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도전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배우 김혜수
[인터뷰]도전하는 그녀가 아름답다, 배우 김혜수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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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작가
배우 김혜수/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작가

[인터뷰365 김리선] 30년차 배우 김혜수. 늘 그에겐 '독보적인 존재감'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차이나타운', '관상', '도둑들', '타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늘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던 그다.

김혜수가 이번에는 첫 액션 느와르에 도전했다. 느와르 영화 '미옥' 역시 김혜수가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 속 그는 범죄조직의 2인자로, 은퇴를 눈앞에 둔 나현정을 맡아 극 전체를 이끌어나간다. 몸을 던지는 거친 액션 속에서도 처절하고 절박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영화 '미옥'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느와르 장르에서 여성중심의 느와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흥행을 떠나 한국 영화계에서 의미 있는 시도다. 김혜수는 "여성적인 시각과 이해도로 훨씬 더 중무장을 한 작품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혜수의 '미옥', 그리고 그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첫 액션 느와르 도전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액션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느와르란 장르를 좋아한다. 느와르란 정서가 좋다. 배신이나 복수의 코드가 있고, 아름답게 말하자면 '피의 미학'이나 미장센도 있고. 눈물이 흐르지 않더라도 쓸쓸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이 영화는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 밀도가 얼마나 촘촘히 채워져 전달이 되느냐가 관건이었다. 얽히고 설킨 세 인물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데, 느와르란 틀안에서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된다.

-액션신이 많았다. 촬영은 어땠나.

액션이 풀로 쭉 갈때는 하고 나면 정말 헉헉 거릴정도로 힘들더라. 액션을 해본건 처음이라, 영화 속 소품들이 궁금했다. 극 중 글라인더로 싸우는 격투신도 있는데 돌아가는 톱날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표현하나 싶었다. 실제 소품을 보니 모터도 그렇고 굉장히 정교해서 진짜 같더라. 톱날 부분은 설사 몸에 닿더라도 전혀 다칠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소리도 그렇고 무게감도 있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똑같다.

-영화 속 나현정(김혜수)과 웨이(오하늬), 김여사(안소영)간 세 여성의 구도가 인상깊었다. 

극 속 눈에 띄는 역할은 나현정(미옥)이지만, 웨이나 김여사, 현정은 깊고 끈끈한 연대감 같은게 있다. 사실 이들 연대가 훨씬 더 강해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찍었는데 편집된 부분도 있고. 극 속 웨이는 어린 나이에 녹록치 않은 인생을 겪었고, 현정한테는 웨이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가는 후배이기도 하다. 현정이 웨이에게 말하는 "너와 김여사를 퇴직 처리하면 나는 은퇴할 꺼다'라는 대사처럼 서로 연대나 빚이 있는 관계다. 김여사는 큰 조력자이지만, 미옥에겐 선배같은 존재이자, 미옥을 끝까지 보호해주는 관계다.

-안소영 배우와의 호흡은

너무 좋았다. 촬영할때 모니터로 선배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묘하더라. 뭔가 다르구나, 독보적인 매력이 있으시구나 싶었다. 특히 선배님의 눈이 너무 좋았다. 정말 배우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왕년의 스타' 그런게 전혀 없으시다. 실제로도 굉장히 다정하고 순수하신 분이다. 늘 따뜻하게 후배와 스태프들을 진심으로 챙긴다. 예전에 비해 촬영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자랑스러워하셨다. 오랜만의 영화 출연이라며 너무 행복해하시더라. 영화에 대해 갈망하는 순수한 그 모습이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선배님이 더 많은 스크린에 나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미옥' 스틸 컷
영화 '미옥' 스틸 컷

-극속 상훈(이선균)은 현정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정도로 사랑을 갈구한다. 배우 김혜수가 끌리는 남자 스타일이 궁금하다

과거에 만났던 남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없다. 스타일이 다 다르다. 이상형이 필요가 없어지더라. 내가 마음에 끌려서 사귀는 사람들은 이상형에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끌렸던 것 같다. 이상형이라고 정해둘 필요가 없더라.

