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인도' 감정했던 파스칼 코테, 공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감정전문가
[인터뷰]'미인도' 감정했던 파스칼 코테, 공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감정전문가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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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기술총괄 담당...공학자이자 예술작품분석사로 활동
-"'미인도' 기존 감정결과 변함없어...보고서 증거 미채택은 예상했던 일"
-본인이 개발한 광학분석기법 통해 모나리자 원화 10년간 분석..."4개의 층으로 이뤄져"
프랑스 공학자이자 예술 작품 분석사인 파스칼 코테는 직접 개발한 투영 조명과 2억 4000만 화소의 특수 광학 카메라를 활용해 모나리자를 분석했다. 다양한 파장의 빛을 이용한 그림 스캔으로 밑그림을 포함한 원작의 다양한 층을 심층 분석한 결과, 모나리자가 4개의 초상화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파스칼 코테가 몸담고 있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렘브라트, 샤갈, 피카소, 마네, 르누아르, 반 고흐 등 1500여점 이상의 작품을 촬영한 바 있다. /사진=amPR

[인터뷰365 김리선] 프랑스 공학자이자 광학 기술자. 그리고 예술 작품 분석사. 동떨어져보이는 두 분야에서 전문가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파스칼 코테(1958~)는 세계적인 미술 감정회사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기술총괄이자, 자신이 만든 특수 카메라로 '모나리자' 원화를 10년간 심층 분석해온 '모나리자' 연구의 석학으로 불린다.

이러한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서라도, 국내에서는 지난해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여부 감정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그가 몸담고 있는 뤼미에르 감정단은 자체 과학적 기법으로 분석한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2%에 불과하다는 감정결과를 발표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1년이 흐른 현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다빈치 얼라이브:천재의 공간' 전시 홍보차 내한한 파스칼 코테를 만났다. 그는 "'미인도' 감정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채우는 작업을 마치고 현재 검토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올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감정 결과와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파스칼 코테는 "이번에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아닌, 모나리자를 위해 이 곳에 왔다"고 말하면서도 "(미인도와 관련해서도)자유롭게 질문해달라"며 스스럼 없이 말했다.  

-지난해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감정 결과 위작이라고 발표했는데

우선, 난 '위작이다'라고 말한 적은 없다. 지난해 11월 의뢰를 받아 천 화백의 진품 9점과 비교 분석을 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에)속할 것이란 확률이 굉장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현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 결과에서) 변하는 것은 없다.

-'채우고 있다'라는 의미는

내 보고서가 비판을 받았던 점 중 하나가 실제 진품에 대해서도 100%란 수치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결과 분석 보고서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더 알아듣기 쉽게 다시 한번 풀어서 내용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럽(GRUBB)이란 통계학자가 만든 시스템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이 시스템의 이점은 '예스' 또는 '노'로 답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 시스템의 경우 "이 그림은 나머지 9개 그림(진품)그룹에 속합니다, 안 속합니다"처럼 간결하고 명확하게 답해준다. 전처럼 통계학적인 수치를 내 스스로 해석하는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말해주는거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대답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이다.

-결과 공개는 언제 할 예정인가

지금 출간 전 마지막 검토 단계다. 내가 몸담고 강의하고 있는 이탈리아 볼료냐 대학에서 올해 안에 먼저 출간하고 공개할 것이다. 과학적 내용을 담은 기사여서 과학지에 실릴 예정이다. 

-당시 한국 검찰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분석결과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는데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왜냐면 볼료냐 대학의 한 법학과 교수가 내가 제출하기 전 보고서를 읽어보더니 "당신이 만든 보고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더라.

-그 이유는

내가 사용한 분석 기법이 이 분야에서는 새롭다는 것이었다. 심사하는 입장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채택하려면 기존 전통적인 분석 기법이라던지, 연구 방식에 따른 것이어야 하지만,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은 처음부터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거였다. 결정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냐는 설명이었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여부 감정에 참여한 프랑스 공학자이자 예술 작품 분석사인 파스칼 코테는 "'미인도' 감정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채우는 작업을 마치고 현재 검토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작업 결과를 올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감정 결과와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사진=amPR

-광학분석기법을 통해 '미인도'를 분석했는데, 언제 처음 시도한 건가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분석할때나, '모나리자' 원화 분석시에도 사용했다. 광학을 이용한 그림 분석 기법은 내가 처음으로 시도한 거다. 

