최선 다했더니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진출
-군것질하기 위해 운동 "현장에서 '배두나 마켓' 운영"
-'비밀의 숲'(2017) 시즌 2? 똑같은 감독, 배우, 스태프라면 OK
데뷔 20년 만에 사극 '킹덤'에 도전한 배우 배두나/사진=넷플릭스
데뷔 20년 만에 사극 '킹덤'에 도전한 배우 배두나/사진=넷플릭스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데뷔 20년을 맞은 배우 배두나의 행보는 늘 예상을 뛰어넘었다.

청춘스타의 등용문 드라마 '학교'(1999)를 통해 데뷔 후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 '고양이를 부탁해'(2001), '복수는 나의 것'(2002)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배두나의 초창기 영화는 그를 할리우드로 이끌었고,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모델의 자리로 안내했다.

대중과의 유머 코드가 남달라 고민이라는 배두나는 청춘 드라마부터 가족 드라마, 미국 드라마, 독립영화, 천만 영화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배우다. 작품의 호불호는 갈릴지라도 그의 연기만큼은 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20년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배두나의 필모그래피에 단 하나 없는 것은 '사극'이었다. 넷플릭스의 '킹덤'으로 처음 사극에 도전하는 배두나는 분장을 마친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고 한참 동안 웃었다고.

"스스로도 이렇게 어색하고 웃긴데 시청자들은 내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기고 낯설까" 걱정한 배두나를 '킹덤'으로 이끈 것은 '시그널'(2016), '싸인'(2011)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 김은희와 영화 '터널'(2016)을 함께 한 김성훈 감독의 역할이 컸다. 

특히 김은희 작가는 배두나를 캐스팅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말하며 "배두나 씨가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킹덤'이 공개된 후 시즌 2 촬영을 앞두고 인터뷰365가 만난 배두나는 투명한 민낯만큼이나 솔직했고 호탕한 웃음으로 인터뷰 현장을 이끌었다.

'킹덤' 배두나 스틸컷/사진=넷플릭스
'킹덤' 배두나 스틸컷/사진=넷플릭스

◆ 첫 사극 도전... "쪽 찐 머리 한 내 모습 보고 웃어"

-'킹덤' 속 모습이 새롭더라.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쪽 찐 머리는 처음이었는데.

첫 주연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를 찍을 때 처음으로 노 메이크업으로 연기했다. 어떨 땐 톤을 더 낮추고 못나 보이게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연기할 때 더 자유로워지더라. 다 내려놓을 수 있고. 예뻐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이번에 처음 헤어, 메이크업 테스트를 할 때 혼자서 거울을 보고 많이 웃었다. 나도 처음 보는 모습이고 내가 이렇게 웃긴데 관객들이 보면 얼마나 웃기고 어색하고 낯설까 싶더라.(웃음) 그런데 지금 다 찍고 완성된 걸 보니까 '플란다스의 개' 당시에 느꼈던 느낌과 비슷하다. 마음은 편하다.

(배두나가 연기하는 의녀 '서비'는 굶주림에 내몰린 백성들이 역병으로 인해 괴물로 변한 끔찍한 상황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목격자이자 유일한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지옥으로 변한 지율헌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그녀는 곧 두려움을 뒤로 한 채, 스승이 남겨준 단초에 의지해 역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나선다. 강단 있고 지혜로운 '서비'는 세자 '이창'(주지훈)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원래 좀비물 관심이 있었나?

아니다. 무서운 걸 잘 못 본다.

-좋아하는 소재도 아니고 사극이라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출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

사극도 처음이고 시청자들도 내가 출연하는 사극을 기대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런 위험 요소를 안고 출연해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 물론 나 자신을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출연을 결심한 건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량이 적어서.(웃음) 약간 히든카드처럼 분량이 많지 않아서 도전할 수 있었다. 분량이 많았으면 내가 감히 남의 좋은 작품에 들어가서 도전할 생각을 못 했을 거다. 

-시즌 2에서는 서비의 분량이 더 많아질 거라고 하던데. 

