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튼콜 오를 때마다 눈시울 붉히는 18년차 뮤지컬 배우 김소현 "초심 잃지 않는 배우 되고파"
[인터뷰] 커튼콜 오를 때마다 눈시울 붉히는 18년차 뮤지컬 배우 김소현 "초심 잃지 않는 배우 되고파"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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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그리스', '위키드', '마리 앙투와네트', '명성황후'까지...한국 뮤지컬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배우 김소현
-'나는 나만의 것'은 미완성의 노래..."엘리자벳 준비하며 오스트리아 빈 다녀와"
-실제 남편 손준호와 부부연기… "과거엔 부담스러워 피했다"
-옥주현, 신영숙과 트리플 캐스팅 "각자 매력 달라"
-3명의 '토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카리스마' 준수, '섹시' 레오, '치명' 형식
뮤지컬 배우 김소현/사진=쇼온컴퍼니
뮤지컬 배우 김소현/사진=쇼온컴퍼니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5년 전에 '엘리자벳'을 할때는 데뷔를 다시 하는 느낌이었어요. 출산 후 복귀작이었는데 스스로 부담감도 컸고, 후회가 많이 남았던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후회 없이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입니다."

18년차 경력의 뮤지컬 여신 김소현이 5년 만에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황후로 기억되는 '엘리자벳'으로 돌아왔다.

지난 11월 17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엘리자벳'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아름다운 황후 '엘리자벳'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고부 갈등과 아들 루돌프의 죽음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가상의 캐릭터 '죽음(Der Tod)'의 사랑을 그린다.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된 작품이다.

'모차르트!', '레베카'를 탄생시킨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의 작품으로 1992년 오스트리아 초연한 뒤 27년간 세계 12개국에서 누적 관객 수 1100만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2012, 2013년, 2015년 공연했다. 김소현은 2013년 재연에 참여한 뒤 두 번째로 '엘리자벳'에 참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실제 남편인 뮤지컬 배우 손준호가 황제 요제프 역을 맡아 부부연기를 펼친다.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이었지만, 극적인 인물 '엘리자벳' 연기에 대한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못하겠더라"며 "모든 육신과 정신이 다 빠져나간듯한 그런 상태가 오래가더라"고 말했다.

커튼콜 때마다 관객의 박수에 눈시울을 붉히는 그는 무대와 관객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아는 배우다. 공연이 끝난 뒤 짧지만 뜨거운 박수에 힘을 얻어 오로지 공연과 캐릭터에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다져가는 김소현. '엘리자벳'으로 살아가는 중인 뮤지컬 배우 김소현을 삼청동에서 만났다.

'엘리자벳' 김소현/사진=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 김소현/사진=EMK뮤지컬컴퍼니

◆ 5년 만에 다시 만난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벳'

-5년 만에 '엘리자벳' 무대에 올랐다.

5년 전에 처음 '엘리자벳'을 연기할 때는 데뷔를 다시 하는 느낌이었다. 아들을 낳고 1년도 안 돼서 복귀하는 작품이었는데, 전보다 작품의 규모도 크고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땐 복귀작이라고 생각하니까 나 스스로 부담스럽기도 했다. 좋은 평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사실 배우가 작품을 하다 보면 마지막엔 후회가 남는다. 그래서 언제 '엘리자벳'을 다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한번 다시 하고 싶다 생각했다. 기회가 왔으니 이번만큼은 후회 없이 무대에 서고 싶다.

-스스로 아쉬웠던 점은 어떤 부분인가?

복귀작이다 보니 스스로 잘 해야 된다는 마음이 많이 앞섰다. 작품과 캐릭터를 느끼고 즐기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그땐 공연 기간이 짧았다. 기간이 주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번엔 어떤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한 여성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많은 경험을 한 뒤에 과거에 했던 작품을 다시 만나니까 새로운 느낌이다. 장면마다 느끼는 감정이 그때와 정말 많이 다르다. 또, 한 번 했던 작품이라고 그때랑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거니까. 연출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정을 다지는 작업이 있어서 좋았다.

-연기적으로는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땐 더 순수하고 어려진 것 같고, 나이 든 시절을 연기할 땐 처음 공연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지금은 조금 더 이해하고 연기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결혼생활도 하고 명성황후 같은 무게감 있는 작품도 해보고.

-'엘리자벳'을 위해 특별한 준비도 했다고.

