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분위기를 위안하는 거리의 철쭉
침울한 분위기를 위안하는 거리의 철쭉
  • 김철
  • 승인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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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거리의 어느 빌딩 앞의 대형 화분에 심어진 철쭉.

【김철의 자연산책】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하나같이 바쁘다. 무언가 쫓기듯 발길을 재촉한다. 그 틈에 여유를 부리며 느긋하게 걷다가는 뒷사람의 통행 방해가 되기 십상이다. 거기다 사람들은 저마다 무표정하다. 길을 가는 사람을 붙들고 길을 묻는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만만한 게 거리의 상인들이다. 그것도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한눈을 파는 사이 물어야 그나마 안심이 되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어딘가 냉랭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세상인심이 각박하다는 것은 새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계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바삐 움직여도 생활에 쫓기는 처지에서 삶이 메마를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거리를 걸으면서 시멘트 위에 놓인 꽃을 보아도 눈길이 꽂히지 않는다고 해서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표정이 건조하다 못해 요즘은 저마다 침울하다.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사고로 인한 충격이 사람들을 하나같이 우울하게 한다. 그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철쭉과 영산홍 꽃이 만발한 서울 구로거리공원.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대형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다들 한목소리를 낸다. 그렇다면 차제에 해상은 물론 육상 공중을 통 털어 대형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일제 점검과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잦은 사고로 의례히 충격과 분노에 익숙해지는 사고 불감증이라는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울 지경이다. 과거에도 볼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세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걱정스럽다. 침울한 세간의 분위기를 아는지 거리의 철쭉꽃이 오가는 사람들을 다독이듯 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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