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손 안에 든 운명, 자유 그리고 죽음...브레겐츠 페스티벌 '카르멘'
거대한 손 안에 든 운명, 자유 그리고 죽음...브레겐츠 페스티벌 '카르멘'
  • 주하영
  • 승인 2018.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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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메가박스 '유니텔 클래시카' 2017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공연장면. 카르멘(가엘르 아르퀘스)과 돈 호세(다니엘 요한슨)./사진=메가박스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운명이란 무엇일까?

사전에 따르면, 라틴어로 ‘fatum’인 운명은 “이야기된 것”을 의미하며, ‘숙명’과 거의 동의어로 쓰인다. 또한 그리스어로 ‘moira’라 불리는 운명은 “할당된 지분”이란 뜻을 가진다. 요약하면, 운명은 ‘신에 의해 예언된 삶의 몫’을 의미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여신들의 예언은 제 아무리 ‘제우스’라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정해진 운명은 신조차 피할 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어떤 힘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따라 자유롭게 나아가려는 인간의 ‘자유의지’는 늘 ‘운명‘이라 불리는 것에 맞서왔고, ‘죽음’이라 불리는 것에 대적해왔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어쩌면 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대항하고 맞서는 열정, 그 ‘자유를 향한 갈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공연장면. 투우사 에스카미요(스캇 헨드릭스)의 승리를 축하하는 화려한 음악과 불꽃놀이가 펼쳐지는 가운데 돈 호세(다니엘 요한슨)만이 외롭게 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다./사진=메가박스

메가박스 클래식 소사이어티에서는 유럽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들을 소개하는 ‘유니텔 클래시카’의 2017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이 상영 중에 있다.

아름다운 호수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장대한 오페라로 유명한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역사는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호숫가에 배를 띄워놓고 무대를 만들어 공연했던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1948년 호수 위에 ‘떠 있는 무대’(floating stage)를 건설하는 방식으로 발전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며 자연과 함께하는 환상적인 오페라로 관객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왔다.

오스트리아와 독일, 스위스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알프스의 보덴 호수에서 매년 여름 7월부터 8월에 이르는 한 달간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무대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 무대와 객석./사진=케빈앤컴퍼니

여름 날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호숫가에 마련된 객석에서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무대를 바라보며 오페라 가수들의 아름다운 노래 선율에 몸을 맡기는 경험은 분명 평생토록 잊기 힘든 기억일 것이다.

이 때문에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듣는 오페라’로서 뿐 아니라 ‘보는 오페라’로서도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오페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17-2018 브레겐츠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은 런던 로열오페라의 감독을 맡았던 ‘카스퍼 홀텐’의 연출과 U2와 레이디 가가, 비욘세와 같은 스타들의 무대 제작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의 합작이라는 점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예술과 기술, 자연의 조합”이라 불리는 브레겐츠의 무대의 경우, 엄청난 사이즈와 변환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무대 디자인’을 통해 보다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브레겐츠의 무대들은 수십 년 동안 디자인계에 새로운 획을 긋는 작품들로 여겨져 왔고, ‘연출’이 강조된 “연극과 같은 오페라”를 관객들에게 선보여 왔다.

 석양이 지는 호숫가에 마련된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무대와 객석./사진=케빈앤컴퍼니

데블린은 ‘카르멘‘의 무대에 관한 인터뷰 영상에서 거대한 두 개의 손 사이로 카드 한 벌이 펼쳐져 있는 무대는 “카르멘이 자신의 운명의 카드를 읽고는 공중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영국의 디자인 매체 ‘디진(Dezen)‘과의 인터뷰에서 무대는 “허공에 뜬 카드가 어디로 떨어지든 따라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카르멘의 운명을 바라보는 자세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7000개의 객석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두 손의 높이는 25m, 넓이는 30m이다. 왼쪽 손에 들려있는 담배와 피어오르는 연기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 혹은 ‘위태로움’을 상징한다. 오른쪽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는 카르멘과 돈 호세의 ‘사랑’과 ‘구속’을 상징한다.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여인의 두 손 안에 펼쳐져 있는 18장의 카드들은 처음에는 하얀 스크린으로 존재하지만 곧 카드 2장이 뒤집어지며 카르멘과 돈 호세를 상징하는 ‘하트 퀸’과 ‘클로버 잭’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트 퀸’은 욕망을 따르는 카르멘의 자유로운 사랑과 영혼을 상징하고, ‘클로버 잭’은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돈 호세의 집요함과 집착을 상징한다.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공연장면. '하트 퀸'은 카르멘의 '자유로운 사랑과 영혼'을 상징한다./사진=메가박스

두 손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나머지 카드들은 무대 바닥에 쌓이며 콘스탄체 호수까지 연결된다. 거대한 카드들은 세비야의 광장이나 밀수업자들의 소굴, 산 속 은신처, 투우장과 같은 무대로 활용되며, 물이 출렁거리는 호수는 실제로 공연에 활용된다.