실제 오스트리아에 갔었다. 직접 가서 '엘리자벳'에 대해 느꼈던 점이 정말 크다. 실제 입었던 옷과 걸었던 장소, 답답했던 궁 안에서의 생활을 실제로 보니까 자연스럽게 감정도 쌓이고 연기에도 도움이 되더라. 바로 옆방에 있던 자식들도 못 만나게 하고 그런 감정이 실제 그 장소에 가보니까 돌계단 하나도 느낌이 다르더라. 여자로서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여행했었나?

기간은 길지 않았다. '엘리자벳' 연습 전 열흘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빈에는 3일 정도 있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엘리자벳'에 관련된 장소만 갔었다. 그리고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작품도 해서 파리에 가서 베르사유 궁전, 노트르담 성당,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 가고. 손준호 씨랑 우리 뮤지컬 자유여행 했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다니까.(웃음) 둘 다 작품 속에 나왔던 지명, 장면, 성을 실제로 가서 보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짧았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하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실제 남편 손준호와 부부연기… "과거엔 부담스러워 피했다"

-이번에 손준호 씨랑 같이 부부역할을 하게됐는데.

과거에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이 실제 우리 부부의 모습을 많이 봐서 극 중에서 만난다면 몰입이 깨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서로 만나지 말자고 했다. 같은 작품을 하더라도 일부러 다른 날짜에 공연했다. 그런데 '명성황후'를 같이 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정말 좋게 봐주시더라. 오히려 실제 부부가 연기하니 더 몰입이 된다고도 해주시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분들이 점점 많아지더라. 방송으로 우리 부부를 보시고 좋아하는 분들이 실제로 부부가 같이 공연을 한다고 해서 뮤지컬을 처음 보러 오신다고도 하고, 뮤지컬 배우 입장에선 그것만큼 기쁜 게 없다. 

-손준호 씨가 출연 확정 전까지 '엘리자벳' 출연을 비밀로 했다던데. 

맞다. 손준호 씨는 오디션을 1등으로 붙었다고 입이 귀에 걸려서 지금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사실 작품 하기전까지는 '이 역할에 준호 씨가 맞을까?' 생각했는데 공연을 보니 정말 잘 어울리더라. 깜짝 놀랐다.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고 새롭게 이 캐릭터를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어떤가?

닭살스러운 멘트는 일적으로는 남편한테 잘 안 하는데어제 처음으로 일적인 부분에 대해서 좋은 평과 함께 조언을 해줬다. 손준호 씨가 데뷔를 내 상대역으로 했는데 내가 연차로는 10년이 빠르다. 남편이지만 한참 후배라 항상 일적인 부분에서는 서로 부딪히는 게 많았다. 서로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하고. 그런데 이제는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하면 좋더라' 이런 얘기를 해도 서로 기분 나쁘지 않을 단계까지 왔다. 서로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이다.

-주변 배우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남편과 작품을 같이 할 땐 상대역한테 미안했다. 부부가 같은 공연을 하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그런데 이번엔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토드들도 준호 씨보다 한참 어린 후배들인데도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열심히 잘 하더라. 첫날 배우들한테 '저희를 별개로 봐 달라'고 했는데 정말 다들 그렇게 해줘서 고맙다.(웃음)

'엘리자벳' 넘버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사진=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 넘버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사진=EMK뮤지컬컴퍼니

◆ 한국 '엘리자벳'만의 특징..."배우로서의 고충이 있다"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를 때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그 노래는 잘하기가 너무 어렵다. '나는 나만의 것'에서 '다 이루었다' 하면 그 다음 내용이 나올 필요가 없지 않나. 나는 그 노래는 미완성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빅 넘버고 물론 공연에서는 완성의 노래로 불러야 한다. 그런데 사실 아직은 굉장히 희망이 가득 찬 감정인거지 절망 속에 처절한 노래가 아니거든. 또 10대 시절에 부르는 노래인데 관객분들은 처절한 느낌을 원하는 게 많아서 항상 스스로 벽에 부딪히고 싸우게 되는 노래다. 무대에서 너무 잘 불러도 문제고 못 불러도 문제고, 연기만 해도 문제고 노래만 해도 문제라 배우들이 항상 부담스러워하는 노래다. 극복해야 되는 부분이이지. 워낙 유명한 노래고 관객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달리면서도 부르더라.

