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세계 4대영화제 향한 꿈 꾼다
[단독 인터뷰]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세계 4대영화제 향한 꿈 꾼다
  • 김두호
  • 승인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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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체제 출범
-부산영화제는 한국영화 국제화 교두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전양준 집행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은 "초심에서 시작한다는 각오"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와 영화인이 세계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부산국제영화제(BIFF) 행사 운영의 주체인 집행위원회가 부집행위원장 출신의 전양준(1959∼ ) 집행위원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한동안 집행위원회가 상위 결정기구인 조직위원회와의 갈등으로 집행부 임원들이 물러나는 등 혼란이 따르기도 했지만 영화제 창설의 주력멤버였던 '전양준의 귀환'은 부산국제영화제 진로에 특별한 안정감과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전양준 위원장은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다이빙 벨'의 영화제 공개가 도화선 되어 물러났다가 과거 부산시장의 당연직이었던 이사장으로 돌아온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그리고 지난해 칸영화제 참석 길에 불행하게 돌연사로 타계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창설과 발전에 꿈과 신명을 바치며 살아온 영화제 산파역의 한 사람이다.

누구도 그들이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견하지 않았던 변화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것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글로벌 영화 축제로 성장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쉽게 지워버릴 수 없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윽고 전양준 위원장은 지난 2월 26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개최된 부산국제영화제 총회에서 2018년 10월에 개최될 제 23회 행사계획을 보고하는 것으로 영화제 집행부 수장의 업무를 시작했다.

언제나 차분하고 겸허한 그의 목소리는 변한 것이 없었지만 표정은 아직도 만감이 교차하는 지 인터뷰 내내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사진=인터뷰365

- 항구도시일 뿐 문화적인 특색이 없는 부산시에 국제영화제가 개최되면서 세계의 영화인들이 작품과 함께 몰려와 영화예술의 도시로 국제적인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영화제 개최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21년간 일하다가 밀려나듯이 떠난 뒤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부터 가야할 길이 어렵고 주어진 책임이 무겁다. 처음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온, 나는 지금 새로운 꿈을 꾸며 초심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지나간 시간에 일어나고 겪었던 것들을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다. 앞으로의 얘기를 나누고 싶다.

- 그렇다면 올 10월에 제23회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는 규모나 프로그램 내용면에서 종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계획을 듣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실행하고 추구해온 전통적인 행사 성격이나 프로그램을 토대로 비효율적이고 성과가 없는 일부 부문을 바꾸거나 새롭게 할 뿐이지 큰 틀에서 변화나 개혁을 할 요소는 없다. 우선 위축된 운영조직 시스템의 안정과 사기를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고 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대다수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인정해 주는 관계에 있어서 어려울 것이 없다고 본다.

- 집행위원장 임기가 몇 년인가? 재임기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것이다.

3년이다. 우리의 꿈은 적어도 칸, 베니스, 베를린으로 꼽는 세계 3대영화제의 평가 기준에서 그 다음 차례인 4, 5대 영화제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오래전의 목표였다. 실제 세계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1천여 개 이상의 국제영화제가 개최되고 있지만 짧은 역사를 가지고 부산영화제 만큼 세계 영화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아온 영화제도 드물다. 3대 영화제의 집행위원장들과 영화선정위원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사진 위)베를린영화제 디이터 코슬릭 집행위원장과의 만남(2018), 더블린 근교에서 만난 아일랜드의 거장 감독 존 부어만(2011) 
1970년대 말부터 친교를 맺었던 박찬욱 감독·김은희 부부와 영화 '올드보이' 를 축하하기 위한
칸영화제 '한국영화의 밤' 행사장에서

- 유럽·미주 담당 선정위원(프로그래머)으로 오랫동안 참여하면서 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러시아 소치, 불가리아 소피아,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아르헨티나 마르 델 플라타, 사라예보 국제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기록이 있다. 영화를 통한 국제민간 교류활동에도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심사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세계 영화기행(紀行)으로 보내는 것이 부럽다.