오페라 대본의 대사 중 일부는 편집되거나 생략된 듯 보이지만 무대 위에 펼쳐진 카드들이 스크린 영상으로 활용되며 인물들의 모습을 클로즈업하거나 그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카드들을 계속 뒤집어 보여주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유추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담배공장 여인들 사이로 카르멘이 등장하며 부르는 ‘하바네라’ 선율은 그녀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사랑은 아무도 길들일 수 없는 새, 그 새가 길들여질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위협해도 길들일 수 없다네... 사랑은 집시 아이와 같아 법 같은 건 알지 못해요. 만약 내가 사랑하게 된다면, 그 땐 조심하세요!”

카르멘은 자신의 사랑이 ‘위험한 것’임을 경고한다. 잡았다 싶으면 도망가고 또 어느새 되돌아오는 그녀의 사랑은 통제할 수 없는 ‘제멋대로의 사랑’이다.

호세는 카르멘이 던진 장미꽃을 바지 주머니 속에 넣었다가 몰래 꺼내어 가슴에 품는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미카엘라는 호세의 어머니의 안부를 전하며 “끔찍한 악마의 제물”이 되지 말 것을 경고한다.

호세의 어머니가 보내는 키스를 전달하며 2중창을 하는 미카엘라와 호세를 바라보던 카르멘은 질투심에 휩싸인 표정으로 칼을 꺼내든다.

담배공장 여인과 싸움을 벌인 죄로 붙잡힌 카르멘은 하사관 호세를 향해 노래한다. “진정한 즐거움은 함께 나눠야 하는 법,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나는 다른 남자를 원해요!”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1막 시작 장면. '카르멘'을 상징하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가 '운명의 카드'를 손에 든 채로 한 남자(무용수)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메가박스

카르멘은 여름 날 쏟아지는 ‘폭우’와 같은 여인이다. 그녀의 사랑은 갑자기 퍼붓는 폭우처럼 피할 수도 없고,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계곡물처럼 방향성도 없다. 아무리 손에 담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녀의 속성은 ‘물’이다.

하지만 호세는 이렇게 답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다면 당신도 나를 사랑해야 하오!”

2막을 적시는 폭우는 카르멘의 ‘열렬한 사랑’을 상징한다. 그녀는 “이번만큼은 일보다 사랑이 우선”이라고 노래하지만, 빗물에 젖어 잉크가 번지고 검게 얼룩진 카드들은 ‘불길함’을 상징한다.

카르멘은 호세에게 부대로 복귀하지 말고 자신과 같이 자유로운 ‘떠돌이 생활’을 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호세는 “조국을 배신하고 탈영하는 것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노래한다.

때마침 등장한 장교가 한낱 병사를 선택한 카르멘의 어리석음을 탓하자 질투심에 휩싸인 호세는 그에게 총을 겨눈다. 결국 호세는 집시들과 ‘떠돌이 생활’에 동참한다.

간주곡과 함께 펼쳐지는 ‘산 속 은신처’의 연출은 놀랍다. 조명이 모두 꺼진 카드들 사이로 모닥불처럼 군데군데 켜져 있는 붉은 조명들, 그리고 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총을 들고 서 있는 집시들, 클라이밍을 하는 등산객인 양 줄에 매달려 에이리얼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곡예사들... 스페이드와 클로버 문양으로 채워진 카드들은 순식간에 거대한 협곡으로 변모한다.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공연장면. /사진=케빈앤컴퍼니

3막에서 타로점을 보는 집시는 노래한다. “카드야, 미래를 말해다오. 누가 우릴 배신할지 사랑할지.”

배경을 이루고 있던 카드 한 장이 뒤집어지고, 낫을 들고 있는 해골 그림의 카드가 나온다. “LA MORT!” 카드는 ‘죽음’을 상징하고, 카르멘은 노래한다. “운명의 책은 진실하기 때문에 만약 무서운 단어가 적혀 있다면 스무 번을 섞어도 오직 죽음을 말할 뿐!”

