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협상' 현빈 "단 1초라도 위안 드리는 배우 되고 싶어"
[인터뷰] '협상' 현빈 "단 1초라도 위안 드리는 배우 되고 싶어"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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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협상'서 생애 첫 악역 도전..."짧은 시간안에 치열하게 고민한 작품"
-"연기 매력? 새로운 소재나 이야기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커"
-올해 '협상'이어 영화 '창궐',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열일' 행보
영화 '협상'의 배우 현빈. 영화 속 그는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이자, 인질극을 벌이는 납치범 '민태구'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했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배우 현빈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영화 '꾼'(781만명)과 '공조'(401만명)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타 흥행을 터트린 현빈은 올해 역시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그가 선보이는 작품만 세편. 영화 '협상'을 시작해, 내달 개봉을 앞둔 '창궐', 연말에는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다작' 배우로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그동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시크릿 가든'(2010),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만추'(2011)등의 작품에서 달달하게, 때론 애잔한 로맨스로 여심을 자극했던 현빈은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벗고 강렬한 캐릭터로 과감한 도전을 이어왔다. 

영화 '꾼'에선 사기꾼으로, 영화 '공조'에선 북한 형사가 됐다가, 그리고 이번엔 악역으로 변신했다. 현빈과 악역.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이 조합은 영화 '협상'에서 탄생됐다.

그가 맡은 민태구는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이자, 인질극을 벌이는 납치범으로, 연민이 느껴지는 '현빈 표' 악역을 선보인다.  

영화 '협상' 개봉 직전 인터뷰차 만난 현빈은 "연기는 뭔가를 만들어 낸다는 점이 즐겁다"며 "새로운 것을 계속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지금까지 오게 한 원동력 같다"고 말했다.

영화 '협상'의 배우 현빈. 영화 '협상'의 배우 현빈. 영화 속 그는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이자, 인질극을 벌이는 납치범 '민태구'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했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생애 첫 악역을 맡았는데.

(영화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민태구는 태국에서 한국 경찰과 기자를 납치하고 ‘하채윤’을 협상 대상으로 지목해 인질극을 벌인다. 협상가와 인질범의 실시간 대결을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오직 모니터만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심리전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대치 상황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큰 틀이다. )

고민이 많았다. 하채윤이 민태구에게 연민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기본 전제가 있었다. 태구란 캐릭터에 있어서 '연민'은 중요했다. 만약 연민이란 감정을 도려냈다면 태구는 다른 인물, 나쁜 인물로만 표현됐을테지. 과연 나쁜 캐릭터에서 연민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우선 태구가 채윤에게 단서를 주기 전 태구의 오락가락하는 행동에 대해 "도대체 이 사람은 뭘까"란 궁금증을 이끌어내고 싶었고, 나중엔 태구 편이 되길 바랬다. 실제 협상을 하는 분들은 협상 과정에서 인질범에 동화가 된다고 하더라. 그래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그런 지점들도 고민을 했었다. 

-타이트한 스케줄 속에서도 이 영화에 참여했는데. 이 영화의 매력은

시나리오에 매료됐다. 소재 자체나 민태구란 캐릭터도 그렇고. 시기상 스케줄이 문제였는데, 이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논의 끝에 충분히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짧은 시간안에 치열하게 고민한 작품이다.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던 지점이 있었고 고민을 많이 했던 작품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악역을 원했던 이유가 있었나

악역은 말이나 행동에 제약이 덜 받는 것 같다. 마음대로 해도 되는 지점들이 '착한' 캐릭터보다는 열려있다. 믿도 끝도 없는 '나쁜 놈'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번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현빈이란 배우가 다른 표현 방법을 할 수 있구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구나, 그 정도만 관객분들이 생각해주신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이원촬영방식이 신선했다. 촬영 방식이 힘들지는 않았나. 

(이종석 감독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안에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실시간 이원촬영 방식을 영화에 도입했다. 이 감독은 "협상가와 인질범의 실시간 대결이 실제 상황처럼 와 닿기를 바랐다"며 "최대한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의 연출을 위해 실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현빈과 손예진 두 배우가 서로의 연기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이원촬영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재미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스트레스 보다는 우려도 있었다. 모니터만 보고 연기를 해야해서 초반엔 이질감이 있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편안해지더라. 시사회때 큰 스크린으로 보니 내가 봤던 것보다 훨씬 세게 다가왔던 장면들도 있었고.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하다보니 나름 넓게 보이려 했다. 관객입장에서는 태구가 한 공간에서만 있기 때문에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카메라 밖으로 벗어났다가, 의자도 다른 방식으로 앉기도 했다. 극 속 태구가 상대하는 사람들마다 대하는 말투나 태도라던지 방식들도 계속 바꿨다.

영화 '협상' 스틸 컷. 현빈은 영화 속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이자, 인질극을 벌이는 납치범 '민태구'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했다.

-배우 손예진과 첫 호흡이다. 

함께 연기한 적은 처음인데, 예전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함께 얘기한 적은 있었다.(웃음) 다른 공간에서 따로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촬영을 하면서 예진씨의 에너지가 작은 모니터를 통해 넘어왔던 것 같아 좋았다. 예진 씨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동시에 있는 배우다. 연기적인 측면에서 저의 예측에서 벗어난 지점들이 종종 있었는데, 어떤 방식으로 표현을 할 것인지 기대감이 생기더라. 가령 친한 상관의 죽음을 보고 감정을 크게 터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반대로 안에서 눌러서 표현 하는 방식에 놀랐던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큰 틀은 인질범과 협상가의 대립이다. 심리전의 경우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는가

있는 것 같다. 오고가는데서 오는 시너지 효과들이 순간적으로 확 올 때가 있는데, 그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특히 이번 촬영은 배우들이 같은 공간에서 마주보며 연기한게 아니다보니, 시너지가 순간 맞아 떨어지면 더 극대화됐던 것 같다. 