달리면서 하는 건 우리 나라밖에 없다. 다른 나라 공연 영상을 보면 쭈그리고 앉아서 일어났다가 잠깐 달리고 그러는데, 이번에 우리는 더 극적인 느낌을 표현하려고 지난 시즌보다 한 번 더 뛴다. 진짜 정말 힘들다. (옥)주현 씨랑 (신)영숙 씨는 키가 커서 성큼성큼 걷는데 나는 다다다다 걷는다.(웃음) 그런데 이런 부분에서 나도 관객도 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아마 그래서 더 박수를 쳐주는 것 같다.

-외국 버전과 또 다른 차이점도 있나?

2막에서 '내가 춤추고 싶을 때'라는 듀엣곡도 다른 나라에서는 턴테이블을 뛰어내리지 않는다. 그냥 서서 부르는데 우리는 한 바퀴 돌기도 힘든 엄청 무거운 벨벳 옷을 입고...그런 걸 이겨내면서 부르기 때문에 더 극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고충이 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웃음) 

-또 다른 고충은 없나?

'아무것도'라는 곡도 드레스 자락을 밟고 계단을 밟아가면서 정확한 위치에 가서 서야 된다. 기술적인 것들을 신경 쓰면서 감정을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하고 보컬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빅 넘버를 만들어준 연출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그럴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엘리자벳'을 처음 하는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느낌이 있다. 지난 시즌에는 내가 (옥)주현 씨한테 '이걸 진짜 한단 말이야? 이걸 할 수 있단 말이야?' 물었는데, 이번엔 (신)영숙 씨가 나한테 그러더라. 그래서 '나도 똑같이 그렇게 물어봤었어' 했다. 사실 나도 '저걸 내가 했단 말이야?' 물어보곤 한다. 그만큼 굉장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고충이 많은 작품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연습실에서 김소현과 토드 역을 맡은 빅스 레오/사진=쇼온컴퍼니
뮤지컬 '엘리자벳' 연습실에서 김소현과 토드 역을 맡은 빅스 레오/사진=쇼온컴퍼니

-감정 변화가 큰 캐릭터라서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우스갯소리로 얘기했는데 일단 창밖을 보면 안 되고, 밤에 혼자 밖에 나가면 안 된다.(웃음)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공연이 거듭될수록 더 심해지고 늪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세수도 하기 싫고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게 된다. 손준호 씨가 옆에서 최면을 풀어주는 느낌이다. 모든 육신과 정신이 다 빠져나간듯한 그런 상태가 오래간다. 나는 낮 공연을 좋아하는데 낮에 공연을 하면 잠들기 전까지 풀어져 나오는 시간이 충분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낮 공연을 했는데도 새벽까지 잠을 못 자겠더라. 장기 공연을 하려면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계속 '엘리자벳' 생각만 24시간 하는 건 아니고 그냥 멍한 느낌으로 있는 시간이 많다.

-본인만의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나?

예능 프로를 본다. 드라마는 거기에 또 빠질 것 같아서 안 보고. 아니면 내가 작품 하면서 놓친 게 있나 작품 자료도 찾아보고. 나는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수첩을 만드는데 거기에 공연할 때 녹음 해둔 것을 들으면서 놓친 부분들을 적는다. 일기는 아닌데 '엘리자벳' 일기처럼 됐다. 빈 노트가 채워지면 나도 역할도 채워진 느낌도 들고 직접 적어놓으면 무대에서도 또 생각난다.

-어떤 장면이 가장 감정 소모가 큰가.

아무래도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감정을 끌어낼 때지. 예를 들면 아들이 매달리는데 차갑게 돌아선다던가 그런 건 나한테 전혀 없는 감정이다. 그런 부분은 극 초반부터 인물의 감정을 잘 쌓아오지 않으면 표현하기가 힘들다. 사실 연습실에선 저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나와서 힘들었다. 그런데 연습할 때 많이 울어보고 극한의 감정까지 가봐야 무대 위에서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려운 부분은 연습실에서 충분히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해보고 연출님과 같이 얘기하면서 인물의 감정을 쌓아나갔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인데 부담은 없었나.

나이대별로 음악과 내용을 잘 넘어갈 수 있게 써주셔서 그 부분은 억지로 감정을 끌어내지 않고 순리대로 가게 된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이런 게 좋다. 나만 잘 추스르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 같고. 지난 시즌 이후 다른 작품을 하면서, 또 인생을 살면서 쌓은 경험들이 도움이 된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나이대가 이해가 가고. 참 사람이 한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감정의 폭이 좁은데, 배우들은 그걸 뛰어넘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내 것처럼 표현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결혼이나 출산의 경험이 배우로서도 내 개인적으로도 정말 돈으로도 살 수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엘리자벳'같은 작품을 할 때는 더욱 도움이 된다. 순리대로 인생을 살면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나의 삶이 작품에 연결되고 밑거름이 된다는 게 요즘 들어서 더 감사하게 느껴지고 행복하다.