한편, 미카엘라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집시들의 은신처로 찾아와 호세에게 “어머니가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종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카엘라가 호세를 향해 노래하는 장면이 마치 미카엘라가 카르멘을 향해 호세를 놓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것처럼 연출된다는 사실이다.

‘죽음’의 카드를 본 카르멘이 호세를 떠나보내려 하자 미카엘라는 고맙다는 듯 그녀의 두 손을 잡는다. 하지만 카르멘의 외면은 호세의 집착을 더욱 거세게 만들 뿐이다. 호세는 자신을 거부하는 카르멘을 향해 거칠게 외친다. “우리를 묶고 있는 줄은 죽음 뿐!...떠나지만 다시 돌아오겠소!”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공연장면. '죽음'의 카드를 뽑은 카르멘./사진=케빈앤컴퍼니

홀텐은 카르멘을 ‘죽음’이라는 운명의 카드로부터 벗어나려 애쓰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그린다.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 키스하는 카르멘은 사랑을 말하지만 전혀 웃고 있지 않으며, 에스카미요는 그녀에게 슬쩍 돈을 건넨다. 그녀는 마치 죽음을 막기 위해 에스카미요를 선택한 듯 보인다.

홀텐은 “‘카르멘‘은 운명과 집착에 관한 오페라”이며, 카르멘과 호세의 사랑은 “열정적이지만 건강치 못한 관계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카르멘은 잠시 동안 호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그녀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며 ‘밀수업자’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에스카미요의 접근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타로 점성술사에 따르면, 카드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죽음의 카드는 ‘생의 끝’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만큼의 ‘큰 변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카르멘이 자신의 운명을 점친 카드는 분명 상서롭지 못한 전조였지만 어쩌면 의지와 노력으로 인해 변화로 나아갈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 투쟁에 나선다.

4막이 시작되면 붉게 물든 카드 스크린 위로 붉은 치마를 망토처럼 입고 플라멩코를 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이 비춰진다. 가장 높은 곳에서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붉은 스커트 자락을 휘날리며 춤을 추던 남자 무용수는 욕망과 죽음, 위험을 상징하는 바포메트의 탈을 쓴 남자에게 키스하며 ‘죽음’을 예고한다.

화려한 음악과 현란한 폭죽소리, 스크린에 비춰진 투우사의 움직임, 거대한 두 개의 손 뒤로 펼쳐지는 불꽃놀이... 그 장대함 속에 호수에 몸을 담근 채 돌아올 것을 애원하는 호세와 “그 누구도 나를 소유할 수 없어!”라고 외치는 카르멘이 서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호세를 향해 카르멘이 노래한다. “나도 때가 되었음을 알아. 하지만 살아서도 죽어서도 네 것이 될 수는 없어! ... 난 천성이 자유로운 여자야. 차라리 자유롭게 죽겠어!”

2017-2018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의 공연장면.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돈 호세와 '자유로운 삶'을 갈구하는 카르멘./사진=메가박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이다. 흐르는 물처럼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카르멘에게 호세의 집착은 족쇄이며 사실상 ‘죽음’을 의미한다.

호세의 집착은 카르멘이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는 순간 폭발한다. 홀텐은 호세가 카르멘을 칼로 찌르는 마지막 장면을 이성을 잃은 호세가 카르멘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장면으로 대체한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채 물 위에 떠 있는 카르멘의 모습은 호수 주변에 띄워진 수많은 장미꽃들과 투우장을 상징하는 화려한 카드들과 대비되며 그 비극성을 배가한다.

죽음이 다가올 것임을 예감하면서도 끝까지 ‘자유’를 놓지 못하는 카르멘, 사랑이 아닌 집착에 눈멀어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호세, 그들은 모두 투우장의 황소처럼 투우사를 향해 돌진한다.

자유를 위해 돌진하든, 붉은 깃발에 집착하여 돌진하든 투우사가 그들을 향해 칼을 꽂는 결말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죽음의 카드를 본 카르멘이 호세를 더 거세게 밀어내는 것은 ‘운명‘이라는 거대한 손 안에서 탈출해보려는 그녀의 발버둥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카드들을 공중으로 던져버리며 자신의 운명에 맞서지만 그녀의 ‘자유’를 향한 의지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거대한 운명은 모든 것을 삼킨다. 카르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은 그렇게 스러진다.

거대한 손 안에서 펼쳐지는 두 남녀의 불같은 사랑과 파멸, 그 장대함이 궁금하다면 브레겐츠 페스티벌 오페라 ‘카르멘‘을 통해 확인해 봄이 어떨까? 8월 22일까지 메가박스.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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