일과 임무가 있다고 생각하면 고달플 때도 있지만 영화와 함께하는 여행이었기에 오히려 즐거웠던 200만 마일이 훨씬 넘는 대장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부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아시아영화에 대한 특화된 영화제의 성격을 잘 활용한 데 있다. 나는 부집행위원장 시절에도 아시아필름마켓 운영위원장을 맡아 해외 영화인들과 교류범위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이쯤에서 과거로 돌아가 보자. 부산국제영화제 내력 얘기가 나오면 으레 초대 집행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지낸 김동호 전 문체부차관과 이용관 이사장, 고인이 된 김지석 부집행위원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 얘기가 나온다. 영화제 창설 초기의 뒷얘기를 들려 달라.

나는 1980년대 중반 '영화언어'라는 영화전문 계간지를 만들면서 부산 경성대 이용관 교수가 재직 중인 연극영화과에 출강했다. '영화언어'의 편집인이었던 김지석 씨도 그 시절에 만났다. 세 사람이 국제영화제에 대한 관심은 희망사항이었다. 그럴 때 서울에서 개최하는 국제가족영화제를 기획한 강우석(영화감독 강우석과 동명이인) 씨와 작가 겸 영화저널리스트로 스포츠서울에 '세계영화기행'을 연재하며 국제영화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김대현 씨 등을 접하면서 국제영화제 창립구상의 실현 가능성이 가닥을 잡기 시작했다.

-김동호 위원장의 합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영화제 개최지로 영화계의 거인들이 모여있는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를 생각했다. 새롭게 부각되는 영화제는 프랑스 칸처럼 해안도시가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주시와 부산시를 두고 의견을 나누다가 김지석 씨가 고향인 부산을 강력하게 희망했고, 우리의 뜻을 실천하고자 나선 김동호 위원장이 당시 문정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후원 창구가 된 김우중 대우그룹 총수 등과 인맥이 작용해 준비 7개월 만인 1996년 9월 제1회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게 되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창설 주역으로 초대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유학파 박광수 감독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된 오석근 초대 사무국장이 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사진=인터뷰365

-영화제 행사는 지원예산이 절대적이다. IMF 전후의 시기에 막을 내리지 않고 또 지난 '다이빙벨 사건' 때도 행사를 계속한 것은 돋보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저력이었다.

영화제를 향한 열정과 영화제의 성공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게 해 준 것 같다. 기회도 따랐다. 부산국제영화제 태동과 함께 국내 영화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던 외국영화가 한국영화들의 흥행기세로 매출판세가 바뀌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초기부터 부산의 영화제 행사라는 이벤트가 부산시민들과 공직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제적인 시선도 모으기 시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경제 위기와 무관하게 성장과 발전의 호기를 잡게 되었으니 행운이 따랐다.

-집행 예산의 대부분이 지자체와 정부의 지원금으로 볼 수 있다. 예산이 100억을 넘어서면서 지자체나 정부에서 감독 기능이 강화되거나 집행부의 방만한 경영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는가? 처벌을 전제로 한 고발의혹도 있었지만 경영상 결함이 지적되어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큰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자들이 되돌아 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집행위원회의 운영 목표의 첫 번째를 투명성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집행부에 처벌받을 정도의 잘못이 있었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사진=인터뷰365

-20년 넘도록 영화제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한국영화들이 3대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이나 부문상을 수상하게 된 뒷받침을 부산국제영화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 온 생각을 하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수상 전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현지 영화인들을 통해 피부로 느낀 결과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와 영화인이 세계로 가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계속 될 것이다.

-전공이 신문방송학인데 어떻게 영화에 몰입하게 됐는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시절 은사 한분이 영화광이었다. 물론 어릴 때 영화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손목에 이끌려 다니며 서울의 재개봉관인 계림극장 등에서 주로 영화를 보기도 했지만 대학시절 영화에 빠지면서 프랑스문화원이나 독일문화원에 출근하다시피 드나들었다. 함께 영화로 우정을 나눈 친구가 강한섭 서울예대교수, 정성일 영화평론가, 신철 영화제작자들이다. 우리가 워낙 살다시피하니까 독일문화원에서는 영화 써클을 위한 별도의 방을 마련해줄 정도였고, 우리는 그때 세계 영화사를 빛낸 유럽의 위대한 작가들을 탐구했었다. 그리운 시절이다. 내 인생이 전부 영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운명처럼 파묻혀 살 줄은 몰랐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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