-정말 행복한 기운이 느껴진다.

정말 행복하고 전에 했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까 한 회 한 회 공연이 소중하더라. 그래서 사진도 많이 찍게 되고.(웃음) 아니 어떤 분이 SNS에 왜 이렇게 비슷한 사진을 많이 올리냐고 그러더라니까.(웃음) 이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너무 다 똑같은 사진처럼 보이는 거다. 그 정도로 내가 작품에 빠져있다.

'엘리자벳' 김소현과 '죽음(토드)'역할을 맡은 박형식, 빅스 레오, 김준수(시계방향)/사진=김소현 인스타그램
'엘리자벳' 김소현과 '죽음(토드)'역할을 맡은 박형식, 빅스 레오, 김준수(시계방향)/사진=김소현 인스타그램

◆ 트리플 캐스팅 엘리자벳과 토드

-세 명의 토드와 연기하는데 어떤 기분인지.

토드 얘기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지어진다.(웃음) 그냥 단어로 표현하자면 준수는 카리스마, 레오는 섹시, 형식이는 치명적이면서도 감정 표현이 솔직한 느낌이다. 비주얼도 그렇고 각자의 매력이 있다. 모든 배우가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색이 있지만 상대역이 누군지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세 토드와 연기하니 하루하루 신선하고 오늘은 어떤 에너지를 받을까 기대감도 생긴다.

-같은 역할을 맡은 옥주현, 신영숙과는 어떤가?

서로 도움이 되는 존재다. 연습하면서 분위기가 좋았고 셋 다 너무 다른 스타일이라 부딪힘이 없다. 사실 사람인지라 캐릭터가 겹치면 경쟁구도가 있을 수 있는데 워낙 다들 무대에서 오래 생활을 했고 배우로서 결이 다르니까. 서로 '이렇게 하는 거 너무 좋더라', '이 부분은 좀...' 이런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고. 특히 주현 씨는 '엘리자벳'을 많이 했으니까 노하우도 알려주고 이번에 팀 분위기가 진짜 좋다. 보통 이런 큰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당연히 부딪힘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연출님도 큰 소리 낸 적이 없다. 팀워크가 좋다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작품도 잘 나오고 안정도 빨리 됐다.

-토드처럼 세 엘리자벳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 큰일 났네. 어렵다.(웃음) 주현 씨는 카리스마, 영숙 씨는 열정. 나는 뭘까? 우아함이라고 하더라. 우하한데 강단 있게 우아하다고 말해주더라.(웃음)

-관객 평도 많이 보는 것 같다.

많이 보지. 특히 이 공연은 정말 많이 보셨던 분들이 오신다. 그야말로 '엘리자벳 장인'들이 많아서 그분들의 평을 보면 안 좋은 얘기라도 참 캐릭터에 도움이 많이 된다. 내가 의도치 않았던 해석인데도 '이렇게 하는 것 같다'라는 내용을 보면 '그렇게 보이는구나' 생각하고. 그리고 요즘엔 SNS가 발달돼서 후기를 공개적으로 많이 올려놓으시니까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 SNS 쪽지로도 많이 보내준다. 너무 감사하다고 답장을 보내면 '답장도 해주시네요' 하면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나한텐 관객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도움도 많이 되고 자극도 된다.

-특별히 인상 깊은 평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에 어떤 분이 2막 어느 장면에서 어느 장면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엘리자벳을 직접 만나고 온 것 같다'는 평을 남겨줬는데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노래를 잘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 자체가 진실되게 느껴졌다고 말해줬는데 사실 그게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물론 당연히 노래와 연기를 잘해야겠지만, 마음과 마음이 만나서 캐릭터를 이해한다는 것만큼 좋은 평이 없다. 잘했다는 것보다 '이해된다, 공감 간다'라는 평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진짜 감사한 것 같다.

뮤지컬 '엘리자벳' 연습실에서 김소현/사진=쇼온컴퍼니
뮤지컬 '엘리자벳' 연습실에서 김소현/사진=쇼온컴퍼니

◆ 초심 잃지 않는 배우,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유명한 작품은 다 출연했는데 앞으로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는지.

