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의 자연산책】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알알이 익었던 마가목의 붉은 열매는 한겨울이 되면서 찬밥신세가 되었다. 조경수로 심은 탓에 오가는 사람들의 손길을 타지 않아 쓸모없이 매달려 혹한을 넘기고 있다. 지금은 무용지물이지만 한 달 후 입춘이 지나 화창한 봄이 되면 열매가 떨어져 싹을 틔울 수 있으니 저 모습이 당장은 썰렁해 보여도 실은 쓸모없다고 할 수 없다(사진 위).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다(不用之用)’는 장자의 사상이 말해 주듯이 자연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미끈하게 자란 적송이 빨리 톱질을 당하고 쓸모없는 소나무일수록 오래 남아 씨앗을 뿌리고 산소를 내뿜는가 하면 그늘을 만들고 죽어서는 거름이 된다.
세상사도 크게 다를 게 없어 튀는 인재는 남보다 앞서 중용이 되기 쉬운 반면에 유효기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용도 폐기되고 만다. 토사구팽을 당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돌이킬 수 없는 좌절과 분노의 시가가 한때 있었더라도 그것을 전화위복과 자성의 계기로 삼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 전혀 쓸모없는 일이 아닌 셈이다. 어느 날 어느 해든 세월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쓸모없는 이유는 하나도 없다.
마을 뒷산을 오르내리는 등산로 옆에서 나목으로 겨울을 나고 있는 볼품없는 나무들이며 낙엽 그리고 녹지 않은 응달의 잔설마저(사진 아래) 어느 것 하나 자연계에서 유용하지 않는 것들이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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