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와 토스카니니', 거인들의 아름다운 동행
'푸치니와 토스카니니', 거인들의 아름다운 동행
  • 정욱
  • 승인 200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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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의 주인공 / 정욱


[인터뷰365 정욱]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이태리 피사 지방의 해변에 위치한 토레 델 라고(Torre dil lago). 이태리 변두리에 위치한 이곳에서 매년 여름이면 전 세계의 많은 클래식 음악팬들이 3개월간 열리는 즐거운 음악축제인 <푸치니 페스티벌>을 즐긴다. 교통이 그리 편한 곳도 아닌 이곳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모여드는 것일까?그것은 이 <푸치니 페스티벌>이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를 사랑하는 음악팬들에게 최고의 음악과 무대가 펼쳐지는 최고의 축제이자 꿈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마에스트로 쟈코모 푸치니. 오페라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오랜 세월 속에서도 최고의 작곡가이자 히트 오페라 제조기로 널리 사랑받아온 그는 그 작품성과 예술적 완성을 넘어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기스타였다.




오페라의 메시아, 쟈코모 푸치니


1858년 12월 22일 이태리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방의 루카에서 태어난 푸치니는 대대로 이어온 루카의 성 마르티노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의 전통을 이어받는 음악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가난에 시달리던 푸치니는 어려운 형편을 이끌어 온 어머니와 일곱형제의 생활을 위해 선조들의 뒤를 이어 성당의 오르가니스트가 되어야 했지만 어려서부터 음악과 삶에 대한 남다른 꿈을 가진 푸치니는 모든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음악을 가르쳐 주었던 안젤로니 선생은 푸치니에게 베르디의 오페라를 소개해주는데 그 작품이 바로 오페라 <아이다>였다. 아이다를 관람하고 크게 감동한 푸치니는 자신의 삶에 대한 목표를 깨닫게 되고, 오페라 작곡가의 꿈을 위해 안정적인 오르가니스트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결국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어머니와 외삼촌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한 푸치니는 왕실장학금을 받으며 겨우겨우 학업을 이어갔지만, 1년간의 후원을 조건으로 받았던 장학금이 끝나고는 더욱더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항상 배고픔과 음악에 대한 갈증으로 힘들었던 푸치니였지만 오페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했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의 오페라에 대한 꿈과 노력을 더욱더 높아지고 강해만 갔다. 어렵사리 음악원 졸업한 푸치니는 그의 첫 작품 오페라 <빌리(Le Villi)>를 발표하게 되는데, 처녀작을 발표한 작곡가로서는 보기드문 큰 성공을 얻게된다.


오페라 <빌리>의 성공으로 푸치니의 작품을 눈여겨보던 이태리 최대의 음악출판사 사장 리코르디는 작품의 판권을 사는 것은 물론이요 푸치니에게 정기적인 월급을 제공하며 오로지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게 되는데, 이렇듯 음악인생에 날개를 달게 된 푸치니는 뒤이어 오페라 <에드가>와 <마농레스코>를 성공시키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오페라작곡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인기를 얻으며 오페라 작곡가의 명성을 쌓아가던 푸치니였지만, 항상 그의 음악에 대한 비평은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하였고,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였던 리코르디 역시 푸치니의 음악에 대한 찬사와 함께 알수 없는 아쉬움을 표현하곤 했다.


푸치니, 토스카니니를 만나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푸치니가 그의 음악인생에 최고의 은인인 토스카니니를 만나게된 것이 바로 이때였다. 신참 지휘자로 아직까지 많은 주목을 얻지못하던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프랑스의 가난한 예술가를 소재로 만든 오페라<라보엠>을 통해 푸치니를 만나게 된다. 사실 푸치니는 처음 오페라<라보엠>을 무대에 올리면서 당시 최고의 지휘자였던 ‘레오폴도 무노네’를 원했지만 그의 바램과는 달리 이름도 생소했던 토스카니니가 작품을 맡게 된다. 그러나 토스카니니가 지휘하는 리허설을 지켜보던 푸치니는 곧바로 이 젊은 지휘자에게 신뢰를 얻게 되었고 오래지않아 자신의 음악을 편하게 맡길수 있는 친구가 된다.




