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여배우 이미숙, 그녀는 ‘말 더듬이’였다.
정열의 여배우 이미숙, 그녀는 ‘말 더듬이’였다.
  • 김두호
  • 승인 200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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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만 서면 변하는 여자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카메라 앞에 서면 드라마라는 불길 속에 몸 전체를 사르는 화신(火神)처럼 전부를 던지는 여자. 이 시대 최고의 연기자 이미숙은 연기에 대한 승부욕이 강하고 매사에 정열적이다. 서론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뛰어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다소 급한 성격이면서 선이 굵고 통이 큰 여자다. 그녀가 뜻밖에도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후시 녹음이 아니라 동시녹음 시대의 연기자가 언어 표현에 기능상 결함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데 이미숙은 한 번도 어색한 말씨를 보여준 적이 없다. 신기한 노릇이다.


연예인 중에는 연예인이 될 수 없는 신체적 언어적 결함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가 많다. 만년스타인 엄앵란 같은 분은 얼굴에 푸른 반점이 있지만 가족밖에 누구도 본 적이 없다. 아시아 최고의 미남자로 알려진 원로배우 남궁원도 멋진 헤어스타일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른다. 말을 많이 더듬는 사람이라면 임권택 감독도 있다. 보통 대화를 나눌 때는 더듬을 때가 많지만 강연이나 공식석상의 연설과 인터뷰를 할 때는 말씨가 또박또박 분명하고 안정감이 있다.


말 더듬이 이미숙이 특급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언어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으니 참으로 신기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이미숙이 필자와의 인터뷰 때 밝힌 고백을 일부만 그대로 옮겨보자.


“내가 말을 더듬는 버릇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연기를 할 때 대사를 외우고 표현하는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정신을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나타나지 않지만 보통 때 흥분하면 말문이 막혀 첫마디를 반복하고 더듬거린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아주 슬픈 일이나 놀라운 일, 기쁜 일이 닥치면 그 쇼크에 입술이 떨리고 경직되어 말을 더듬는다. 말더듬이는 성격이 외곬이라는데 그래서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한 것 같았다. 친한 친구가 별로 없었다. 말하기가 싫어서 입을 다물고 살면 뭘 감추고 다니는 여자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미숙은 맹장도 없다. 수술을 받아 배에 흉터가 있다. 자랄 때 성격이 조용했고 말도 더듬었지만 남의 흉내를 잘 냈다. 서울 후암동에 있는 삼광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고혈압으로 타계하셨다. 그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오열하시던 어머니 곁에서 받은 충격을 6년간 악몽으로 간직한 아픔이 있다. 나쁜 언어 습관이 그때의 영향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서울 신광여고 졸업반 때 미스롯데를 거쳐 탤런트가 된 이미숙은 1979년부터 영화와 TV드라마에 명품 연기의 수작들을 많이 남겼다. 그 가운데 <고래사냥>을 포함한 배창호 감독의 대표 작품들을 비롯해 TV드라마 <장희빈>의 타이틀 롤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명연기자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필자는 그녀가 저명한 성형외과 닥터 홍성호 박사와 교재중일 때 처음으로 <스포츠서울>을 통해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기사화 했다. 그들은 곧 결혼해 잘생고 예쁜 자녀를 낳고 다복하게 살아왔으나 최근에 결별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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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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