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세월호 영혼을 위한 소나타 그날 밤의 표정
백건우 세월호 영혼을 위한 소나타 그날 밤의 표정
  • 김두호
  • 승인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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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제주 부두 임시 무대. 연주모습을 찍지 말 것을 주문해 피아노만 카메라에 담았다.

【인터뷰365 김두호】 어느 날 베토벤은 늘 하듯이 산책을 나섰다. 어디선가 너무나도 가슴 아픈 울음소리가 나서 베토벤은 그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병으로 죽은 자식 앞에서 어머니는 그 슬픔을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너무나도 말로써 무력하다고 느낀 베토벤은 그 방에 있던 피아노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치기 시작하였다. …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이하는 날인 지난 24일 밤 7시 30분 백건우 피아니스트는 그런 내력이 전해오는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작품 13번 2악장부터 연주를 시작했다. 세월호가 마지막 닿으려 했던 제주항 부두. 노을이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바다 위에 떠돌고 있을 영혼들, 억울하고 슬프게 떠난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파리에서 찾아온 피아니스트는 잠시 하늘과 바다를 어두운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건반에 손을 얹었다.

노란 추모 리본을 단 800여명 청중의 표정과 시선도 슬픈 빛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쉬는 틈이 없이 곡을 이어가는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얼굴은 금방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침통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추모음악회를 처음 한다는 그는 연주회에서 한 번도 박수를 받지 못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날 음악회는 절대로 박수를 쳐서는 안 되고 객석에서는 누구도 카메라를 내놓고 사진을 찍어서도 안된다는 주문이 따랐다.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에 이어 리스트의 ‘잠 못이루는 밤, 질문과 답’, ‘침울한 곤도라 2번’,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리스트의 ‘순례의 해 3년’ 중 ‘힘을 내라’와 바그너와 리스트의 ‘트리스탄과 이졸드’ 중에서 까지 6곡을 연주한 시간은 40여 분이었다.

연주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어둠이 내려앉는 바닷가 부두 객석은 피아니스트가 무대를 떠난 뒤까지 멍하게 바다와 무대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을 만큼 건반에서 토해낸 슬픈 선율의 여운을 오래도록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제주방송인 JIBS와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제주도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사진 및 보도자료 interview365@naver.com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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