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제왕' 권상우
'눈물의 제왕' 권상우
  • 김지수
  • 승인 200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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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선생님 김지수의 ‘내가 경험한 스타’ / 김지수



[인터뷰365 김지수] 남자 하나가 무대 위에 올라서더니 손으로 자기 뺨을 힘차게 철썩 때린다. 눈물이 주룩 흐른다.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 뺨맞고 우는 연기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은 여00입니다." 10초 동안 자기소개를 하라고 시켜보니, 가장 눈에 띄게 발표한 지망생의 눈물연기였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방법으로는 환하게 웃기와 노래, 춤 등이 있지만 눈물연기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 절절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배우의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주인공과 같은 심정으로 감정 이입되어 자신도 모르게 눈물짓게 만든다. 그렇게 울다보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지기도 하고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가 풀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억지로 눈물을 짜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감정몰입으로 역할의 진정성이 느껴져야 된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눈물연기는 그만큼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연기 지망생들이 가장 잘하고 싶고, 꼭 배우고 싶어 한다.

권상우의 특별한 눈물연기

현재 눈물연기를 잘하는 배우들 중에 좀 특별한 이름은 바로 ‘권상우’이다. 그의 눈물연기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부하의 죽음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등 돌리고 앉아 흐느끼며 눈물을 절대 보여주지 않았던 톰 행크스의 눈물과는, 영화<파이란>에서 뚝방에 등 돌리고 앉아 흐느끼는 최민식의 눈물연기와는 또 다르다. 또한 슬픈 눈을 갖고 있는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송승헌이 보여준 모성을 자극하는 눈물연기와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빼고는 울면 안 된다는 사회적 정서를 반영하듯이 눈물을 보이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남자 배우들에 비해 권상우는 적극적이면서도 다양한 눈물연기를 보여주었다.


국내를 비롯해 한류열풍의 일으켰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권상우의 눈물연기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상대 여배우인 최지우의 빰을 타고 흘러내리는 권상우의 눈물연기는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김희선과 함께 연기한 <슬픈연가>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눌러 쓴 털 모자로 살며시 눈물을 훔쳐내며 웃는 모습은 장난끼 어린 얼굴 속에 숨어있는 남자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못된 사랑>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여인을 바라보며 눈 전체가 빨갛게 물들어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조금은 반항스럽고, 거친 악동이었다면 이 드라마를 통해 그는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로 변해있었다. 비록 드라마 시청률은 높지 않았으나 그의 눈물연기는 남자의 눈물이 진정 슬픔이고 뜨거운 심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멜로의 황제’라는 칭호를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몰입의 방법과 힘을 아는 연기자



권상우는 신인시절, 연기연습을 할 때 자신의 부족한 점인 발음을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장점인 감수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권상우는 그 여느 남자배우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었다. 운동도 좋아하지만, 연극과 영화를 보고, 책읽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얻으려고 하였다.


어느 날 여러 남여배우들과 함께 눈물연기를 연습하면서 누가 가장 눈물을 잘 흘리는지 감수성 테스트를 하는데 당시 신인이었던 권상우가 가장 먼저 눈물을 흘렸다. 신인이, 그것도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드물어서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는 밤에 잠들기 전에 슬픈 상상을 하면서 연습하는데 처음에는 눈물이 잘 안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시간을 재면서 1분 이내에 눈물 흘릴 수 있도록 연습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 가장 슬퍼지고 눈물이 잘 나오는지 체크하라고 과제를 내주었다. 1주일 후 다시 눈물연기 테스트 하는데, 권상우는 1분 이내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진짜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이 훈련받던 신인들은 권상우의 눈물연기에 자극받아 매일 밤 연습한 후 1, 2개월이 지난 후에 다들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권상우의 진짜 힘은 몰입하는 데 있다. 그 몰입의 힘은 눈물연기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그는 무엇을 하는지 몰입을 잘한다. 운동 할 때에는 운동 하나에만 몰입해서 몸짱이 될 때까지 연습하고, 연기할 때에도 다른 거 생각안하고 그 역할에만 몰입되어 연기한다. 그리고 그의 몰입은 다른 사람들이 권상우를 따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남자들은 운동을, 신인배우들은 눈물연기를 따라한다.


지난 여름, 크고 작은 일로 연기 하나에만 집중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권상우는 강한 남자가 되기 위해 발음교정은 물론 머리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변하고자 ‘조철중’ 역할에만 몰입하였기에 앞으로 개봉하게 될 영화 <숙명>에서 우리는 또 다른 모습의 권상우를 기대해도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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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인터뷰 365 기획위원. 백제예대 연예매니지먼트과 강사, 상명대 연극영화학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김선아 권상우 남궁민 유아인 이나영 이하나 구혜선 한지혜 등 연기지도, 현 '김지수연기아카데미' 학원장, 국제대학교 모델과 겸임교수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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