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배우들, 미국 현대연극의 최고봉에 오르다 
아마추어 배우들, 미국 현대연극의 최고봉에 오르다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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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 1주년 기념 연극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고난도 연기가 필요로한 대작 연극...천신만고 끝에 정상 밟은 아마 연극인들의 아름다웠던 도전
한국생활연극협회 창립 1주년 기념 연극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23일 용산 꿈나무종합타운 소극장에서 개막했다. 커튼콜에서 인사하는 아마 배우들./사진=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아마 배우들의 등정 의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태풍이 전국을 흔든 8월 23일 용산 꿈나무종합타운 소극장에서 개막한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생활인들이 오르기에는 가파르고 험난한 현대 연극의 높은 봉우리였다. 그런데 어제까지 직장에서, 가정에서 일상을 살던 생활인들이 천신만고 끝에 정상을 밟은 것이다. 

등정이 매끄럽지 않아 다소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던 관객들은 대단원의 막이 내리자 한동안 숨을 참았다가 박수를 터뜨렸다. 하면 된다는 의지가 대견했고 미숙하지만 기성무대에서 볼 수없는 신선감이 있었다는 격려이기도 했다.

장장 2시간동안 무대에 서서 앙상블을 이뤄야 하는 대작 연극무대는 아마추어들에게는 벅찼고 그래서 무모하다는 말도 들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배우들의 고난도 연기와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 등에 제작비가 많이 들어 전문극단들도 자주 못하는 레퍼터리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포스터

하지만 폭염이 기승을 부린 이번 여름을 오로지 연습에 쏟은 연출가 최영환과 10명의 배우들은 마침내 미국 현대 연극의 최고봉에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물론 프로 연극의 기준으로 보면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점도 있었다. 역시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발성이었다. 땀은 쏟았는데 배우들의 소리가 뻗지를 못해 대사의 디테일이 객석 곳곳에 전달되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것만 극복했다면 최영환 연출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대학로 연극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무대 의상 음향도 생활연극으로서는 최고 수준이었다. 

이날 공연은 아마추어라도 열정과 집념이 있다면 어떤 연극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데 의의가 컸다.

1947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과거의 상처와 영화를 잊지 못한채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블랑쉬, 노동자 출신의 제부 스탠리 그리고 동생 스텔라가 빚는 갈등과 애증을 심층적으로 그려내 아마배우들이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커튼콜에서 인사하는 블랑쉬 역의 조항선과 스탠리 역의 신황철 배우

여주인공 블랑쉬 역을 맡은 조항선은 "여행을 즐기고 춤을 가르치던 내가 우연히 접하게 된 '연극'으로 뜻밖의 여정을 시작한지 3년" 만에 프로배우들도 탐내는 최고의 캐릭터에 도전해 절반 그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더욱 놀라운 생활배우는 스텔라 역의 이주연이었다. 국어선생님으로 강단에만 서온 그가 우연히 연극을 만나 프로 버금가는 역량을 내보인 것이다. 

이 연극의 성패는 거친 성격에 수컷의 욕정이 솟구치는 스탠리 역인데 직장인 연극 개척에 앞장서 왔던 신황철이 배우로 나서 짱짱한 대사와 거친 캐릭터로 무대를 압도했다. 

77세의 노익장을 과시한 박영갑 배우.

미치 역을 맡은 최만수 역시 무대에 선지 2년만에 큰 배역을 소화해냈다. 

이밖에도 영화배우가 되려던 꿈을 아버지 반대로 접고 은퇴 후에 생활연극 배우가 된 77세의 노익장 박영갑, 아크릴 사업으로 성공한 자영업 대표 박태석, 가정주부 양문정, 봉사활동을 해오다 배우의 꿈을 이룬 김형진 등 생활인들이 무대에 서서 일상에서 느끼지 못한 정서적 만족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특별출연한 노윤정은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십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프로배우가 된" 케이스다. 잠깐 나오지만 아이돌의 아우라를 보인 김주영은 TV 드라마에 나오는 탤런트다. 

(사)한국생활연극협회가 창립 1주년 기념으로 공연한 이번 작품은 동국대 공연예술학과 교수이자 협회 부이사장인 최영환 연출에 신황철 박태석 양문정 3인의 이사가 배우로 출연한 생활연극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연극, 생활연극은 학예회 수준이라는 통념을 깨고 생활연극도 최고의 경지에 도전 할 수 있음을 실증한 무대였다. 

우리는 너나없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지만 그 여정의 끝이 천국일지 묘지일지는 이 연극의 아마배우들이 실연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연은 24일 오후 7시30분, 25일 오후 4시, 26일 오후 4시 용산 꿈나무종합타운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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