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가씨'숙희에서 '1987'연희로...흔들림 없는 배우 김태리
[인터뷰]'아가씨'숙희에서 '1987'연희로...흔들림 없는 배우 김태리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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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가씨'로 단번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신예
-'1987'에서 87학번 신입생 연희 역 맡아...묵직한 울림 전하는 캐릭터 완성
-내년 '리틀 포레스트'개봉에 이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 맡아
배우 김태리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배우 김태리는 당차고 경쾌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똑부러졌고 강단이 묻어났다.

김태리는 장편영화 데뷔작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에서 '숙희'역으로 그해 영화제 신인연기상을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단번에 충무로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극단 활동과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그가 무명 생활을 벗고 '빛'을 보게된 순간이었다. 

갑작스런 스포트라이트로 부담감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만도 하지만, 김태리는 흔들림 없이 배우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다.

김태리의 두 번째 영화로 기록될 '1987'은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1987년 故(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그해 6월 민주항쟁까지 가슴 뜨거웠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연에 욕심내기 보다 '묻어 가고 싶어' 선택한 영화였지만, 그는 영화 후반부를 이끄는, 결코 묻어갈 수 없는 묵직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김태리가 맡은 '연희'는 평범한 87학번 신입생이다. 권력의 부당함을 알지만 용기가 없어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1987년 당시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1990년생인 김태리는 1987년 당시 누구라도 겪었을 법한 심경을 담아내야 했기에 "감정신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태리는 "장준환 감독님이 내가 마음이 단단해보인다더라. 연희란 캐릭터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며 "영화를 통해 절망보다는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가씨'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눈코 뜰새 없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올해 영화 '1987' 개봉에 이어 내년 봄에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도 개봉한다. 또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tvN '미스터 션샤인'의 주인공으로도 캐스팅되어 내년 여름경 시청자들과도 만난다. 

내년 아홉수가 된다는 김태리는 "내년에는 어떤 한해가 될지 기대된다"고 싱긋 웃었다. 최근 종로구 팔판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던 김태리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배우 김태리

-'1987'을 만나게 된 계기

이 영화에 앞서 '리틀 포레스트' 출연이 먼저 결정됐다. 그러던 중 소속사를 통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신인이 벌써 주연을 맡은게 부담이 있었던 차에, 조용히 묻어갈 수 있는 작품을 찾았던 것 같다. 근데 시나리오를 보고 이사님께 되물었다. "이 역할이 어떻게 묻어가요?"라고.(웃음)

장준환 감독님을 만났는데 제가 마음이 단단해보인다고 하시더라. 연희도 그래야 한다며. 저와 잘 맞는 캐릭터로 보신 것 같다. 감독님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연희를 중요한 캐릭터로 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엔딩까지 가는 힘을 연희가 잘 받아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연희란 캐릭터는

('1987'은 스물두 살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고 사건의 진상이 은폐되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냈던 사람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속 연희는 수감중인 민주화 운동 인사의 비밀 서신 배달을 하는 교도관인 삼촌(유해진)의 부탁으로 옥중 서신을 대신 전하기도 하고, 첫 미팅을 하러간 명동 거리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침묵에 동조하고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권력이 부당함을 알고 그에 맞서는 이들이 선택이 옳다는 것을 알기에 갈등 또한 깊어진다.)

분노하지만 나서지 않고 각자의 삶이 바쁜 보통 사람들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연희다. 그래서 감독님도 이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더라. 

사실 처음 시나리오의 연희를 봤을때 이해가 안됐다. 다들 용기있게 나서는데, 연희는 운동에 나서는걸 멀리하고 외면하니까. 그런데 그 시대에도 연희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 같다. 대학생들이라면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겠지만, 일반 시민들은 연희 같지 않았을까 싶다.

-캐릭터에 중점을 둔 부분은

연희가 양심 있고 인간적이지만, 그럼에도 차단하고 벽을 쌓는 인물이란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작정 외면하거나 귀를 닫는 사람이 아닌, 나름의 이유가 있는 그런 모습. 외삼촌과 말다툼을 하는 장면에서 잠깐 아버지가 노동운동을 하다 죽었다는 전사가 나오는데, 대사로만 나온다. 잘 전달이 될까 걱정도 됐는데, 이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얹혀서 굴러가는 힘이 있더라. 영화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다.

영화 '1987'에서 김태리는 평범한 87학번 신입생인 연희를 맡았다. 권력의 부당함을 알지만 용기가 없어 섣불리 나서지 못했던 평범한 시민을 대변한다. 

-연기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가족신을 찍기 위해 대구와 목포에서 2주 연속 지방촬영을 했는데 감정신이 워낙 많았다. 감정이 몰아치더라. 굉장히 힘들었다.

