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훈 연출로 재발견된 채만식 희곡 '제향날'
최용훈 연출로 재발견된 채만식 희곡 '제향날'
  • 정중헌 편집자문위원
  • 승인 2017.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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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사람]
연극 '제향날'/사진=국립극단
연극 '제향날'/사진=국립극단

[인터뷰365 정중헌 편집자문위원]1930년대에 씌여진 채만식의 희곡 '제향날'이 최용훈 연출에 의해 생명력을 얻었다.

'제향날'은 옛날얘기처럼 평면적인 희곡이 배우와 연출에 의해 입체적인 역사로 되살아나 단편소설같은 상큼한 맛을 풍겼다.

채만식은 소설을 썼지만 이 희곡을 통해 3대의 역사를 녹여내고 있다. 동학과 삼일만세와 사회주의다.

남편 제삿날 밤을 까며 외손자에게 들려주는 최씨(강애심)의 가족사는 무심한듯 말하지만 격동의 세월에 부대낀 진한 회한이 서려있다. 동학 농민운동을 주도했다가 옥고로 세상을 뜬 시아버지, 삼일만세운동에 앞장섰다가 끝내는 생이별한 남편, 그리고 고학으로 일본 유학을 하며 사회주의에 경도되는 장손.

그 모진 풍파를 겪은 최씨는 혈맥이라는 '불씨'를 신주처럼 지켜왔다. 채만식의 구전 형식 희곡은 최용훈에 의해 보는 역사로, 사람 냄새 물씬한 우리 이야기로 다가왔다.

최용훈 연출은 우선 관객이 이해하도록 연극적 요소를 잘 살려냈다. 할머니가 외손주에게 들려주는 지나간 사건들을 살아있는 인물들로 재현함으로써 관객들도 극중의 역사 현장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연극 '제향날' 장면
연극 '제향날' 공연장면

또 무대 구조나 장치는 현대적이지만 그 시대 특유의 맛깔스런 대사나 분위기를 살려 잔 재미를 준다. 그러면서 계속 구르는 돌처럼, 꺼지지 않은 불씨처럼 면면한 민족성과 가족애라는 주제를 살려낸 점은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이 연극의 중심은 배우 강애심이다. 필자는 신인시절부터 그의 가능성을 내다보았는데 이번에 산전수전 다 겪어 넋이 나갈 법한 캐릭터를 과장없이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정감있게 표출해냈다.

모친 역 김용선의 눈물겨운 모정 연기는 관록이 묻어있고, 박윤희의 순사 연기도 멋졌다.

다만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직설적이기보다 상징적으로 표현했으면 극의 아우라가 더 오롯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고른 연기가 젊게 변화된 무대, 의상 등과 어우러져 무지 아픈 우리 현대사를 옛날얘기처럼 재밌게 엮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11월 5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

연극 '제향날' 포스터/제공=국립극단
연극 '제향날' 포스터/제공=국립극단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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