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버지의 이름으로’ 40년만에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마에스트로 정명훈
[인터뷰] ‘아버지의 이름으로’ 40년만에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마에스트로 정명훈
  • 유이청
  • 승인 201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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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을 여는 정명훈. 사진=RPM

【인터뷰365 유이청】마에스트로 정명훈(61)이 40년 만에 피아니스트 정명훈으로 돌아왔다.


정명훈은 지난해 12월 ECM을 통해 그의 첫 피아노 앨범 ‘정명훈, 피아노’를 발매한 이후 1년여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 전국 투어를 갖는다. 그가 피아니스트로서 공연을 하는 것은 40년 만의 일이다.


지금껏 소수의 실내악 무대에서만 그의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지난해 둘째아들 정선이 독일 명레이블 ECM에 프로듀서로 입문하면서 그의 첫 피아노 앨범 ‘정명훈, 피아노’가 탄생했다. 지난해 12월에 발매된 이 앨범은 3개월 동안 국내 클래식 차트 1위에 머물면서 9개월 만에 1만장이 넘게 팔려 코어 클래식(Core-classic) 음반으로는 보기 드물게 플래티넘 디스크로 기록됐다.


성공적인 앨범 발매에 이어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는 정명훈은 25일 기자들을 그의 피아노 앞으로 초청했다. 플래티넘 디스크 증정식 겸 피아노 연주회에 대한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편안해 보이는 흰색 셔츠에 검은 바지를 받쳐 입고 등장한 정명훈은 자신의 애기(愛器)인 뵈젠도르퍼 피아노 앞에 앉았다.

40년 만의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우선 소감이 어떤가.
지난해 둘째아들 권유로 피아노 앨범을 내게 됐다. 아들이 손자 손녀에게 남길 피아노 레코딩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제안을 했고 피아니스트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 레코딩을 했다. 글을 잘 못 쓰니 음악으로 전하는 편지라는 생각이다. 앨범 발매를 하고 나니 아들이 포로모션으로 콘서트를 제의했고 죽어도 못하겠다 하다가 결국 하게 됐다. 피아니스트는 운동선수 같아서 트레이닝을 계속 해야만 한다. (리사이틀을 염두에 두고) 해보니까 점점 습관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은, 리사이틀이라는 표현이 좀 웃긴데, 이번 프로그램의 전반부는 아이들을 위해, 후반부를 어른들 즉 피아니스트들을 위해 선곡했다. 레코드의 첫 번째 곡은 손녀인 루아(포르투갈어로 ‘달’이라는 뜻)에게 들려주는 곡인데, 아이들이 자기 전에 들려주면 좋을 것이다. 이 곡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누나나 형들의 연주로 접했던 자연스럽고 편한 음악이다.

이어 정명훈은 “말보다 음악이 더 편하다”며 드뷔시의 ‘달빛’,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를 연주했다. 뵈젠도르퍼를 통해 들리는 정명훈의 연주는 고요하게 시작하다가 우주로 팽창해 나가는 듯 힘차게 이어졌다. 연주가 끝나고 기자들의 박수가 이어지자 정명훈은 “연습을 좀더 해야겠는데,,,”하며 웃음을 지었다.