연기를 한 후 부족함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편이라 자책을 좀 많이 한다. 감정신은 모든 연기 중 가장 어렵고 극복해야 할 과제 같다. 촬영 초반에 겁이 나서 이부분을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괜찮다"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건 그만큼 진짜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니 오히려 더 좋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시더라. 감정신은 촬영 내내 고통스러울 정도로 어려웠던 것 같다.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 책도 많이 읽으면서 역사를 파악했다. 개인적으로 연희는 노동자의 딸이다. 캐릭터를 끌고나가기 위해선 연희의 전사가 굉장히 중요했다. 노동자의 삶이나 다큐를 많이 찾아봤다. 

고 이한열 열사의 경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구체적인 역사는 몰랐다. 영화에서 연희가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신문에서 발견하고 광장으로 뛰쳐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찍기 전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얼마나 무서웠을까. 갓 대학생이 된 어린 사람이 정말 큰 사명감을 가지고 했다기 보다는 그 역시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앞으로 걸어갈 미래가 있는데, 목숨을 버려가며 하는 이 일이 얼마나 두려웠을까. 너무 아파서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시작한 행동이 죽음으로 이어질지 누가 알았을까. 이런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감정이입이 되더라. 광화문 촛불 시위때 봤던 피켓 중에 "이게 나라냐"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 말이 공감되는 영화다. 가족을 눈 앞에서 때리고, 말도 없이 고문실로 끌려가서 생사도 모르는데, 이런 상황에서 연희는 '내가 대체 어디서 살고 있는건가'란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1987'를 통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것, 절망보다는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에 연희가 수많은 관중을 보는 심정처럼 '세상에는 아직 이런 힘이 남아있구나, 바꿀 수 있을꺼야'란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분노가 분노로만 남지 않고 문제 의식을 갖는다면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영화는 숨쉴 틈이 많은데, 관객분들께 어둡게만 비춰질까봐 걱정도 된다.

배우 김태리

-전공이 신문방송학이다. 연기자란 꿈은

사실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고민을 했다. 성우도 해보고 싶었고, 발음에 자신이 있어 아나운서의 꿈도 있었다. 근데 재미가 없었다. 학교 커리큘럼이 실기보다는 이론 수업이더라. 연기를 하고 싶었다.

-연기 시작은

대학교 1학년때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대학생활을 즐기자는 생각에 여러 동아리를 돌았는데, 선배들의 공연을 보니 관심이 생기더라. 당시 연기는 아무 것도 몰랐고, 연극은 거의 본적도 없던 시절이었다. 동아리에서 연기를 했는데 그 안에서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흥미가 생기고 더 잘하고 싶더라.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잘하는게 아니라 애들이 못하는 거였다.(웃음)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을 하고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했다. 

-영화 데뷔가 늦은 편이다.  

선천적으로 그런지 조바심은 없다. 그런데 최근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을 봤는데, 배우 장첸이 당시 15~16세에 찍은 작품이라더라. 그 나이대의 내 모습이 담긴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

데뷔작 영화 '아가씨' 속 숙희 역을 맡았던 김태리
데뷔작 영화 '아가씨' 속 숙희 역을 맡았던 김태리

-영화 '아가씨'이후 바쁜 연기활동을 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크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바깥에 나가면 좀 조심스러워진 것? 작품 선택의 폭도 많이 넓어졌다. 내년 7월경에 드라마가 방영되는데, 주변에서는 드라마가 시작하면 많이 달라질 거라 말하더라. 사람들도 많이 알아볼테고, 바깥 출입은 거의 못한다고 겁도 주고. 

(김태리는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는 2018년 방송예정인 tvN '미스터 션샤인'에 이병헌과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김태리는 촬영에 돌입했다고 했다.)

-사람들이 알아본다는건 좋은일 아닌가

체질에 안맞는 것 같다. 기대보다는 무서움이 앞선다. 드라마 출연이 인기를 바라고 출연한 건 아니니까. 집에서 머리 질끈 묶고 안경 끼고 있다가 CF에 나오는 내 얼굴을 보면 '쟤는 누군가' 싶다.(웃음)

-드라마에서 배우 이병헌과 호흡을 맞추는데.

내년 7월경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있다. 굉장히 기대된다. 선배님으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봄에는 영화 '리틀포레스트'도 개봉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올해 1월부터 가을까지 촬영하며 사계절을 보냈다. '1987'과 촬영을 같이 했는데, 두 작품간의 간극을 넓히기 위해 외모적으로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려 했다.'1987'에서는 내가 고집을 부려서 앞머리를 내렸다.

('리틀 포레스트'는 시험, 연애, 취업 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항상 찾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다사다난했다. 많이 바빴고 일들도 많았다. 시간이 되면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이 아홉수다. 내년 어떤 한해가 될지 기대된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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