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왜 정조인가, ‘역린’의 현빈에게 묻다
[시네세이]왜 정조인가, ‘역린’의 현빈에게 묻다
  • 김다인
  • 승인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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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의 정조 현빈과 실제 정조 영정(사진 오른쪽 위, KBS), '영원한 제국'의 정조 안성기(사진 오른쪽 아래)

【인터뷰365 김다인】정조 현빈이 공개됐다.

22일 ‘역린’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거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있어 시사회 후 늘 있던 기자간담회는 취소됐다.


‘다모’를 연출했던 이재규 PD의 영화 데뷔작인 ‘역린’은 올해 상반기 가장 기대됐던 영화였다. 현빈의 군 제대 후 복귀작에 첫 사극 출연이라는 일차적인 사실 외에, 정조가 다시 영화의 소재가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조선 22대 정조(1752-1800)는 왕위에 오르기까지 곡절이 많았던 왕이다.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는 노론의 계략에 휩쓸려 아버지인 영조에게 반역한 죄로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역적이었기 때문에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었던 정조는 사도세자의 형 효장세자의 양아들로 되어 비로소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정조가 즉위한 후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공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왕위에 오른 정조는 영조의 탕평책을 이어받아 널리 인재를 등용하려 애썼으며 규장각을 설치했고 화성 축조 등으로 수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체계를 정립하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복원을 위해 힘썼다. 조선시대에 드물게 보는 개혁군주였다.

정조 미스터리 24시간을 다룬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


1960년대 한국영화계에 사극물이 많이 나올 무렵에 단골 소재는 연산군 아니면 사도세자였다. 연산군은 흉포한 왕의 전형으로 사도세자는 비극적인 운명의 전형으로 여러 편의 영화에 등장했다.


영화에 정조가 정색을 하고 등장한 것은 박종원 감독의 ‘영원한 제국’(1995)에서였다. 영화는 정조의 명으로 영조의 서책을 정리하던 장종오가 죽자 이 의문의 사건을 파헤치는 이인몽의 24시간을 그리고 있다. 왕권 정치를 따르는 남인 정약용, 이일몽 일파와 신권 정치를 주장하는 노론 일파를 둘러싼 사생결단 과정을 긴장과 서스펜스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영원한 제국‘에서 정조는 안성기, 정약용은 김명곤이 연기했으며 이인몽은 당시 연극 ’에쿠우스‘로 연기력을 알린 조재현이 맡았다. 공교롭게도 조재현은 19년 만에 다시 정조를 다룬 ‘역린’에도 출연, 살수를 길러내는 극악한 인간 광백을 연기하고 있다.

'역린'에는 '영원한 제국'에 출연했던 조재현을 비롯,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등이 출연했다.


‘역린’은 정조 즉위 1년 왕의 거처에서 일어난 암살 위협을 그린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영원한 제국’과 마찬가지로 24시간을 조각내어 그리고 있다.


‘역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살수, 곧 자객의 허구성을 강화한 것이다. 내관과 나인 가운데 살수로 길러져 투입된 인물이 있다는 설정, 살수의 어린 시절, 우정 등이 회상 형식으로 모자이크 되어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설정은 영화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동시에 정조의 암살 위협이라는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감정을 옆으로 새게 하는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 정조 시해사건의 긴박감과 긴장감만 다뤄도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일 텐데 말이다.


정조 현빈을 말하자면 등장부터 매력적이다, 이미 많이 홍보된 ‘화난 등근육’부터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매력적으로 끌고 가지는 못한다. 살수들의 이야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살수 대첩’이 너무 강력하기 때문이다.


스타일리시한 빗속 액션, 잘생긴 현빈도 좋지만 좀더 정조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풀어 나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왜 정조인가, ’영원한 제국‘ 이후 햇수로 20년 만에 재해석된 정조는 어떤 모습일까. '역린’에 궁금해 한 것은 그것이었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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