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에 갇힌 투란도트의 '자아 찾기'...오페라 '투란도트'
'증오'에 갇힌 투란도트의 '자아 찾기'...오페라 '투란도트'
  • 주하영
  • 승인 201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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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스테파노 포다 연출,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컷. '투란도트'(레베카 로카)에게 한 눈에 반해 청혼하겠다고 나선 칼라프(호르헤 데 레온)를 둘러싼 병사들./사진=메가박스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기원전 8세기, 그리스 신들의 이야기를 집대성한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어느 날 우주의 공간을 의미하는 ‘카오스’가 생겨났고, 세상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에로스’를 통해 여러 자연현상을 창조하고 수많은 신과 인간을 낳았다.

‘태초의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는 “모든 신과 인간의 가슴 속에 이성을 제압”하는 원초적 생명력, 즉 욕망과 열정을 불어넣어 세상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때문에 플라톤의 ‘향연‘에서 파이드로스는 에로스야 말로 “가장 오래되고 인간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신”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으로 하여금 부끄러운 것에 수치스러워하고 아름다운 것을 열망하며 보다 큰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죽음도 불사하는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이상적인 조직은 없다”고 말한다.

정말로 사랑은 사람들에게 “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신”이며 그 자체로 완벽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장석주 시인은 사랑에 대한 탐구를 담은 책 ‘사랑에 대하여‘에서 “사랑은 종종 피로 물든다”고 말한다.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욕망과 열정이 세상을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파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불과 같은 ‘열정’은 때로 과도하게 타오른 탓에 집착으로 변질되어 파괴를 낳고, 상처로 인해 차가워진 마음은 얼음과 같은 ‘증오’로 화살을 날린다. 이 때문에 그는 “사랑은 분명 그 자체로 알면 알수록 어렵고 복잡한, 그래서 이성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헤겔이 말하는 ‘가장 괴이한 모순’”이라고 말한다.

2018년 1월 이탈리아의 토리노 레지오 극장에서는 매번 파격적인 무대로 화제를 모아 온 스테파노 포다 연출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막이 올랐다.

‘불’같은 열정과 ‘얼음’같은 증오, 인간의 마음이 품을 수 있는 ‘뜨거움’과 ‘차가움’에 관한 오페라인 ‘투란도트‘는 얼음과 같이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불타오르는 사랑으로 인해 죽음도 불사하는 칼라프 왕자,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음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노예 류를 통해 ‘사랑’의 본질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컷. 모두 똑같이 생긴 투란도트들은 얼굴 중앙에 붉은 선을 가지고 있다. 스테파노 포다는 인터뷰 영상에서 '붉은 선은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수의'처럼 보이는 하얀 상의와 하의에 맨발 차림인 '류'(에리카 그리말디)는 더 이상 고문의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자 칼을 꺼내어 자신을 찌를 준비를 한다. 투란도트들은 '류'의 행동을 모두 똑같이 따라한다./사진=메가박스

지아코모 푸치니의 유작으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1926년 초연 당시 지휘를 맡았던 토스카니니가 ‘류의 죽음’까지만 완성한 채 암 치료 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푸치니를 기리며 연주를 중단하고 “푸치니 선생님은 여기까지 작곡하고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푸치니는 오페라 ‘투란도트‘의 결말을 완성하기 위해 3년 반이 넘는 시간을 고민했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오페라는 그의 제자인 프랑코 알파노에 의해 완성되었다. 푸치니는 오페라의 결말 부분을 위해 36개에 달하는 스케치를 남겨놓았는데, 알파노는 토스카니니에게 ‘가장 푸치니스러운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완성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류의 죽음’ 이후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투란도트의 변화와 칼라프 왕자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전개는 많은 현대의 관객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고, 이에 지휘를 맡은 지안드레아 노세다는 오페라를 푸치니의 오리지널 버전의 ‘미완성’ 상태로 남겨둔 채 ‘류의 죽음’ 장면에서 멈출 것을 제안한다.

포다는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러한 제안이 무척 기뻤음을 밝히며, 작곡가가 “진정으로 새로운 어떤 것을 성취하고픈 욕망과 야심”으로 인해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작품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피력한다.

포다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그려내는 ‘투란도트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투란도트의 세계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공연의 진정한 창조자는 관객이다. 오페라 ‘투란도트‘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 한 영혼의 이야기, 한 인간의 성격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실상 투란도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칼라프의 상상 속에 존재할 뿐이다. 혹은 우리가 정신 속에서 스스로를 관찰함으로써 만들어내는 이미지로 존재한다.”

그는 무대 위의 세상을 투란도트의 정신의 세상 혹은 마음의 세상으로 창조한다. 온통 차갑고 냉정하게 느껴지는 무대는 유리로 된 벽, 벌거벗은 육체의 실험실처럼 보이는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연출된다.

막이 열리면 크고 긴 화살을 들고 등장한 사수들이 무대 뒤 벽의 세 개의 문을 향해 화살을 하나씩 차례로 발사한다. 세 개의 문은 매장된 사람들의 흔적으로 보이는 육체의 부분들이 섬뜩하게 드러난 부조가 새겨진 벽을 드러낸다.