나는 뮤지컬의 황금기에 '오페라의 유령'으로 데뷔해서 정말 좋은 작품과 역할을 많이 했다. 후배들한테 미안할 때도 있어서 실제로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있는데 오히려 후배들이 '언니가 오래 하고 좋은 역할 해서 나도 희망이 있다' 이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더라. 일단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다. 역할이나 무대의 크기랑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인지 궁금하다.

그냥 바로 떠오르는 건...'레베카'의 댄버스. 전혀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 새로움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데 정말 그냥 생각만 하는 거다. 관계자들에게 출연을 어필한느것처럼 보일까봐...그런건 절대 아니다.(웃음)

-SBS 대하사극 '왕과 나'(2007)에도 출연했었는데 드라마는 다시 도전할 생각 없나?

첫 드라마에서 너무 강렬한 신고식을 했다. 당시엔 너무 비슷한 역할을 많이 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다. 그런데 너무 한 번에 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니까 스스로 준비가 덜 된 것에 대한 창피함과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이 스스로 많아서 그다음에 뭔가 주어졌을 때 자신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새로운 걸 하려고 했던 게 너무 창피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만약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잘 준비해서 새로운 장르로 가고 싶은 마음이다.

-커튼콜에 오를 때마다 눈시울을 붉히더라.

여러 가지의 느낌이다. 기쁨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벅찬 것도 아니고... 모든 감정이 많이 들어가있다. 두 시간 반, 세 시간 동안 쏟아내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살다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관객들이 박수를 쳐주는 게 배우로서는 제일 벅찬 순간이다. 많은 배우들이 그 박수소리 때문에 계속해서 중독된 것처럼 무대에 오르게 된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엘리자벳'은 너무 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집에 가선 잠을 못 이룰 정도인데 커튼콜 때는그 감정이 절정일 때다. 분장실 들어가면 엄청 큰 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주변이 무음이 된다. 그때가 제일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더욱 가족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이런 작품을 할 때는 혼자 집에 들어가면 너무 힘들다.

-18년 차인데도 그런 감정이 드나.

아마 30년, 50년 돼도 그럴 거다. 벅찬 감정이나 무대를 준비하는 자세는 경력과 상관없이 다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이 든다. 좀 다른 건 무대에 대한 무서움은 연차가 오래될수록 더 커지는 것 같다.

-무대가 무섭다는 건 어떤 뜻인가?

그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는데 그 경험이 다 좋은 경험만 있는 건 아니다. 실수도 정말 많이 해봤다. 어떤 실수를 하면 얼마나 큰 데미지가 있는지도 알고 지금 내 위치가 어떤 시선을 받는지도 알게 되니까 더 무서워진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도 공연을 했더라.

대학로에서 공연 정말 많이 했는데 잘 모르시더라. 나는 소극장의 무서움을 너무 잘 안다. 옷을 하나도 안입고 무대에 올라가는 느낌이다. 가장 무서운 곳이다. '미친 키스'라는 연극을 했었는데 뮤지컬은 클라이맥스에 노래를 하는데 연극은 계속 대사로 연기를 하니까 완급조절을 못하겠더라. 그 뒤에 기회도 몇 번 있었지만 내공이 부족해서 두려웠다. 

-이번 공연장은 어떤가.

이번 공연장이 제일 어렵다. 보통 대극장 연기는 손도 크게 쓰고 조금 과한 연기를 하고 작은 공연장에서는 섬세한 연기를 한다던가 장소마다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번 공연장은 코앞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멀리 위에서도 보니까 더 어렵다. 모든 관객들 충족시키는 연기를 해야한다.

-무대에 오르기 전 하는 다짐 같은 게 있는지.

있지.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해봐야 된다. 서너 시간 전부터는 뭘 먹으면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 먹고 물만 마신다. 분장도 직접 하면서 베이스부터 다지는 시간을 오래가져야 된다. 얼굴이 다져지면서 마음도 다져지는 느낌이 든다.(웃음) 흥얼거리기도 하고 악보 펴놓고서 다시 체크도 해보고, 전 공연 때 녹음한 거틀어놓기도 하고 혼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나는 캐릭터로 녹아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들어가지는 못하겠더라 순간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충분히 준비하는 시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초심'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지키기 힘들지 않나. 데뷔했을 때의 열정이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지금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싶다. 조금 퇴보하더라도 퇴보한 만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고 노력하는, 열정 많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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