확실히 분량은 부담이 더 많아진다. 그리고 서비가 무언가를 한다. 아주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시즌 1보다 시즌 2가 더 재미있다. 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는 게 정말 흥미진진하다.(웃음)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킹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배두나/사진=넷플릭스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킹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배두나/사진=넷플릭스

◆ 할리우드 진출 성공한 배두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길"

-'킹덤' 이전에 넷플릭스의 '센스 8' 시리즈에도 출연했는데.

'센스 8'에서는 파이터 역할을 맡아서 몸을 만들어야돼서 하루에 두세 시간씩 스턴트 리허설을 병행했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다른 배우들은 쇼핑도 하고 관광도 하는데 나는 아침엔 트레이닝, 점심엔 스턴트 리허설, 저녁에 기초 트레이닝의 연속이었다. 촬영이나 현장 자체는 정말 재미있는데 파이터 역할을 맡으면서 '와 진짜 너무 힘들다. 나 같은 몸치가 어떻게 몸을 쓰는 역할을 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내가 어느 정도로 긍정적이냐면 계속 훈련을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내 몸이 예뻐져 있더라. 사실 지금 내 나이가 가장 몸매가 망가질 나이인데 돈 받으면서 몸매가 좋아지니까 '내가 이거 아니었으면 운동을 했을까?'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들더라.

-시리즈물을 연기할 땐 좀 다른 점이 있나?

시리즈물은 완결되는 느낌이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는 느낌이라서 좋더라. '킹덤'의 서비 같은 경우도 처음엔 분량도 없고 아무거도 안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시즌이 계속되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흥미진진함이 있다. 배우로서는 가능성을 더 열어 놓고 연기하게 되고 그런 게 내 성향이랑도 좀 맞는 것 같다. 같은 작품과 캐릭터를 계속 연기하다 보면 지겹다거나 매여 있는 것 같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해산했다가 다시 만날때는 가족에게 돌아온 느낌이 들더다.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배두나를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많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작품을 하면 할리우드 문을 내가 두드리지 않아도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경험했고 걷고 있는 길이다. 흥행이 안됐을지라도 좋은 작품을 많이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을 때면 항상 '플란다스의 개'(2000), '고양이를 부탁해'(2001) 같은 내 초창기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한다. 워쇼스키 감독은 '공기인형'(2010), '괴물'(2006)을 많이 봤고, 루이비통의 디자이너도 '괴물'의 광팬이다. 후배들도 우리나라 작품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도전을 무서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자신을 과보호하다 보면 전투력이 늘 수 있는 기회가 없다. 가시밭길이라고 생각해도 좀 가보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거(웃음) 아닐까?

-항상 본인은 인기스타도 미녀스타도, 섹시스타도 아니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인다. 세계적인 감독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런데 감독님들이 같이 일하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웃음) 나는 어떤 캐릭터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주장하는 바도 없다. 내 연기 신조가 그거다. 감독이나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내 몸을 통해서 전한다고 생각해서 디렉팅에 충실하다. 또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한테도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과정에서도 진심을 다 한다. 그게 보일 때도 있고 안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건 복불복인 것 같다. 늘 정진하려고 한다.(웃음)

배우 배두나/사진=넷플릭스

◆ "두꺼운 메이크업은 연기력으로 뚫을 수 없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늘 쉬지 않고 일하는 것 같다.

언제까지 사람들이 날 불러줄까 싶어서 열심히 한다.(웃음) '할 수 있을 때 하자, 열심히 하는 와중에 늘 거다'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요즘엔 연기를 안 하고 있으면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도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이 있나?

그럼. 당연하다. 연기는 진짜 어려운 것 같다. 20년을 해서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모르겠고. 방심하는 찰나에 내가 그동안 잘 해왔던 것도 안된다. 나는 기술적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순간순간 집중해야 하는 스타일이라서 항상 어렵다. 더 잘하고 싶다.

-평소 군것질을 좋아 하는 편인가? 

(배두나는 인터뷰 중간 중간 테이블 위에 놓여진 초콜릿을 맛있게 먹으며 질문에 답했다.)  

