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룡 "배우가 '극한직업'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
[인터뷰] 류승룡 "배우가 '극한직업'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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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이후 6년만의 코미디 복귀 "'극한직업'은 '협동조합 코미디'"
-통닭 대신 계란...다이어트로 다부진 근육 완성
-"배우는 '감정의 세공사'...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해"
배우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류승룡/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배우 류승룡이 '7번방의 선물'(2013) 이후 6년 만에 출연한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 형사 5인방이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일약 대박을 터뜨리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믹 수사물이다.

류승룡은 '좀비 반장'으로 불리는 만년 반장 고 반장, 그리고 '수원 왕갈비 통닭'의 사장 역을 맡아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펼친다. 그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기 위해  위해 '수원 왕갈비 통닭'의 유혹도 뿌리치고 현장에서 "닭 대신 계란을 먹었다"며 '웃기면서도 슬픈' 다이어트 과정을 전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잠깐 등장하는 상반신 노출 신에서 그는 다부지고 단단한 근육질 몸매를 선보인다.

정통 사극 '최종병기 활'(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명량'(2014)에서 보여줬던 선굵은 역할부터, 코미디 '7번방의 선물'(2013),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에서 정감 가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류승룡은 "'어떤 '재간둥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내게 찾아올까?' 하는 생각에 늘 설렌다. 항상 내 부족함이나 고정관념들을 뛰어난 작가와 기획자들 그리고 관객분들이 깨주는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팀원도 챙겨야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하고, 본인의 자리도 챙겨야 하고. 그래서 바쁘고 고달픈 소시민 가장이자 리더의 모습을 담아낼 배우는 류승룡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이병헌 감독의 말처럼 류승룡은 실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공감의 웃음을 정확히 전달한다.

'극한직업' 개봉에 앞서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365가 배우 류승룡을 만났다.

배우 륫
배우 륫

◆ '극한직업'의 세 가지 키워드 코미디, 액션 그리고 치킨

-오랜만에 코미디 연기를 했는데.

이런 코미디는 나도 처음이었다. 여럿이서 하는 '협동조합 코미디'.(웃음) 나,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을 필두로 잠깐 나오는 신하균, 오정세까지 다들 재미있다. 웃음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어 신선했다.

-영화 속 근육질 몸도 인상적이었다. 

몸무게는 '염력'때 살을 찌우기 전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이번에 살을 빼면서 염분하고 탄수화물을 제한해서 그런 것 같다. 원래 몸무게로 원상복귀하기 위해 다이어트한 거지 노출 신 때문에 몸을 만든 건 아니다. 일부러 넣은 장면도 아니고. 그것보단 아무래도 액션도 있고 별명이 맞아도 죽지 않는 좀비 반장이니까 다부진 단단함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기 축구 아저씨 같은 단단한 느낌. (웃음)

-역할을 위해 7주간 액션스쿨에 다녔다고. 

공명은 태권도 선수 출신이고, 진선규는 대학로 시절부터 몸을 잘 쓰는 배우로 유명했다. 이동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에 참여했다. 이하늬는 토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나는 영화 '거룩한 계보'(2006), '표적'(2014)을 통해 액션의 맛을 본 사람이라 어느 정도 몸에 익어있어서 다른 배우들보다는 조금 수월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이하늬와 신하균의 부하로 나오는 장희진의 결투 장면을 손에 땀을 쥐면서 봤다. 정말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배우들인데 고생한 것도 보이고 처절함도 느껴지더라.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대본에 있던 대사인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대본에 있었다. 신기하게 그 운율이 시나리오 처음 받고 읽었던 운율 그대로다. 대본 리딩 때도, 리허설 때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촬영 때도 마땅한 게 생각 안 나서 그렇게 했는데 운명처럼 잘 맞아떨어졌다.

-이병헌 감독이 엔딩 장면이 바뀌었다고 언급했는데 바뀌기 전과 후 어떤 게 맘에 드나?

처음 엔딩은 피자가게에서 마약반이 잠복하는 걸로 끝났는데, 그것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다 아주 잘 바꿨다. (웃음)

-치킨은 원래 좋아하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진짜 좋아한다. 현장에서 다들 아삭아삭 맛있게들 먹더라. 나는 다이어트 중이라 닭이 되기 전 계란을 주로 먹었다. 영화 속 '수원 왕갈비 통닭'은 제작진들이 개발한 메뉴인데 간장에 절이고 왕갈비 양념으로 만드니까 색깔이 그렇게 나더라.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로 진짜 수원 어딘가에서 '왕갈비 통닭'이 나올 것 같다. (웃음)

◆ 후배들에게 조언? 최대한 아껴

-주고받는 대사가 굉장히 촘촘한데.

