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글로벌' 아리랑의 첫 단추 끼운 기타리스트 함춘호
[인터뷰]'글로벌' 아리랑의 첫 단추 끼운 기타리스트 함춘호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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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촌장'은 나의 아리랑...'아리랑'은 아주 오래된 대중가요"
1980년대 '시인과촌장'으로 데뷔한 후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관통해온 기타리스트 함춘호. 조용필, 신승훈, 김광석, 이선희, 이문세, 인순이, 양희은, 이승철, 임재범 등 당대 정상급 가수들의 히트곡 음반엔 그의 이름이 늘 함께 했다. 이번에 그는 아리랑과 대중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인터뷰365 김리선] 기타리스트 함춘호. 1980년대 부터 '시인과촌장'으로 활동하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활동해온 그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를 관통해온 음악가다. 조용필, 신승훈, 김광석, 이선희, 이문세, 인순이, 양희은, 이승철, 임재범 등 당대 정상급 가수들의 히트곡 음반엔 그의 이름이 늘 함께 했다. 수많은 앨범에 세션 연주자로 참여한 그는 현재까지도 대중가수들이 함께 하고 싶어하는 기타 세션 뮤지션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후학 양성(서울신학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뿐 아니라 음악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가 이번엔 '아리랑' 연주를 위해 기타를 들었다. 데뷔한지 38년만의 새로운 '도전'이다. 1980년대부터 대중음악의 중심에서 대중들과 함께 호흡해왔지만, 국악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온 그다.

그는 16일 '함춘호 아리랑 스케이프(Arirang Scape)' 공연에서 전통 아리랑과 현대 대중음악의 결합을 펼쳐보인다. 국악기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악기들로 아리랑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부담감은 컸고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나 그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습 강행군을 소화해내며 열정을 쏟아부었다. 함춘호는 "아리랑은 아주 오래된 대중가요라는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 시대가 부르는 아리랑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40년간 대중음악 중심에서 기타 줄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해온 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공연에는 새롭게 만들어진 아리랑 연주 뿐 아니라, '기타리스트' 함춘호를 탄생시킨 '시인과 촌장'의 음악과 연주자로서 참여했던 곡들을 들려준다. 

16일 공연에 앞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함춘호는 "세계에 내놓아도 낯설지 않는 아리랑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중가요 분야에서의 대표 아티스트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제안을 듣고 예전 고통이 생각나 도망가고 싶었다.(웃음) 예전에 국악 협업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힘들고 낯설었다. 그리고 후회했다.(웃음) (그는 지난 2015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등과 기악독주곡 '산조'를 협연한 바 있다.) 국악과 양악기의 형태를 가진 대중음악의 만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풀어낸 국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왔다. 물론 좋은 경우도 많았지만, 모난돌처럼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컸다.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러더라. 아리랑은 아주 오래된 대중가요라고. '아리랑'은 우리의 한과 아픔을 위로해온 아주 오래된 대중가요라고 생각하니 '그럼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 아리랑X5'은 전통과 현대를 너머 다양한 장르의 다섯 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아리랑'의 5가지 변주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명창 이춘희, 현대무용가 안은미, 뮤지션 양방언이 공연을 마쳤으며, 함춘호 기타리스트가 '함춘호 아리랑 스케이프(Arirang Scape)'란 주제로 네 번째 주자로 나섰다.)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담아낼 아리랑 공연이 궁금하다.  

이번 공연은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들의 시도이기도 하고, 전통 아리랑과 현대 대중음악의 결합이기도 하다. 한(恨)도 있지만, 흥도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예전 러시아에 사는 한인들이 아리랑의 전통 멜로디에 그들의 삶과 문화를 풀어내는 것을 봤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알수 없는 오랜 뿌리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나는 40여년 간 대중 음악분야에 몸담으면서 대중들과 호흡해왔다. 어떻게 보면 이 시대가 부르는 아리랑일 수 있겠다 싶었다. 내 나름대로 현재의 대중가요를 아리랑으로 해석해 멋지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기더라.