“4월에도 눈이 녹지 않는 얼어붙은 세상”은 온 몸에 하얀 칠을 하고 나체로 얼굴의 중앙에 붉은 선이 그어진 채 괴이한 움직임으로 등장하는 무용수들, 흰색과 검정으로 대비되는 차가운 의상을 입고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들, 표정 없는 인물들의 영혼 없는 움직임이 더해지며 그 자체로 ‘얼어붙은 세상’을 표현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컷. 스테파노 포다의 '투란도트'는 똑같은 외모를 한 투란도트 군단으로 '한 묶음의 수많은 다른 자아들'을 표현한다. 하얀 단발과 하얀 드레스의 투란도트들 사이로 헤매이는 검은 옷의 칼라프 왕자(호르헤 데 레온)/사진=메가박스

투란도트 공주에게 청혼했지만 ‘세 가지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한 젊은이의 사형 선고가 내려진 가운데 패망한 나라 타타르에서 도망친 왕자 칼라프가 등장한다. 칼라프는 신기하다는 듯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꿈속을 헤매듯 움직인다. 칼라프는 군중들 틈에 쓰러진 아버지 타타르의 왕 티무르와 그를 보필해 온 노예 류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핏기 없이 쓸쓸한 일그러진 달”처럼 창백한 무대 위로 검은 옷을 입은 채 이질감을 표현하며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이방인인 칼라프와 그의 아버지 티무르 뿐이다. 류는 흰색 상의와 하의로 구성된 수의처럼 보이는 옷에 맨발 차림이다.

숫돌에 칼을 갈 것을 재촉하는 섬뜩한 외침 사이로 젊은 청년에게 자비를 베풀 것을 구하는 군중들 틈에 낀 칼라프는 투란도트의 잔인함을 비난한다. 하지만 이내 투란도트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칼라프는 갑자기 ‘열병’에라도 사로잡힌 듯 “그녀의 아름다움을 정복하고 말겠다”며 청혼할 것을 선언한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명확히 모르면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말하는 칼라프를 아버지 티무르와 류가 간곡히 만류하지만 이미 에로스의 화살에 맞은 그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포다 연출의 ‘투란도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칼라프는 투란도트 공주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며 관객들 역시 누가 투란도트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포다는 투란도트를 짧은 하얀 단발머리에 드레스를 똑같이 입고 등장하는 같은 외모의 투란도트 군단과 투란도트를 상징하는 무용수를 혼용하여 표현한다. 칼라프가 투란도트에게 반하는 장면은 붉은 드레스 치마를 입은 여인이 활을 들고 나타나 화살을 쏘는 장면으로 표현되며, 온통 하얀 드레스 차림이거나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하는 투란도트 공주들은 모두 같은 입모양으로 노래하고 똑같이 움직인다.

2018 TURANDOT, Teatro Regio Torino 2018 Copyright 2018 Stefano Poda.
레지오 토리노 극장(2018)에서 공연된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장면 ⓒ2018 Stefano Poda.

수많은 투란도트 사이를 배회하는 칼라프는 마치 ‘진짜 투란도트 찾기’에 나서기라도 한 듯 한명씩 얼굴을 들여다보며 돌아다닌다. 이는 그 자체로 칼라프의 사랑이 ‘욕망’에 근거한 ‘허상’임을 의미한다.

원래 코믹한 인물로 등장하는 핑, 팡, 퐁은 세쌍둥이처럼 비슷한 옷을 입고 나타나 날카로운 진실들을 신랄하게 전달한다. 그들은 실체도 알지 못하면서 ‘사랑’을 말하는 칼라프를 비웃으며 이렇게 노래한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지? 왕관 쓰고 화려한 옷 입은 사람이지. 하지만 옷을 벗기고 보면 그저 살덩이일 뿐. 먹을 수도 없다네. ... 아무리 고귀한 혈통이라고 해도 팔 두 개, 다리 두 개! 만약 백 명의 아내라면 팔과 다리의 수는 엄청나게 많아지겠지. 미친 놈, 꺼져라!”

죽음과 함께 소멸해버릴 육체의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단 하나뿐인 목숨’을 쉽게 저버리는 ‘사랑에 미친 자’들의 어리석음은 핑, 팡, 퐁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제시된다.

어두운 밤에 하늘을 나는 환상과 같은 ‘희망’을 품고, 마음을 잃으면 곧바로 사그라져 버리는 것임에도 불꽃처럼 끓어오르는 ‘피’ 속의 욕망을 어쩌지 못하는 칼라프는 그 자체로 투란도트가 던지는 수수께끼의 ‘답’을 실천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그가 마지막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에게 뜨거운 “불을 붙이는 얼음”을 상대로 불을 붙이려고 노력하나 그대로 차갑게 얼어붙는 “하얗고도 흰 것”은 다름 아닌 ‘투란도트’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컷. 세 쌍둥이라도 된 듯 비슷한 옷을 차려입은 '핑', '팡', '퐁'은 죽음과 함께 소멸해버릴 육체의 아름다움에 반해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어리석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핑(마르코 필리포 로마노), 팡(루카 카사린), 퐁(미켈디 아찰란다바소)/사진=메가박스

하지만 투란도트는 오래 전 자신의 조상이었던 할머니 로링 공주를 위한 ‘복수’의 마음에 휩싸여 있다. 그녀가 자신의 구혼자들을 향해 내리는 ‘죽음’은 순결한 로링 공주를 농락한 이방인들을 향한 ‘증오’의 복수이며, 자신을 그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겠다는 강한 ‘신념’의 징표이다.