-이종석 감독의 첫 데뷔작인데, 함께 해보니

너무 재미있으시더라. 엉뚱한 점도 있다. 예진 씨가 참여를 하면서 감독님 사무실에서 리딩도 하고 술자리도 함께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이런 시간들이 결과적으로 촬영할 때 좋은 시너지를 냈던 것 같다. 감독님과 준비단계부터 현장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 '협상' 스틸 컷. 현빈은 영화 속 경찰청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제 범죄조직의 무기 밀매업자이자, 인질극을 벌이는 납치범 '민태구' 역을 맡아 첫 악역에 도전했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배우들이 편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열어주셨다. 태구 자체가 자유분방한 캐릭터여서 현장 분위기와도 잘 맞았다. 특히 이번 현장에선 애드립이 많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받아주셨다. 소품 같은 경우엔 특히 제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당초 극 중 민태구가 앉는 의자 설정은 팔걸이와 바퀴가 있는 쿠션 의자였는데, 나무의자가 더 어울리겠더라. 민태구가 발로 차기도 하고 던지는 상황에 잘 맞을 것 같았다. 태구가 피는 담배 색상도 흰색 보다는 시가 같은 색상의 담배였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고, 라이터도 예전에 모았던 것 중에 태구와 어울리는 제품을 집에서 가져와 사용했다.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소품까지 직접 챙기는가.

점점 욕심이 커지는 것 같다. 작품을 하다보면 방해가 안되는 선에서 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보고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남기고 싶더라. 현장에서 '오케이'싸인이 나더라도 모니터를 봤을 때 아쉽고 후회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결과물에선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런 아쉬움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영화 '협상'을 보신 부모님의 반응은

물론 아들이 출연했으니 재미있다고 하신다. 냉정한 평가보다는 늘 좋게 봐주신다. 그런데 영화의 경우 아무래도 '센' 장면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어머니가 보시면서 힘들어하실 때도 있다. 영화 '공조' 같은 경우엔 폭력신도 나오니까. 이번 영화엔 욕설신이 있어서 놀라실까봐 미리 보시지 말라고 말씀 드렸는데 그래도 오셨다. 다행히 나름 준비기간을 드려서.(웃음) 드라마는 즐겁게 보시는 것 같더라. 

영화 '협상' 주연 배우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올 연말 서스펜스 로맨스물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영도 앞두고 있다.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 소감은

촬영하기가 어려운 소재인데다, 촬영 방식도 그렇고 한 신을 여러 방식으로 찍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인만큼 잘 해내고 싶다. 후반 작업이 많이 필요한 작품이어서 나도 어떻게 담겨질지가 궁금하다. 

-연기에 대한 매력은 무엇인가

재미가 있다. 즐겁고 좋아하는 일이니 하는거겠지만. 요즘 새로운 소재나 이야기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번 '협상'도 그렇고 영화 '창궐'도 그렇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드라마도 한국서 첫 시도되는 AR소재다. 

-작품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있다면

시나리오다. 제일 중요하다. 안그러면 몇 달이란 촬영 기간을 못 버틸 것 같다. 하고 싶지 않거나 만들고 싶지 않은 캐릭터라면 상상만 해도 힘들 것 같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지금까지와 다른 캐릭터면 할 것 같다. 태구보다 더 나쁜 악역도 좋고, 협상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2003년 드라마 '보디가드'로 데뷔했는데. 지난 15년을 되돌아본다면. 

뜻을 굽히지 않고 연극을 계속 했기에 현재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제 나름대로 배우란 직업을 가지면서 치열하게 보냈다. 연기를 떠나서 지금까지 그래도 잘 걸어왔구나 그런 생각은 든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게한 원동력은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즐겁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하고. 호기심이나 흥미가 없어진다면 힘들겠지.

-슬럼프는 없었나

나 역시 겪는다.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아 힘들었던 적도 있었고. 연기자는 외로운 직업 같다. 모범 답안이 있는게 아니니까. 문자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일은 홀로 고독하게 싸워야 하는 일이다. 주변의 조언도 받지만 결국 표현은 당사자가 해야 하니까.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해야 한다.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나

사람도 만나도 운동도 하면서 풀곤 했다. 일을 할 때는 현장에서 극복했다. 나름 잘 극복했던 것 같다. 

배우 현빈/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창궐' 개봉도 앞두고 있는데

'협상'이 잘 되서 '창궐'로 바통터치가 됐으면 한다. 또 '창궐'이 잘 되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까지 잘 넘어갔으면 하고. 만약 잘 안되면 "또 나왔네" 이러실꺼 아닌가.(웃음)

-스스로에 대한 실망도 하는가

많이 한다. 특히 현장에서 엄청 한다. 지금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많이 한다. 경력이 쌓이고 심적 여유가 생긴만큼 고민도 많아진 것 같다. 이런 점들이 앞으로 좋은 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겠지 생각한다. 

-어떤 배우가 되길 바라나

요즘에 드는 생각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 작품적으로든, 제 연기든 어떤 식으로라도 단 1초라도 저를 보는 순간 위안을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본인의 위안은 어디서 얻나

사람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얻는다. 이 일 자체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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