엄청 좋아한다. 운동도 군것질하기 위해서 하는거다.(웃음) 못 먹을 땐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걸 못 먹지?' 싶어서 서럽더라. 촬영 현장에 '배두나 마켓'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도 많이 먹인다. 다들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배부른 기분도 들더라.(웃음)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데 특별한 피부관리도 하는지.

안 하다가 드라마 '최고의 이혼'(2018)을 보고 시청자들이 너무 놀라겠다 싶기도 하고, 어느 정도 질타를 받고 관리를 시작했다. 엄청 비싼 마스크팩도 쓰고, 피부 관리실도 다니고, LED 마스크도 샀다.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최고지만 요즘에 아주 노력하고 있다.

-'플란다스의 개'(2000)부터 최근 '터널'(2016), '최고의 이혼'(2018)까지 민낯 상태로 연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나는 민낯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다. 두꺼운 메이크업은 연기력으로 뚫을 수 없다. 흥분하면 나오는 얼굴색, 기쁠 때 나오는 얼굴색이 다 다르다. 나는 그 힘을 이용하는 편이고 특히 감정 신에서는 도움을 많이 받는다. 시선이 집중되는 진한 입술색이나 귀걸이를 하는 것도 싫어한다. 까다로운 나만의 기준이 있다.

배우 배두나/사진=넷플릭스

-쉴 때는 주로 뭘 하나? 

배우를 하면서 독서를 좋아하게 됐다. 책을 읽으면 내 상상력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더라. 내 작품들도 완성된 결과물보다 시나리오가 더 좋았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드라마도 하고 있었고 들어온 대본 보는 것도 밀려있어서 잘 못 봤다.

-밀려있는 대본은 해외 작품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한국 작품이다. 외국 작품은 2020년쯤 하나 계획 중이다. 

-매니지먼트하기 편한 배우로도 알려져 있더라.

나는 스태프들의 보살핌에 익숙하지 않고 그냥 나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다. 역할마다 다르지만 현장에도 혼자 가는 게 좋다. 내가 진짜 여배우 역할이나 손길이 필요한 역할을 맡은 게 아닌데 현장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으면 집중이 깨진다. '킹덤' 같은 경우는 흙 묻히고 서비를 연기하고 있는데 중간에 누가 와서 커피 가져다주고 그러면 '아 나 여배우지?'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매니저들은 그런 거리감을 잘 유지해준다. 오히려 매니저 입장에서는 쉬운 배우라기보다는 까다로울 수 있는 배우다. 해외 스케줄도 혼자 가기도 한다. 특히 루이비통 스케줄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스태프가 있으니까 혼자 간다.

드라마 '비밀의 숲' 포스터/사진=tvN
드라마 '비밀의 숲' 포스터/사진=tvN

◆ '비밀의 숲'(2017)이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나올 줄 몰랐다

-작품 선택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내가 진짜 하고 싶은걸 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의견을 좀 모으는 편이다. 소속사에서 '이건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작품은 시간이 맞으면 한다. 또 내가 재미있게는 봤는데 확신이 안선 작품을 옆에서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면 안 하게 되기도 하고. 내 웃음 코드가 좀 달라서 주변 사람의 말을 좀 듣는다. 누가 내가 엄청 재미있게 본 시나리오를 보더니 '너무 상상력이 좋은 게 아니냐'고 그러더라. 생각한 대로 안 나올 수 있다고.(웃음)

-어떤 작품부터 주변의 의견을 듣고 선택했나?

'비밀의 숲'(2017). 나는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나올줄은 몰랐는데 소속사 대표가 정말 좋아했다.

-'비밀의 숲'도 시즌 2를 원하는 팬들이 많은데.

음... 똑같은 감독, 배우, 스태프라면 참여하고 싶다.

-그런데 '킹덤'의 경우는 시즌2에서 감독이 바뀌던데.

그러니까.(웃음) 그런데 완결이 안됐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 감독님 따라서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김성훈 감독도 시즌 2를 조금 찍긴 찍는다. 시즌 2도 많이 기대해달라.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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