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조성진 "쇼팽 콩쿠르가 아닌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뷰]피아니스트 조성진 "쇼팽 콩쿠르가 아닌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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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 깨고 싶어"
-2018년 첫 전국 투어 리사이틀 진행..."태어나고 익숙한 한국에서 연주 가장 떨려"
-현재 고민? "30대가 되면 거장도, 젊은 연주자도 아닌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
-"하루 연습은 4시간이 적당...스트레스 받는 성격 아냐"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크레디아
쇼팽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에서 벗어나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7일 부산을 시작으로 10~11일 서울, 13일 전주, 14일 대전까지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진행한다./사진=크레디아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단번에 클래식계의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더 많은 연주 기회를 얻기 위해 쇼핑 콩쿠르에 출전했다는 그는 현재 세계를 무대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평균 4~5일에 한 번씩 무대에 오르며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의 연주 일정은 2020년 말까지 잡혀있다. 지난해에는 자신의 꿈이었던 미국 카네기홀 데뷔 무대와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첫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성진은 2018년 새해를 한국 음악팬들과 함께 한다.
 
7일 부산을 시작으로 10~11일 서울, 13일 전주, 14일 대전까지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진행한다. 그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공연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리사이틀에 앞서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해 쏟아지는 팬과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하면서도 소신있게 답했다. 팬미팅 겸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는 치열한 경쟁(?) 끝에 추첨을 통해 선발된 400여명의 팬들이 참석해 그를 응원했다.
 
이 24살의 젊은 음악가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한걸음씩 힘차게 내딛고 있다.
 
조성진은 "30대가 되면 더 젊은 연주자들이 나올텐데, 거장도 아닌, 그렇다고 젊은 연주자도 아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하고 있다"며 진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이날 조성진이 들려준 베를린에서의 생활과 음악가로서의 고민, 그리고 향후 계획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첫 전국투어 리사이틀에 앞서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 '비창' 3악장을 연주하고 있다./사진=크레디아

◆"쇼팽 콩쿠르 우승자보다는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어"

-2018년 새해를 맞는 기분

나도 94년 개띠다. 지난 3일 한국에 왔는데, 새해의 첫 연주를 한국에서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지난해에도 새해 첫 연주를 한국에서 했는데, 한국에 오면 늘 기분이 좋다. 연주 할 때도 많은 에너지를 관객분들로부터 받고 가는 느낌이다. 이번 연주도 기대된다.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기억에 남았던 연주는

지난해만 100번 조금 넘게 연주 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베를린 필과의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특히 베를린 필과 한국에서 연주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연주를 통해 한 단계 더 올라간 느낌도 들고, 조금더 자신감이 생겼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에 대해선

언젠가는 이 타이틀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조성진의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 피아니스트로 몇 십년은 더 할 것 같은데 쇼팽만 치기엔 아깝지 않나. 세상엔 좋은 곡들이 많으니까. 물론 쇼팽 콩쿠르 전에도 다른 음악을 많이 연주하긴 했지만, 요즘 더 많은 곡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레파토리도 시도하고 있고.

-걱정거리가 있다면

지금은 없는데, 앞으로 다가올 30, 40대에 대한 고민은 있다.

지금이야 쇼팽 콩쿨 우승 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연주 일정에 특별한 걱정은 없다. 연주가 2020년 말까지 잡혀있으니까. 그러나 30대가 되면 더 젊은 연주자들이 나올테고, 그때 거장도 아닌, 그렇다고 젊은 연주자도 아닌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생각을 조금씩 하고 있다.

