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의 ‘목포행 무임승차’ 사춘기 추억
유인촌 장관의 ‘목포행 무임승차’ 사춘기 추억
  • 김두호
  • 승인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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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대학 입학시즌을 맞이해 성장기에 경험했던 일 중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면?”하고 묻게 되면 아마도 그는 ‘목포행 야간열차의 무임승차 사건’을 끄집어낼 것 같다. 그는 전북 이리(익산)가 고향이지만 부모가 일찍 서울로 이주해 서울서 출생했고 서대문구 중림동 미동초등학교 건너편에 있던 한옥집에서 대학 2학년 때까지 살았다. 다들 알고 있지만 그의 형은 TBC(현재의 KBS 2TV)와 MBC의 프로듀서였던 유길촌(전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이다. 고려대 국문과에 다니던 형이 연극에 빠져 집안에 연극대본이나 책들이 나뒹굴 때 동생도 그쪽으로 물이 들기 시작했고 고2때 교회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추수감사절 기념 연극을 주연 겸 연출하면서 연기무대로 진로를 모색하게 된다.


그 무렵부터 그는 대학입시 준비보다 명동예술극장을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한편은 봉사활동과 여행 등으로 고교생활을 매우 자유분방하게 보냈다. 한성고교 시절 가까운 친구 10명이 뭉쳐 ‘상록수’서클을 만들어 방학동안 충남 당진군 앞바다의 행당섬을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쳐 주고, 포천 산골에서 농사일로 봉사도 하면서 제법 의미 있는 성장기의 추억을 만들었다. 표를 사지 않고 열차를 공짜로 이용하다가 벌을 받았던 일화도 그 무렵에 일어났다.


다른 친구들이 막바지 대입 시험 준비로 밤을 지새우던 고3 여름방학 때 그는 이재환, 부학모, 임선용이라는 친구 3명과 넷이서 제주도 한라산을 목적지로 무작정 무전여행을 떠났다. 일종의 젊은 혈기가 연출한 모험심의 발동이었다. 서울역에서 목포행 야간열차에 승차해 새벽녘 목포역 도착까지 무사히 공짜 여행을 했다고 쾌재를 부르며 빠져나오다가 그만 역무원에게 정통으로 붙잡히고 말았다. 돈이 없었던 무임승차 고교생 넷에게 역무원은 강제노역으로 벌을 내려 목포역 구내의 잡초를 뽑게 했다.



책임을 다하고 나서야 사면을 받았다. 그들은 죄 값을 요령을 안 피우고 아주 열심히 해낸 결과 역무원 아저씨가 감동해 1천원의 용돈까지 손에 쥐어주었다는 얘기다. 그들은 제주도로 가는 배 삯은 공짜로 탈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해 3천원의 예산을 준비해 갔었지만 허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굶다시피 하며 한라산 정상을 구경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남은 돈으로 서울역에서 해장국 한 그릇씩을 나누어 먹고 헤어졌던 추억을 유인촌은 장관이 되었다고 해서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다. 유 장관은 결국 졸업 후 지원했던 선망의 대학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수를 했다. 형의 반대로 첫해는 연극영화과를 지망하지 않았으나 이듬 해 연극영화과가 있는 중앙대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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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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