일반적으로 국악 프로젝트들의 경우 뭔가 거창한 의미나 명분을 찾으려고 하는데, 그러면 더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자꾸 과장하려하고 힘이 들어간다. 이런 것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게 아닌가 싶더라.

-준비 과정은.

국악과 연결이 없던 아티스트가 이런 작업을 하다는 점에서 과연 국악적인 색깔을 잘 낼 수 있을까, 많이들 궁금해 하실것 같다.

물론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 잘 되고 있다. 특히 음향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이번 공연은 소박하지만 힘이 있다. 같은 세대에 연주하는 아티스트들과 아리랑에 대해 재해석을 하고 있다.

대중들의 관심도 높다. 티켓이 '완판'됐다고 하더라. 오시는 분들이 우리 음악을 통해 전통과 대중가요가 전혀 다른게 아니라 우리의 정서를 노래하는것이 아리랑이라는 생각을 같이 나누고픈 마음이다. 

기타리스트 함춘호는 '함춘호 아리랑 스케이프(Arirang Scape)' 공연에서 전통 아리랑과 현대 대중음악의 결합을 펼쳐보인다. 그는 "80년대부터 노래를 했는데, 40년가까이 음악을 하다보니 포크, 발라드, 댄스 이런식으로 10년 주기로 음악이 변하더라. 그런 시기때마다 변화를 겪으면서 한 고개를 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국악과 대중음악의 접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38여년간 음악 생활을 해온 나로서는 사실 이런 작업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대중음악과 국악의 접목은 쉬운일이 아니더라. 국악은 멜로디가 단순한데, 전통 5음계 안에서 미세한 음의 조율을 통해 감성을 표현한다. 이 5음계 안에서의 작은 음정의 변화만으로도 감정을 마구 흔든다. 그래서 국악기는 평균조율이 어렵다. 손의 감각이나 입의 감각으로 소리를 내지 않나. 그러나 내가 사용하는 악기는 평균 조율된 악기라서 감정 컨트롤이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 엄두를 못냈던 부분이기도 하고.

그런데 고민 해온 연주의 시간과 쌓인 음악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에 스페인 문화원과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마드리드와 라스팔마스에서 현지 각나라 영사,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국대중음악사 100년이란 주제로 공연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당시 세계가 열광하는 K-팝, K-컬처의 근원이란 주제로 레파토리를 만들어 기타 공연을 했는데, 처음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라보는 것 같았다. 기타를 이상하게 치는데, 뭔가 묘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히 한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았던 덕분에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기립박수를 쳐줬다.

해외에서 외국 음악 형태가 아닌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고민을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 음악을 좀 더 쉽게 풀어내기 위한 출구를 조금은 본 것 같다. 문을 열고 발전시키는 역할은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의 숙제지만, 문을 여는 열쇠의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고정적인 멜로디를 풀어내고 확장시키는 작업이 어려웠다. 단순한 곡이지만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하니까. 기본적으로 형식이 짜여있는 연주가 아니고 함께 맞춰 나가야 하다보니 연주자들도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

함께 하는 최우준, 임헌일 두 기타리스트 역시 색다르고 무게감이 있는 이번 공연을 부담스러워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음악을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웃음)

폼잡고 무게잡는 그런 곡이 아닌, 이야기가 있고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곡을 들려주고 싶다.

-가수 장필순, 유희열, 소울맨 등 음악 동료이자 후배 가수들도 게스트로 참여 한다.

나의 음악 전환기, 나의 '아리랑'에 있어서 이 친구들이 나의 아리랑 고개를 함께 넘어갔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이번 공연에 초대했다. 장필순씨는 90년대 대중가요 전환기를 맞으며 만났던 가수고, 유희열씨는 대중음악의 팬덤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를 함께 했던 동료다.

모든 소개글에 '시인과 촌장'으로 소개되는 글들을 보면서 나에게는 '시인과 촌장'이 나의 아리랑이란 생각이 든다. 