-30대가 되면 브람스를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브람스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제까지 많은 연주를 해본적이 없다. 30대라고 굳이 얘기를 한 것은 좀 더 연구하고 내 것으로 만든 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고등학교까지 통통했는데, 내 생각엔 체중하고 소리가 연관이 있는 것 같더라. 브람스를 치려면 체중이 좀 나가야 할 것 같은데 30대가 되면 살이 찌지 않을까 싶다.(웃음)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첫 전국투어 리사이틀에 앞서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드뷔시 영상 2집 '황폐한 절에 걸린 달'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Op.13 '비창' 2악장, 3악장을 연주했다./사진=크레디아

◆ "하루 연습은 4시간이 적당...스트레스 받는 성격 아냐"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는데

지난해 8월에 옮겼다. 그동안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실제 베를린에서 거주한 기간은 한달 정도다. 살기 좋고 편하다. 음악가도 많아서 좋더라. 다만 해가 빨리지고 날씨가 안좋을 것만 빼고.

-베를린을 택한 배경

마치 트렌드처럼 최근 젊은 음악가들이 베를린에 가고 싶어하고, 또 살고 싶어하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2016년 프로모션차 베를린에 갔다가 며칠 여유가 있어서 구경을 한 적이 있다. 사실 관광은 파리가 더 좋지만, 베를린은 음악연주회나 오케스트라들이 많아서 음악인들이 살기 더 좋은 곳 같다.

-베를린에서의 생활은

여행을 많이 하다보니 베를린에서는 최대한 집에 있으려고 한다. 연습도 하고, 쉬면서 친구도 만나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 

-집에서 주로 연습을 하나

하루에 4시간만 연습하려 노력한다. 4시간이상은 힘들다. 어깨가 아프다거나 손이 아프다. 4시간 이하나 그 정도로만 연습 한다. 그 이외에는 쉰다.

-좋아하는 음식은

다 좋아한다. 독일에서 맥주를 많이 마신다.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성격상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 아니다.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만나서 밥을 먹거나 쉬고 푹자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연주가 끝난 후 홀로 방에 들어갔을 때 기분은

사실 신경은 크게 안쓰인다. 제가 요즘 여행을 다니면서 연주끝나고 호텔에 혼자 들어갈 때가 많은데, 특별히 외로운 감정은 잘 못 느낀다. 내가 외아들이고, 혼자 있는 게 편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좋다. 연주 후 파티를 한다거나 하면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더라.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식사자리는

베를린 필과 연주가 끝난 후 베를린 필 단원들과 같이 서울에서 밥도 먹고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단원 중에서 이미 알고 친한 사람들도 있어서 즐거웠던 투어였다.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 인물은

너무 많다. 작곡가 중에서 꼽으라면 베토벤과 브람스, 물론 쇼팽도 만났으면 좋겠다.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자도 있고.

-평소 클래식 외 다른 음악도 즐겨 듣는가

사실은 난 클래식 음악을 주로 듣는다. 한국 가수들이 노래를 잘하고 좋은 음악도 많다. 김광석 음악을 좋아해 가끔 듣는 편이다.

◆"내 장점은 집중력...많은 사람들의 클래식화 되길"

첫 전국투어 리사이틀에 앞서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크레디아

-곡을 연주할 때의 마음가짐

드뷔시, 쇼팽 ,베토벤 등의 곡을 칠 때 작곡가마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옷을 입듯, 다른 소리라던가 음악적 해석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 중 하나가 집중력이 좋은 편이다. 작곡가마다 다른 느낌을 내는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 같다.

요즘에는 새 곡을 익히기 전 다른 사람의 연주를 안 듣는 편이다. 나만의 해석이 중요해서다. 연습을 할 때나 연주가 끝날 때나 즐거울 때도 힘들 때고 있다. 연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힘들다. 연습이 잘되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즐겁고.

-콩쿠르 때 현대곡을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현대 레퍼토리의 접근 방식은

현대곡은 어느시점부터가 현대 작곡가인지가 애매하다. 메시앙이나 바르톡을 현대 작곡가로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현대 작곡가의 특징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이는 개개인 작곡가에 따라 특징이 많이 바뀌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리게티는 민속음악, 리드미컬한 작곡법을 많이 썼고, 메시앙은 새소리를 표현한다거나 종교적인 색채를 넣었다. 작곡가마다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내가 해보고 싶은 작곡가는 바르톡이다. 콘체르토 같은 건 연주해보고 싶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대해

제가 너무 보수적일 수도 있는데, 클래식의 대중화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클래식 대중화를 힘쓰시는 분들이 많아 이렇게 말하는게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기도 한데,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화가 됐으면 한다. 물론 내 의견이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르지 않나.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 깨고 싶어"

-2018년 주요 공연 일정이 궁금하다.

