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고선웅 연출의 극단 마방진과 신주쿠 양산박의 김수진 연출의 만남.
연극 '시대는 서커스의 코끼리를 타고'는 음식에 비유하면 잡탕 또는 비빔밥, 양식으로는 연극과 쇼가 어우러진 엔터테인먼트 같다.
2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말하고 많은 상황을 보여준다. 관객으로서 재밌고 감동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 작품이 토해내는 메시지는 친미인가 반미인가, 일본적 시각인지 한국적 시각인지 헷갈렸다.
이 공연은 일본 작가 테라야마 슈지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지만 한국 현역작가 백하룡의 체취와 사변이 짙게 배어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에게 미국은 커다란 우산같은 존재고 문화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젊은세대들 일부는 미국을 동경하고 선망한다. 백하룡 작가는 미국이 반드시 혈맹난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 사건을 통해 은유하고 비판한다. 기지촌의 에레나, 정인숙 피살사건, 광주 민주화운동에 희생된 미희, 윤금이 피살사건, 그리고 미국 여배우 진 할로우까지.
그 배후에 도사린 미국의 또다른 잔영을 조명한다. 영어를 공부하자로 시작해 서부극을 거쳐 아메리카에 대한 연설까지 6개의 챕터에 나름대로 의미와 재미를 부여했지만, 풋볼의 규칙에 의한 행복론 실험 등은 중심에서 벗어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금 현실-끝없는 전쟁 공포 속의 한국, 우리가 어떤 스텐스를 가져야 하는지 묵직한 고백성사같은 반전 메시지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무한한 상상력과 극적인 실험, 직설로 승부하는 마방진과 김수진 연출의 '케미'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흥미를 모았고 연극을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형식도 보여주었다.
극단 마방진 배우들의 열기 높은 에너지와 잘 닦여진 기량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재일교포 3세 국악연주가 민영치 음악그룹의 연주도 큰 몫을 해냈다. 11월 1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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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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