80년대부터 노래를 했는데, 40년가까이 음악을 하다보니 포크, 발라드, 댄스 이런식으로 10년 주기로 음악이 변하더라. 그런 시기때마다 변화를 겪으면서 한 고개를 넘는 것 같았다. 함께 공연하는 장필수, 토이의 유희열 모두 그 시대 대중문화의 고개를 넘던 그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이다.  프로그램에 '서른즈음에'를 넣은 이유는 김광석씨가 그 당시 저의 음악에 있어서 한고개를 담당했던 시간적인 동반자였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친구를 기억하면서 소울맨이라는 보컬리스트를 통해 연주와 노래가 같이 어우러진 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송창식씨와는 원래 함께 무대에 오르기로 했었지만, 상반기에 성대결절 수술을 받으셨다. 현재 회복 중이시다. 요즘 환절기로 목 상태가 안좋으셔서 공연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라. 아쉽지만 못모시게 됐다.

-'SAZA밴드'의 최우준 기타리스트와, '아이엠낫'의 임헌일 기타리스트도 게스트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분명한 개성을 갖고 있는 이 두 기타리스트들과의 협연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궁금하다. 

( 함춘호, 최우준, 임헌일 기타리스트는 '서곡'(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을 베이스로 한 '아리랑 스케이프1', '고양이', '아리랑 환상곡', '아리랑 랩소디' 등을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이들과 함께 하면 뭔가 멋진 색깔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풀어내는 소리도 많이 다를 것 같다. 내가 두 사람을 안고 가면서 함께 조율할 예정이다. 최우준, 임헌일, 그리고 내가 함께하는 아리랑은 국악기보다도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음악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기타를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한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기타리스트 함춘호

-잠시 화제를 돌려보자. 연주하는 기타가 궁금하다. 국내 제작 기타를 주로 쓰는 걸로 알고 있다.

클래식 기타 같은 경우는 예전에는 스페인에서 많이 들여왔다. 그러나 스페인은 한국과 기후가 다르다보니 현지에서 만들어진 악기가 우리나라에 오게 되면 소리가 안좋아진다. 아무래도 기온이 변화되면 주요 재료인 나무에 영향을 주게 되니까. 이후엔 일본에서 제작된 기타를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우리나라 제품이 외국 제품보다 뛰어나다. 우리나라 환경에 맞춰 제작된데다, 제작 기술도 뛰어나고, 좋은 나무를 사용한다. 그리고 주문할때 요청을 하면 내가 원하는대로 맞춰서 해주기 때문에 더 좋다.

-아리랑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내가 초등학교 시절, 사촌형이 기타를 치곤 했다. 난 기타를 먼발치서 바라보곤 했다. 놓여진 기타 줄을 하나씩 건드려보면 아리랑 곡의 느낌이 날때가 있었다. 피아노에서도 검정색 건반만 쳐보면 음이 딱 아리랑이더라.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자라면서 대중 음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고, 난 국악은 만나지 않을꺼라 생각했다. 당시 책임감도 없었고. 그러나 문화교류로 외국을 찾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우리 음악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 내놓을 국악 음악을 내놓을 수 있겠다란 쓸데없는 자신감이 들기도 했었다. 물론 2년전 산조를 협연하면서 그 자신감은 무너졌지만(웃음). 아직 만나기엔 먼길이구나 싶었다.

-어떤점이?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간 생각의 골이 깊더라. "이래야만 클래식이야, 이래야만 국악이고, 대중음악이야" 이런 충돌되는 생각들. 포지션에 대한 양보보다는 형식을 중시하고 자존심을 세웠다. 서로 만나려면 많은 길을 넘어야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는 그런 부담감이 없다. 그래서 참여하게 됐다. 공연에는 국악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로 국악을 표현하려 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이번 공연은 대중음악이지만 조금은 자유스럽고 재즈적인 요소에 우리의 한과 전통을 담으려고 했다.  마치 레게음악을 듣더라도 우리가 어색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듯 세계에 내놓아도 낯설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아리랑이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 첫 단추의 시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이번에 자신감이 생기고 좀 더 생각이 정리가 된 것 같다. 다음에는 체계화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아리랑을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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