1996년 특수 광학 카메라를 내가 처음 개발했고, 그 카메라에 대한 특허도 1998년에 냈다. 이후에 루브르에 처음으로 광학 카메라를 소개하면서 2001년부터 4년간 루브르 연구소에서 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스캔을 하기 위한 촬영 조명도 개발했다. 보통 조명은 구로 되어있기 때문에 빛이 나가는 분사각도가 따로 있는데, 개발한 조명은 처음부터 일정하게 그림안에 같은 양의 빛이 들어갈 수 있게 개발된거다. 계약이 끝날때 쯤인 2004년경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 촬영 의뢰를 해왔다.

(파스칼 코테는 직접 개발한 투영 조명과 2억 4000만 화소의 특수 광학 카메라를 활용해 모나리자를 분석했다. 그가 설립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렘브라트, 샤갈, 피카소, 마네, 르누아르, 반 고흐 등 1500여점 이상의 작품을 촬영했다. 또 19세기 작품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공주'가 레오나르도의 작품이란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세계적 명화 '모나리자'를 10년간 연구를 해왔는데.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적인 작품이자, 세계적인 명화로도 꼽힌다.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그림은 초상화 이상의 아이콘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할 뿐 아니라, 제일 많은 모사가 되고 있는 그림이기도 하다. 또 이 작품이 끌리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림 안에서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그림이 여러층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생동감을 더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파스칼 코테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이용한 그림 스캔으로 밑그림을 포함한 원작의 다양한 층을 심층 분석한 결과, '모나리자'가 4개의 초상화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밑그림(초안), 진주 머리 장식을 한 여인의 초상화, 그리고 리자 게라르디니의 초상화, 모나리자 초상화 등 4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여러층의 그림으로 구성됐다는 '모나리자'의 분석결과에 전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라워한다. 전시 관람인들의 반응을 보면 부정적이지 않다. 내가 모나리자 분석 결과를 루브르의 디렉터나 그 위의 상임위원회에 보여드렸을때도 그들은 그리 놀라워하지 않더라. 그 중의 일부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다더라.

프랑스 공학자이자 예술 작품 분석사인 파스칼 코테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를 재조명하는 '다빈치 얼라이브:천재의 공간' 전시를 찾았다. 내년 3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시될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루브르 의뢰를 받아 모나리자 원화를 10년간 분석해 밝혀낸 비밀을 공개한다. /사진=amPR    

-엔지니어와 예술분야는 전혀 다른 분야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예술작품 분석을 하게 됐는가

난 빛을 이용해 스캐너를 제작하던 광학 엔지니어였다. 어느날 고객이 찾아왔는데, 원단 재질업자였다. 그가 작은 색상 차이까지도 잡아낼 수 있는 스캐너를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작하게 됐는데, 이 기술을 유용한데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루브르 박물관에 문의 하게 된거다. 원단의 작은 색상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스캐너라면 그림의 색깔도 스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거다. 그러면서 루브르 박물관과도 함께 일하게 됐다. 작품 분석 제의도 받게 된거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루브르도 굉장히 만족해 하고 있다.(웃음)

-루브르 박물관과 현재도 함께 일하고 있는가

현재는 같이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관계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내게 어떤 정보가 있으면 루브르 측에도 항상 얘기한다.

-원래 예술 작품에 관심이 많았나

전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그림 자체에 대해선 문외한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예술문야 공부도 많이 했다. 지금까지 1800여개의 미술품을 스캔하고 분석했으니.

-작품을 분석할때 중요하게 여기는점은

우선 기술적인 안목으로 그림을 본다. 사용했던 원료가 어떤건지, 복원이 됐는지, 복원이 어느정도 됐는지, 균열 현상이 어떤지 등이다. 분석이 다 끝났을때야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미적인 감상을 한다.

-현재 진행중인 작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또 다른 작품들을 분석을 하기 위해 리서치를 하고 있다. 아울러 모나리자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시리즈로 나올 것 같다. 이 책을 꼭 끝내고 싶은데 현재로서는 쓸 시간이 없다. 이번 '다빈치 얼라이브' 전시회 일정으로 러시아, 멕시코, 스위스, 뉴질랜드, 미국 등 빡빡한 해외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 관람객들에게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천재지만, 노력하는 천재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다빈치가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힘든과정을 거쳤는지를. 어떤것도 쉬운건 없다. 일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건 없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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