이미 푸치니의 작품을 지휘한 경험이 많았던 토스카니니는 자신의 음악적 해석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고, 그가 가진 정확하고 명쾌한 지휘를 통해 푸치니의 작품은 더욱더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적 완성을 선보이게 된다. 이렇듯 토스카니니와의 첫 만남을 통해 발표한 푸치니의 오페라<라보엠>은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되고, 1900년에 밀라노 스칼라극장에서 재공연한 오페라<토스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대성공을 얻게 된다. 이미 로마에서 무노네의 지휘로 공연되었던 <토스카>였지만, 스칼라에서의 대성공은 토스카니니의 탁월한 음악성과 성실함, 정확한 음악적 해석 덕분이었고, 그의 노력을 통해 작품은 더욱더 완벽한 앙상블을 갖게 되었다.


오페라 작곡가로 정점에 서게된 푸치니. 하지만 그에게도 커다란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1904년 푸치니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던 동양을 무대로 오페라<나비부인>을 작곡하며 많은 노력과 열정을 기울이지만, 브레시아에서 초연으로 공연한 <나비부인>은 처절한 실패를 맛보며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과 그를 시기했던 반대세력의 방해로 야유와 아우성만 가득한 실패작으로 하루 만에 무대의 막을 내리게 된다. 이로 인해 푸치니는 큰 실망과 의욕저하로 음악인생에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되고, 음악가로서의 명예에도 큰 상처를 얻게 되는데, 음악적 방향에 대한 갈등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던 푸치니는 다시 한번 토스카니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미 <나비부인>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던 토스카니니는 푸치니와 함께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여 작품의 몇몇 부분을 수정하고 3막으로의 개작을 통해 오페라<나비부인>을 새롭게 구성하는데, 그 해 겨울시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재 공연된 <나비부인>은 토스카니니 지휘의 뛰어난 리드를 통해 완벽하게 부활하며 큰 성공을 얻게 된다. 이렇듯 토스카니니가 함께했던 푸치니의 오페라는 단한번의 예외도 없이 모두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푸치니 자신도 기대하지 않았던 프랑스에서의 오페라<마농레스코>의 성공도 토스카니니에 의해 가능했었고, 1910년 미국 메트로폴리탄에서 올려진 오페라<서부의아가씨> 또한 토스카니니의 탁월한 지휘로 인해 52번의 커튼콜을 받으며 최고의 성공을 얻게 된다.


이제 제가 연주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후 서로간의 오해로 인해 9년 여간 그들의 우정이 단절되었지만, 그 이후에 다시 함께 뭉친 푸치니와 토스카니니는 오페라<마농레스코> 리바이벌공연의 대성공을 통해 다시금 환상의 호흡을 이어가게 된다. 1924년 11월 29일, 후두암을 앓던 푸치니는 치료를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옮겨졌으나, 얼마되지 않아 66세의 화려했던 삶을 마감하게 되는데, 토스카니니는 푸치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장례식에 장송곡을 지휘하였고 푸치니의 시신은 그가 사랑했던 제2의 고향 ‘토레 델 라고’에 묻힌다.




푸치니가 죽은 후, 1926년 4월 25일. 말년에 푸치니가 4년 여간 전력을 다해 작곡했던 미완성오페라<투란도트>가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된다. 작품을 연주하던 토스카니니는 칼라프 왕자를 위해 리우가 자결하는 장면까지 연주하고 청중이 슬픔에 잠겨 있을때 지휘봉을 내려놓고 청중을 향해 돌아서서 이렇게 말한다.


“마에스트로 푸치니선생님이 작곡하신 것은 이 부분까지입니다. 이제 제가 연주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페라 역사속에서 최고의 인기작품과 최고의 인기 작곡가로서 당대를 풍미했던 마에스트로 푸치니에게 있어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음악적 동반자와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넘어 최고의 오페라 작품을 함께 만들고 함께 연주했던 또 다른 마에스트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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