대본은 '잘 설계된 설계도'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현장에서 시너지를 내면서 소소하게 뽐낸 애드리브들이 있었다. '매운맛~', '폭력적이야!' 같이 기본 대사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들어갔다. (웃음)

-조언을 구한 후배는 없었나.

나한테는 안구하고 이병헌 감독한테 구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언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다.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다들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친구들이라, 어떻게 하면 이 친구들이 영화 속 마약반의 관계처럼 내 앞에서 싸우기도 하고, 대들기도 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각자 가진 것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게끔 편안한 현장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막내 공명은 선배들을 어려워하지 않던가?

나랑은 두 바퀴 띠동갑이다. 처음엔 바짝 긴장해있었지. 나중엔 서로 끌어안고 장난도 치고 형님이라 불러야 될지 선배님이라 불러야 될지 물어보더라. 어떨 땐 아빠라고 부르기도 했다. (웃음)

-속편 이야기는 없었나.

배우들끼리도 속편이 나온다면 '어떤 직업을 해야 하나?', '각자 진급하고 또 신입이 들어오는 이야기도 재미있겠다', '이병헌 감독이 안 하면 안 한다' 등 농담처럼 많이 하긴 했다.

◆ 짐작 가능한 코미디는 NO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어려웠다. 코미디가 어렵다. 주변에 조언도 많이 구하고 현장 분위기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따로 뭘 안 해도 될 정도로 대본 자체가 탄탄했는데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워한 부분이 있었다. 재미있는 느낌을 잘 살려서 표현하려다 보니 따라오는 고민들이 또 있더라. 짐작 가능한 뻔한 코미디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

'오버 하지 말자. 대신 자기 몫은 충분히 해내자'고 했다. 축구로 치면 드리블하다가 볼을 빼앗기지 말자는 거지. 대본이 훌륭하니까 대본을 지키면서 장점을 살리자는 사명감이 있었다. 다행이고 감사한 건 주인공 다섯 명 중 누구 하나가 너무 도드라지거나 빠지지 않았다. 현장의 팀 워크가 잘 전달됐다. 극 전체적으로 봐도 신하균, 오정세, 양영민부터 김종수, 김의성, 신신애 선배까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재미있다.

-배우가 '극한직업'이라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나는 그런 말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많은 배우들이 투자한 만큼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데 나는 가진 것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절대적으로 평가하면 다 극한 직업이지만 나는 배우가 극한 직업이라고는 생각 안 해봤다.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이 정도는 누구나 감수하고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힘든 부분은 감정을 세공하는데 정해진 답은 없는 상황에서 최상을 뽑아내야 하는 그런 고민들?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들은 말할 거리도 아닌 것 같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사진=CJ

-배우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하나.

배우는 비워내는 동시에 채워야 한다는 모순점에 닿아있는 직업이다. 끊임없이 배우고, 민첩하게 세월을 담아내고. 또 사람의 마음도 읽어내고, 세상을 그려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몸과 마음 전체를 악기로 사용하는 감정의 세공사다.

-그 과정에서 지친 적은 없었나.

내 연기는 거의 다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연기다. 출연했던 모든 작품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상황 속의 인물인데 '류승룡이 저 시대, 저 상황에서 살았다면?'에서 시작해 인물을 이해한다. 감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대한 강박이나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작품에 잘 녹아들어 작품이 가진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게 힘들지.

-작품 고르는 원칙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고른다. 바로 연달아서 비슷한 장르가 들어올 땐 고민한다. 그런데 참 뛰어난 기획자들과 작가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해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의 콘텐츠가 나온다. 내가 만주어를 하게 될 줄도 몰랐고, 변발을 하게 될 줄도 몰랐고, 7살 지능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게 될 줄도 몰랐다. 늘 그런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어떤 재간둥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또 어떤 인생이 나한테 찾아올까?' 하는 생각에 늘 설렌다. 사실 조폭, 마약, 형사물은 내가 기피하는 소재인데 이걸 치킨과 묶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항상 내 부족함이나 고정관념들을 뛰어난 작가와 기획자들 그리고 관객분들이 깨주는 것 같다. 

-'극한직업'은 어땠나.

한번 보고는 잘 모르겠다. 세 번 정도 봐야 조금 객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 진짜 솔직한 반응은 관객들의 반응이니까 관객들 틈에서 한번 보고 싶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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