이번 전국 투어는 한국에서 처음 갖는 첫 전국 투어다. 리사이틀은 처음이어서 기대가 된다.  9월 정경화 선생님과 연주하게 되서 영광이고, 11월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12월은 도이치 그라모폰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차르트 콘체르토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9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듀오 리사이틀을 위한 준비는 

정경화 선생님을 2011년 초에 처음 뵈었다. 그때부터 계속 저의 멘토처럼, 저를 가족처럼 누구보다 더 생각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존경스러운 분과 같이 연주하게 되어 영광이다. 2012년에 한국에서 두 번의 연주를 한 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완벽주의자시다. 리허설을 굉장히 꼼꼼히 하신다. 힘드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에도 함께 리허설을 하면서 많이 배울 것 같아 기대된다.

-올해는 내한 공연 일정이 많은데

쇼팽 콩쿠르 바로 직후에 한국에서 많은 연주를 하지 못했다. 시간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서 못했다.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한국서 많은 연주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항상 한국에서의 연주는 가장 떨린다. 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너무 익숙한 곳이기도 해서 긴장 되는 것 같다.

-이번 전국 투어에서의 프로그램 구성은

베토벤은 존경하는 작곡가고, 항상 예상 밖의 화성이나 음악적 아이디어를 발견할때가 많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라고 생각할때가 있다. 정말 존경한다.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작곡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에 넣었다. 

드뷔시는 지난해 앨범 녹음을 하기도 했고, 쇼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또 파리에서부터 많은 공부도 해서 이번 프로그램에 넣었다.

(조성진은 이번 전국 투어 리사이클에서 베토벤 소나타를 들려준다. 8번과 30번으로 베토벤 초기와 후기 작품을 1부에 나란히 배치했다. 2부에서는 지난해 발매한 두번째 정규 음반 '드뷔시' 수록곡 중 영상 2집을 들려주며,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첫 전국투어 리사이틀에 앞서 4일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크레디아

-베토벤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리사이틀을 준비하면서 베토벤 음악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는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선입견이다. 베토벤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때로는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베토벤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은 정말 다르다. 초기는 하이든의 영향을 받아서 클래식 고전적인 매력이 있고, 소나타 30번 같은 경우는 같은 작곡가가 썼나 싶을 정도로 스타일이 다른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따라서 연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명에 맞서는 베토벤 곡도 있고 운명을 받아들이는 베토벤 곡도 있는 것 같다.

-매번 다른 환경에서 연주회를 하다보면 홀의 컨디션에 따라 연주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지

나는 어쿠스틱과 피아노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편이다. 어쿠스틱은 바꿀 수가 없다. 만약 홀의 울림이 심할경우, 너무 빠른 템포로 하게 되면 모든 음이 잘 안들릴 수 있어서 페달을 잘 안쓰는 편이다. 피아노는 바꿀 수가 있는데 조율사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 조율사와 대화를 오래하고 조율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말씀 드리면서 함께 조율한다.

- 올해 소망은

지난 12월 31일은 베를린에서 가족들과 보냈다. 1월 1일 오전 12시가 됐을 때 소원을 빌자는 말이 나왔는데, 딱히 소원이 없더라. 올해 목표라기 보다는 앞으로 건강하게 계속 연주를 하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동양인 연주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은 마음도 있다. 외국에서 연주활동을 했을때 인종차별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 아직도 '동양인 연주자가 이럴 것이다'에 대한 선입견이 있더라. 윗세대 연주자분들이 워낙 잘 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외국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선입견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다음 세대들이 선입견을 느끼지 않고 연주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너무 앞서간 건가.(웃음)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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