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과의 ‘블라인드’ 데이트 “어둠에 있어보니 빛을 알겠다”
김하늘과의 ‘블라인드’ 데이트 “어둠에 있어보니 빛을 알겠다”
  • 김선
  • 승인 201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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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인터뷰 보기 ▶ “술 좋아하고 잘노는 남자가 싫다는 김하늘의 애정관”

【인터뷰365 김선】배우 김하늘은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때론 통통튀는 매력으로 드라마와 스크린을 누볐다. 게다가 연기력뿐 아니라 흥행성까지 겸비한 그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청춘만화(2006)>, <6년째 연애중(2007)>, <7급공무원(2009)> 등 출연한 영화마다 줄줄이 100만 관객을 가뿐히 동원했다.

그러나 김하늘은 자신을 대표하던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의 자리를 잠시 내려놓았다. 추운 겨울 온몸을 던져 열연한 MBC 전쟁휴먼드라마 <로드 넘버 원(2010)>에 이어 스릴러물 <블라인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 <블라인드>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되는 스릴러물에다가 그가 맡은 역은 연쇄살인범을 추격하는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 수아이다.

김하늘은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촬영 내내 외로움과 사투를 벌인 끝에 그는 오롯이 수아와 하나가 됐다. 연기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블라인드’는 1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김하늘은 “‘블라인드’는 마치 암흑과 같았던 작품이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 끝에 빛을 찾은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을 아끼지 않은 배우이자, 앞으로의 행보가 가장 기대되는 배우 김하늘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블라인드>는 <7급공무원> 이후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스릴러란 장르는 의외다.

작품 선택할 때 장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단순하게 결정짓는 편인데, 시나리오가 흥미롭고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면 바로 OK다. 스토리와 내용의 완성도, 스토리 속 캐릭터가 다가갈 수 있는 범위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었다.

시각장애인 역할은 처음인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부담감과 욕심이 교차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인들에게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도 봤으니까. 고민이 되면서도 욕심이 났다. 나만이 표현해내고 싶었고, 내가 표현한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했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첫 도전인만큼 부담감도 있었을 텐데.

평소 첫 촬영 하루 전에 긴장하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은 10일 전부터 잠을 못잤다. 불을 끄면 몰려오는 공포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수아는 얼마나 답답했을까’‘내가 수아라면’이란 생각이 끝없이 떠올라 감정 조절이 도저히 안됐다. 누우면 숨이 막혀오고, 다시 불을 키고 일어나기를 수십 번 반복했던 것 같다.

첫 촬영에 들어갈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스태프들이 내 연기를 궁금해 할 것 같았다. 그 기에 눌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위축되고 어색하다고 생각하면 관객들까지 그 느낌이 전달되니까.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말도 마라.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평소에는 상대배우와 주변 상황들을 살피면서 촬영하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했다. 애초에 감독님께 “이번 작품 만큼은 내가 이기적으로 변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을 정도였다. 주변을 돌아보기는커녕 혼자 추스리기도 힘들 것 같았다. 잘 웃지도 않고 예민해졌다. 연기를 하면서 “어색하지 않냐”“괜찮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여쭤봤다. 매 컷마다 모니터를 하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 찍자고 요청했다. 많이 귀찮게 해드렸다(웃음).

그는 한 달간 시각장애인 학교를 찾아다니는 열의를 보이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수아란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다면.

시선처리에는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지 흉내만 내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각장애인분들께 폐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표현해 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근접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눈을 가리고 걸어보고, 책과 관련영화도 봤다. 한 달간 시각장애인 학교에 찾아가 많은 분들의 심리상태를 들으면서 수아란 모습을 완성해나갔다. 함께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시선이나 몸짓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1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하다보니 관찰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1~2달이란 준비기간이 비록 짧았지만,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이 뭔지 알았던 것 같다.

실제 시력은.

0.2~3 정도다. 시력이 나쁜 대신 청각과 후각이 잘 발달된 것 같다(웃음). 렌즈는 불편하고 갑갑해서 착용안하고 눈에 손대는 것이 무서워 시력교정수술도 못했다. 안경은 운전할 때 쓰는데 평소에는 안경을 안 쓴다.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 불꽃이 눈 점막에 튀어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액션신이 많았던 <7급 공무원> 촬영 당시 워낙 몸을 안 사려 감독님이 “다치지 않게 제발 조심 좀 해라”며 타박을 했을 정도였는데, 덜컥 겁이 나더라. 위험한 신들이 많아서 굉장히 리허설을 많이 했다. 유리창에 내던져지는 신을 찍은 스턴트우먼은 너무 힘들었는지 눈물을 흘리더라. 미안한 마음에 나도 같이 펑펑 울었다.

시사회 후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는데.

뿌듯한 순간이었다. 연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 수아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시각 장애인의 시선은 고정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누군가를 쳐다볼 때 시선을 맞추려고 한다. 이렇게 고정관념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공감갈 수 있게 적정선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나중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확신할 정도가 됐다. 힘들게 줄다리기를 하다 밀어붙인 후의 뿌듯함이랄까.

작품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암흑? 이 작품은 내게 암흑과도 같았다. 수아를 연기할 때는 새로운 기분이었고, 쾌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두웠다. 안보이고 갑갑하고 쫓기고 그런 기분. 외롭다고 느꼈던 적도 처음이었다. 늘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함께 지내왔는데, 이번 촬영장에서는 혼자란 생각에 울컥했던 순간도 수도 없이 많았다. 암흑 같았던 시간이었지만 결국은 견뎌냈다. 갑갑하고 끝없는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절대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빛을 본 느낌이었다.

이제 어둠의 공포에서는 벗어난 건가.

깜깜한 곳에 있으면 그냥 있어본다. 손으로 짚어보기도 하고. 이제는 어둠을 느껴보는 것 같다.

촬영 현장에서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는 김하늘

<블라인드>에서 호흡을 맞춘 유승호에 이어 차기작 <너는 펫>에서는 장근석과 함께 출연한다. 둘 다 연하 아닌가.

글쎄…연상이던 연하던 그 차이는 모르겠다.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신선하다는 느낌이랄까. 내 어릴 적 생각도 나기도 하고. 세대차이? 물론 느낀다. 이 친구들은 줄임말을 많이 쓰는데, 생소한 단어들이 많더라. 최근에야 ‘짬뽕나’가 짜증난다는 뜻이란 걸 알았다. 하하하.

KBS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꾸미지 않는 털털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반응이 나올지는 예상도 못했다. 덕분에 대중과 한 뼘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김선
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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