오케스트라 지휘와 피아니스트 중 어느 것이 좀더 힘든가.
피아노가 더 힘들다. 지휘는 자신이 소리를 내지 않고 단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어서 피아노와는 책임감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피아노를 더 선호하지만, 피아노로는 연주하지 못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아-예컨대 말러의 심포니 같은-지휘를 하는 것이다. 지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40년 만에 피아노 연주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연주가 피아니스트로서 다시 무대에 선다는 뜻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잘하는 이들이 많은데... 피아니스트로 다시 나설 생각은 없고 아이들과 재단을 위해 연주를 하는 것이다.(정명훈은 2008년 비영리재단 (사)미라클오브뮤직을 설립,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인도주의적 대의를 음악과 연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이후 40년 만의 피아노 연주다. 그때와 어떻게 다른가.
손가락이 좀 더 돌아가야겠다.(웃음) 요즘 애들이 너무 잘해서... 40년 전 콩쿠르 때도 나는 꾀를 부려 기술적으로 힘든 곡을 연주하는 대신 느린 곡을 연주했다.(정명훈은 다시 피아노로 ‘느린 곡’을 연주하며 ‘실연’을 해줬다) 이번 레코드에도 템포가 느리고 마음이 담긴 곡을 담았다.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정명훈은 15세 때부터 누나인 정명화(첼로), 경화(바이올린)와 함께 정트리오로 유럽 연주여행을 다녔고 21세 이던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2위를 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1976년부터 지휘 쪽으로 관심을 돌려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의 최상급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를 지휘했다.

정명훈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피아노 연주로 대신하기도 했다. 사진=RPM

이번 연주회 레퍼토리와 함께 할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소개해 달라.
쇼팽 발라드 4곡, 브라암스 곡 등은 넣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 않아서 프랑스 집에는 내가 16세 때 샀던 피아노가 그대로 있다. 오래 되어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이번에 레코드 내고 나니 아내가 피아노 한 대 살 만하다고 해서 뵈젠도르퍼 한 대를 새로 장만했다. (뵈젠도르퍼 피아노는 오스트리아의 명기로 세계 3대 피아노 중 하나이다.)
프랑스 와인에 비교하자면, 와인으로 유명한 것은 보르도이지만 알수록 좋아지는 와인은 버건디이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라 할까.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보르도 와인이라면, 뵈젠도르퍼는 버건디 와인이다. 뵈젠도르퍼는 버건디 중에서도 아주 좋은 버건디이다.

피아니스트로서 협연하고 싶은 지휘자 또는 협연자가 있나.
별로 그럴 생각이 없다. 피아니스트 활동을 하면 개인적인 생활이 힘들다. 아내는 피아노보다 지휘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피아니스트는 매일 연습해야 하고 피아노와 싸워야 한다. 지휘도 공부를 해야 하지만 여유가 있고 아내와 함께 여행하기 좋은 편이다. 지휘자는 연주여행을 떠나면 보통 일주일 정도 한 곳에 머무르지만 피아니스트는 연주 끝나면 바로 다음날 짐 싸서 이동해야 한다. 피아노 등 악기 하는 사람들은 다 불쌍하다.(웃음) 아까도 말했지만 다시 프로페셔널한 피아니스트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60세가 되면 일로서의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해왔는데, 공교롭게도 60세 때 편안하게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번 리사이틀의 감상 포인트는?
아이들에게 자기 전에 들려줬으면 좋은 곡들을 연주한다. 한평생 피아니스트로서 정말 좋은 연주를 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실수 하나 하나에 고통스러워하는 나이는 지났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이 느끼는 감정을 들려주고 싶다. 레코드 중 슈베르트 곡은(다시 피아노로 연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 기도하는 느낌이랄까. 이 곡은 첫아들 결혼식 때 연주했던 곡이다.

만약 지휘자 정명훈과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협연을 한다면 어떤 곡을 고르고 싶나.
고르기 힘들다. 브라암스 콘체르토 1번, 이 곡은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의 실력이 백중해야 한다. 또 모차르트 콘체르토, 이 곡은 실내악 같은 분위기가 날 것 같다.

정명훈과의 기자간담회는 모처럼 귀가 호사하는 자리였다. 바로 옆에서 정명훈의 연주 모습을 보면서 그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뵈젠도르퍼 피아노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정명훈의 쇼팽은 힘이 있고 깊었다.

tip
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10월5일 창원 성산아트홀, 12일 대구 시민회관, 12월27일 서울 예술의 전당, 내년 1월10일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1월12일 대전 예술의 전당.

유이청 기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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