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리어왕의 한국적 재현…신선했던 연극 '바보 리어'
[리뷰]리어왕의 한국적 재현…신선했던 연극 '바보 리어'
  • 정중헌
  • 승인 201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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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인배, 무대인생 40년 응집력 쏟아내

연극 '바보리어'포스터

【인터뷰365 정중헌 편집자문위원】곤룡포를 입은 리어왕. 최영환 각색 연출의 '바보 리어'는 가을시즌을 여는 셰익스피어의 재해석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리어왕'은 국내서도 자주 공연되는 레퍼터리 중 하나지만 한국적으로 재현한 '전통극 형식의 리어'여서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서양의 비극을 동양의 비극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무리수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면서도 중요한 지를 보여준 역작이었다.

필자는 최영환 연출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유학에서 연기와 연출을 전공하고 동국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비극적으로 파멸하고 마는 한 인간의 고통스런 삶의 여정을 왕조시대의 우리 상황으로 옮기면서도 '현대성'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희랍 비극을 연상케 하는 구조의 소금무대가 그것이다. 고해의 바다, 마치 사막과도 같은 소금밭에서, 끈적이는 인간의 행동들은 더디면서도 아날로그적 상상을 펼치게 했다.

다만 리어를 우리 전통극으로 해석하려 했다면 무대적 요소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했는데 천착되지 못한 점, 특히 심장의 박동과도 같은 북 장단과 한맺힌 소리 등이 무대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다.

연기 인생 40년의 고인배 배우

리어왕 역의 고인배 배우는 무대인생 40년의 응집력을 쏟아냈다. 곤룡포에서 누더기 광인으로 유전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을 온몸으로 소화해 낸 것이다. 연기 경력이 고르지 못해 앙상블이 약했던 무대에서 그는 무게 중심을 잡으면서 '들리는 대사'로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첫 공연 탓인지 감정의 흐름과 동선에서 흔들리긴 했지만 '고인배의 바보 리어'로 기억될만한 숙성된 연기력을 내보였다.

고지식 역을 맡은 신황철 배우는 두 눈을 일고 피눈물을 흘리는 처연한 이미지로 비극의 캐릭터를 각인시켰다. 지건 역 이원희의 연기가 무대에서 빛을 발했으며, 가화공주 역의 강양은의 관록과 교화공주 역의 김세영의 풋풋함도 대비되면서 조화를 이뤄냈다.

가능성 있는 젊은 배우들이 많았지만 아직은 극 속에 용해되지는 못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고비에서 버거움을 드러냈다. 대도구를 활용한 무대는 좋았지만 조명이 전반적으로 어두워 몰입에 힘이 들었다.

더욱이 공연시간이 2시간을 넘어 지루한 대목도 있었다.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극적으로 분석해낸 셰익스피어의 서사구조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려는 번안 연출의 고민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전통극으로 승화하지는 못했으나 셰익스피어가 던진 존재론적 화두를 우리 감성으로 풀어내려 한 중견 연극인들의 시도는 힘이 있었고 가능성도 보였다. 9월 17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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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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