수수께끼의 정답을 맞춰버린 칼라프로 인해 패닉 상태에 빠진 투란도트는 다음 날 동틀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결혼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는 칼라프의 말에 폭주하기 시작한다.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의 이름을 알아내기 전에 잠들 수 없고, 가차 없는 고문과 죽음의 ‘공포’가 시작된다. 사실 가장 유명한 칼라프의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는 공포 속에서 아무도 잠들지 못하는 세상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내일이면 자신이 승리하게 될 것임’을 외치는 상당히 이기적인 노래이다.

그는 ‘사랑’을 말하면서 자신으로 인해 패닉상태에 빠진 투란도트의 마음을 외면하며, 그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티무르 왕을 잡아가려는 병사들을 막고자 오직 자신만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나선 ‘류’의 간절한 사랑 또한 외면한다.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한 미소’ 때문에 칼라프를 마음에 품게 된 류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희생’을 다한다. 온갖 모진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는 류는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라는 투란도트의 질문에 “그것은 사랑!”이라고 답한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은 비록 제대로 고백하지도 못한 채 은밀히 품은 마음일지 모르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꺾이지 않을 만큼 강한 것”임을 토로한다. 포다는 투란도트의 ‘증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지점을 이 장면으로 설정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컷. 검은 드레스를 똑같이 입은 투란도트들은 모든 것을 희생하는 '류'(에리카 그리말디)의 가슴에 머리를 갖다 댄 채 귀를 기울인다. 벽에는 매장당한 시체들로 보이는 육체의 일부가 드러난 부조들이 세 개의 문 안으로 보인다./사진=메가박스

검은 드레스 차림의 수많은 투란도트들 사이로 하얀 옷을 입은 류만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투란도트들은 모두 류의 가슴에 머리를 댄 채 그녀의 마음을 들으려는 듯 귀를 기울인다. 비명을 지르면서도 절대 복종하지 않는 여인 류는 이렇게 외친다.

“저는 모든 것을 잃어도 좋습니다. 이룰 수 없는 희망이라도 좋아요. 이것이 제가 사랑을 바치는 숭고한 방법입니다.”

그녀의 가슴에 귀를 대고 있던 투란도트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여인들은 눈물을 흘린다. 맨 아래에 있는 여인들부터 눈에 고이기 시작하는 눈물은 유령처럼 굳어있던 그들의 얼굴에 ‘슬픔’이라는 감정을 드리운다. 슬픔은 마치 차오르는 감정을 주최할 수 없다는 듯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며 투란도트 군단을 흔들어 놓는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는 류가 칼을 꺼내어 자신을 향해 찌를 때 여인들은 모두 함께 칼을 꺼내 자신을 찌르고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착한 영혼이여,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온화한 영혼이여!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류의 장례를 위한 합창 속에서 투란도트는 자신의 흰색 머리 가발을 벗고 화장을 뭉개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제야 칼라프는 진짜 투란도트의 얼굴과 조우할 수 있게 된다.

스테파노 포다 연출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류'의 장례식 장면. 티무르 왕(심인성)과 류(에리카 그리말디)는 가운데 문을 향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고 모든 투란도트들과 사람들, 칼라프 왕자가 그들을 바라본다.(메가박스 동영상 스틸 컷)
스테파노 포다 연출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류'의 장례식 장면. 티무르 왕(심인성)과 류(에리카 그리말디)는 가운데 문을 향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고 모든 투란도트들과 사람들, 칼라프 왕자가 그들을 바라본다./사진=메가박스 동영상 캡쳐

포다는 인간은 “누구나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고통을 겪고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속에서 성장하며 그 자신 또한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칼라프를 ‘남성’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하며, 오히려 욕망을 불러오는 열정적 사랑과 ‘타자’로 여겨지는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도전을 겪고 수수께끼에 답해야 하는 모든 이들이 꿈속에서 혹은 내면에서 겪게 되는 ‘삶의 여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진화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에 의하면, 인간에게 ‘진정한 자아’란 따로 없으며 대신 “한 묶음의 수많은 다른 자아들”을 마음에 품은 채 “관계 속에서 타인에 대한 개념”을 가지게 된다.

그는 “실수를 통해 배우는 능력을 갖춘 인간”은 관계를 겪어나가며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며, 성장은 “삶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투란도트는 인간의 감정을 느끼도록 만드는 진실한 인물인 ‘류’를 통해 비로소 복수심에 불타는 ‘증오’의 감정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신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투란도트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그것은 분명치 않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증오’가 아닌 ‘사랑’의 감정에 새로이 눈 뜨게 된 그녀가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포다의 말처럼 “투란도트는 우리이고, 나이고, 여러분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또 칼라프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투란도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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