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거장 호소다 마모루의 남다른 한국 사랑의 이유
애니메이션 거장 호소다 마모루의 남다른 한국 사랑의 이유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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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미라이'로 내한한 호소다 마모루 "전 세계에서 날 가장 먼저 환영해 준 나라가 한국" 각별한 애정
-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등 장편 대작 만든 애니메이션 거장
-'미래의 미라이'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아시아권 최초로 노미네이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로 한국을 찾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사진=얼리버드픽쳐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낸 신작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를 선보인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부터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까지 장편 대작들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국내에서도 다수의 팬을 보유한 애니메이션 거장이다.

호소다 감독의 3년만의 신작이자, 그가 각본 연출을 맡아 일찍이 화제를 모은 '미래의 미라이'는 실제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4살 아들이 갓 태어난 여동생을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쿤'이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 후 달라진 변화 속에서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시공간을 초월한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되는 스토리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장르로는 유일하게 2018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초청에 이어 2018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아시아 영화 최초로 제 76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로 지목되며 작품성을 입증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개최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되며 예매 오픈과 동시에 초고속 매진 세례를 기록,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1월 17일 개봉에 앞서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그는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12년전 '시간의 달리는 소녀'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세계가 주목하기 전 작품을 알아봐준 고마운 나라"라며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로 한국을 찾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사진=얼리버드픽쳐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초청에 이어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노미네이트됐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래의 미라이'가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곳이 바로 칸 국제영화제였다. 그 당시에도 초청 소식을 듣고 무척 깜짝 놀랐는데 201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아시아권 최초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일본 영화계에서도 최초로 후보 지명이 되어서 정말 놀라웠다.

'미래의 미라이'에는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모험이나, 재해, 연애 등 큰 사건이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성격의 영화라고 생각해서 더 놀랐던 것 같다.

그저 일상을 담담히 이야기할 뿐인 '미래의 미라이'를 그들의 가치관으로 보고 선택해주셨다는 것은 영화의 다양한 가치를 찾아보고 알아봐주신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즐겁게 잘 다녀오겠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자주 찾는 '단골' 감독이기도 한데. 이번 방문도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2개월만의 내한이다. 

제게 첫 해외영화제 초청은 12년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초청됐던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이 영화를 좋아해주시고 환대를 해주셔서 놀랐다. 

이런 의미에서 전 세계에서 저라는 감독을 처음 발견해주고 가장 먼저 환영해준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해왔다.  한국 관객들에게 매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럽다. 한국 관객 분들이 계셔서 저도 계속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에서는 부모와 자녀의 시점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있는지 궁금하다.

이 영화는 실제 제 아이와 가족이 모델이 된 작품이다. 첫째 아이가 갓 태어난 동생을 어떤 과정을 통해 가족으로 받아들일지가 궁금해졌고, 그 이야기를 영화의 소재로 삼으면 좋을 것 같았다. 가족을 소재로 한 작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체 인생의 순환과 시간이 세대를 넘어 이어져왔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미래의 미라이' 스틸 컷
'미래의 미라이' 스틸 컷

-영화를 본 후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미래의 미라이'에는 제 실제 아들이 굉장히 많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혹시라도 영화를 보고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무척 걱정이 됐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 무척 기뻐하고 즐거워해줬고 함께 영화를 본 아내가 '당신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게 되어서 기뻤다'고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처음 제목은 '미라이노 미라이짱'(未来のミライちゃん)이라는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뜻하는 제목이었다.

'미라이짱'에서 ‘짱’(ちゃん)이라는 애칭을 빼면서 단순히 미래에서 온 동생이 아니라, 더 먼 미래에서 왔을 수도 있는 존재, 미래의 '미라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단순한 동생의 이름 이상의 의미를 주고 싶었다.

처음의 제목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미래의 미라이'는 아이의 시선에서 가족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벽으로 구분되어있는 집으로는 영화의 분위기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극 중 등장하는 집은 벽이 없고 계단을 통해서 모든 구조를 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

아이들이 계단을 통해 가족에게 다가가고, 알아가는 것처럼 한 단계씩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가 점차 가족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가족의 비밀이 보여지기 때문에 집을 통해 영화 전체를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집은 아이의 성장을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원에 있는 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무는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사람보다 큰 존재라고 생각해왔다. 정원에 있는 나무는 나무가 지금까지 보아 온 인간의 인생과 그 이상의 기록 모두를 담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극 중 나무를 중요한 소재로 설정하게 됐다.

'미래의 미라이' 스틸 컷

-극 중 가장 어른스러운 인물은 (미래에서 온)'미라이'처럼 보인다. '미라이'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내고 싶었나?

극 중 '미라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천사'라고 말할 수 있다. '천사'라는 한 것은 '미라이'가 영화 속 길잡이이자 안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쿤'은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조차 흔들리는 어린이이고, '쿤'의 부모 역시 완벽한 부모라기 보다는 자녀와 육아, 인생을 배우는 과정의 존재라고 볼 수 있다.

'미래의 미라이'에는 완벽한 아이나 어른은 나오지 않는다. 현실의 우리들처럼 서툴고, 계속 성장해나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에서 온 '미라이'는 극 중 캐릭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전작들을 보면 성장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는데.

매번 작품 구상 시에 무엇을 그려내면 좋을까 고민했을 때 '주로 인간이 어떤 상황일 때 변화할까'가 가장 궁금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데 그 변화의 폭이 굉장히 크다. 어른들은 굳어있기 때문에 작은 일이 생기더라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눈에 띄게 크게 변화하고 어제, 오늘, 내일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이 우리 어른들과 사회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의 성장에 대해 궁금해하고 생각하고 주로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전작들을 보면 유사가족, 대안가족 등 공동체에도 관심이 많아보인다. 공동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현대사회에 있어서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족에 대해 그리게 되는 것 같다. 가족의 형태는 한 가지에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형태에서 현대로 갈수록 계속해서 그 형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려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대에서는 가족의 역할과 의미가 변화해가고 있고 예전과는 달리 특정한 아버지, 어머니상이 요구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미라이'에서도 남편과 아내의 성 역할을 역전시켜 두었다. 개인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가족의 형태는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지, 사회에서 규정지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포스터

-시간 여행을 소재로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가상세계가 등장하는 '썸머 워즈',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다룬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 등 전작들을 보면 평범함 일상에서 포착한 소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영화도 시공간을 다룬 판타지 영화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젊은층의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항상 젊은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 현대사회에서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한계와 억압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지루한 일상보다는 영화 속 판타지가 더 재미있다고 동경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의 미라이'는 전혀 반대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오히려 판타지를 통해서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도록 그리고 싶었다. 만약 모두가 자신의 일상을 떠나고 싶어한다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자신의 일상과 현실이 더 힘들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인생은 멋진 일들로 가득하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서 그런 점을 젊은 관객들이 느껴주었으면 좋겠다. 

-3년 마다 신작들을 선보여왔다. 현재 구상중인 차기작이 있다면.

지금 현재 구상 중이다. 전작들 때문인지 극 중 가족이나 아이가 등장하는지 물어보시는데 차기작에서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차기작은 '미래의 미라이'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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