-극 중 현정의 가죽 의상이 눈에 띄던데. 느와르적 설정인가 

단순히 보여주려고 입는 것이 아니다. 가죽트렌치가 뻣뻣한데 싸울때 입으면 얼마나 불편하겠나. 적들의 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칼이 악어가죽을 뚫기가 힘들다더라. 조직원들을 다수 상대해야하는 현정의 입장에서는 나름 준비를 한거다. 물론 촬영 당시 입었던 건 진짜 악어 가죽이 아니다.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가 흔치 않다

여성적인 시각과 이해도로 훨씬 더 중무장을 한 작품이 꼭 느와르가 아니더라도 많아지기를 하는 바람이다. 

-최근 인상 깊이 봤던 영화는

얼마 전 영화 '용순(신준 감독)'이를 봤다. 제작비가 1억이라는데, 완성도가 높았다. 시나리오도 그렇고 연기도 너무 좋았다. 여성을 주체로, 성장스토리와 섬세한 감정을 잘 담아냈더라. 반갑고 소중했던 영화다. 포스터가 예뻐서 내용도 모르고 시사회에 갔는데, 영화를 보고 팬이 되서 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석했다. 특히 용순역의 (이)수경이가 연기를 참 잘하더라. 수경이와 영화 '차이나타운'에 촬영도 함께 했었는데,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도 굉장히 잘했다.

-평소 영화를 자주 보나

사실 영화를 많이 안본다. 같은 영화를 두 번 본 경우도 별로 없다. 내가 출연한 영화도 여러번 봐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웃음) 물론 좋은 영화가 있다고 들으면 찾아서 볼 때도 있다. 영화 '차이나타운' 때는 한준희 감독님의 영화들을 다 찾아봤고, 영화 '굿바이 싱글' 때는 김태곤 감독님 작품들은 다 봤다.

배우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작가
배우 김혜수/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작가

-작품활동을 안할 때는

주로 빈둥거리다.(웃음)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는 소문도 있던데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긴 너무 민망하다. 그림을 배우지도 않았고, 안그린지 꽤 됐다. 그리고 싶을 때만 그린다. 어느날 초록색이 너무 좋다 싶으면 초록색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여러 색상을 골드와 섞고 싶으면 그렇게 해서 막 그려본다. 붓보다 손으로 그리는게 편하더라. 섬세한 디테일이 떨어져 보이니까. 아...이렇게 말하니 엄청 뭘 하는것 같다.(웃음) 취미라기보다는 굉장히 즉흥적이고 순간적으로 하는 거다. 그린후 보면 굉장히 허접하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한 친구가 있었는데, 몰래 카메라로 찍고 캔버스에 얼굴을 카피해 거기에 색을 입혀 생일 선물을 준 적이 있다. 난 이런 작업들이 즐거운거다.

-사진도 찍나

한 때는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 현장을 몰래 찍기도 했다. 현장에서 몰두하는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은 정말 멋있다. 멀리서 들키지 않게 망원렌즈로 찍는다. 카메라를 배운 적이 없어서 일단 찍어놓고 본다. 몰두하고 있는 그 얼굴들이 너무 좋더라. 내가 알던 사람들의 매력적인 포인트들이 있는데 그 순간을 기다렸다 찍는거다. 그러면 정말 멋지게 나온다. 찍은 사진을 인출해 선물로 준다. 손목에 물이 찼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엔 잘 안찍지만.

-영화 속 현정은 은퇴를 꿈꾼다. 배우로서 은퇴를 고민했던 적이 있나.

시나리오를 보고 끌렸던 부분이 현정이 모든걸 끝내고 은퇴하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불현듯 혹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나. 그러다가 좋은 작품을 보면 또 용기를 내는 거고. 늘 이런 과정을 겪는 것 같다.

-향후 액션물 제의가 들어온다면

예전엔 액션에 겁이 많이 났다. 한번 해봤다고 용기가 불끈 솟는건 아니지만, 작품이 좋고 배우로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도망다니지 않을 것 같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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