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 최대 공익한방의료재단 설립하는 자생한방병원 신준식이사장(상)
[인터뷰]국내 최대 공익한방의료재단 설립하는 자생한방병원 신준식이사장(상)
  • 김다인
  • 승인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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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 설립은 아버지와의 35년전 약속”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사진=자생한방병원

【인터뷰365 신아연】삶에는 변곡점이 있다. 흔히 말하는 ‘첫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말도 변곡점을 통과한 긴 여정의 현 좌표에서 문득 그 지표로 ‘한 호흡’ 돌이키는 것을 의미한다. 변곡점 이후의 새 지평을 한 호흡, 한 호흡 멈춤 없이 이어갈 때 우리는 그것을 ‘외길 인생’이라 일컫는다.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62)의 변곡점은 한의사였던 선친의 영향력이라 했다. 그의 이성, 그의 의지, 그의 정서가 빚어내는 모든 서사에는 언제나 선친이 중심에 존재한다.

생명의 특징은 소통과 순환에 있다. 그것은 끊임없는 흘러감이며 다채로운 변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순환하는 자연의 사계처럼 사람의 생도 세대와 변이적으로 소통하며 순환한다.

자연은 잉여가 없고 불필요한 쓰임이 없다. 그러기에 자연(自然)인 게다. 불완전 연소됨이 없는 것이 자연의 속성이듯이 삶을 완전 연소시킬 수 있다면 가장 ‘잘 산’ 모습이라 하겠다. ‘열정’을 동력으로 하는 그런 삶 말이다.


‘주어진 시간을 완전 연소시키며 살아가는 사람, 생의 매 국면마다 열정적 소통과 에너지의 순환을 만들어 가는 사람’, 수다(數多)한 매스컴의 이미지를 걷고 독대한 자생한방병원 신 이사장에 대한 필자의 느낌은 그랬다.

신 이사장을 모르는 사람도 “한 달에 17억을 받는다는 한국 최고 월급쟁이가 그 사람이야?” 라고 되묻는다.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건가?
전제부터 잘못 됐다. 나는 개인사업자이지 월급을 받는 피고용인이 아니다. 17억원은 근로소득에 해당하는 ‘월급’이 아니라 세 전 사업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한 금액이다. 이 금액에는 세금(38.5%)과 미수금, 시설투자비 등 제반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쉬운 예로 식당을 하는 사람이 가겟세, 재료비, 인건비, 전기, 가스 요금, 설비 관리비, 기타 경비를 다 제하고 난 후 자기 가져갈 돈이 생기는 것 아닌가.
자료를 요청한 건강보험공단이 사업 소득자와 근로 소득자를 구분하지 않고 발표하는 바람에 마치 내가 천문학적 숫자의 월급을 받는 것처럼 보도됐다. 건강보험공단 측이 뒤늦게 시정했지만 국민들과 병원 임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다.

자생한방병원에서 자체 개발한 치료법으로 환자를 치료 중인 신 박사


2014년 1월부터 자생한방병원 전국 15개 분원 146명 의료진과 650명 직원, 582개 병상이 의료재단에 편입돼 통합운영 된다. 총 653억원 자산 규모, 이중 개인 재산 617억원이 출연된 국내 최대 공익 한방의료재단을 설립키로 결단했는데 그 동기와 재단 설립 후 주력사업은?
우리 집안은 7대째 의업을 이어오고 있는 의료인 집안이다. 의술은 인술이라는 선친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자생’의 비수술 척추 치료의 혜택을 확대시킬 토대와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35년 전 맺은 ‘오래된 약속’ 이기도 하다. 선친은 척추 골절과 척추 결핵으로 6년간 앓다 돌아가셨다. 병으로 고생하실 때 내가 꼭 낫게 해드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비통한 마음으로 척추 질환만은 꼭 고쳐 보리라 결심했고 25년을 연구에 매달린 끝에 치료의 길을 열었다.
이제 ‘자생’이 공익 의료기관으로 거듭나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과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도 치료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고 법인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재단 설립 후에는 의료 기술 개발과 교육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의학의 세계화, 표준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가며 한의대생 학자금 지원과 한의, 양의, 치과의를 아우르는 석박사 과정 통합의학대학원 설립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선친을 비롯해 대대로 내려오는 한의사 집안이라고 들었다.
7대째 한의사 집안으로, 선친은 한의사면서 외과의사로 양 한방을 함께 진료했던 당시로선 매우 드문 의료인이었다. 한국전쟁 때 충청도 어느 시골 마을로 피난을 갔는데 환자들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서울로 돌아오는 것을 포기한 분이다.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골골이 찾아 다니느라 우리 가족은 무려 17군데나 이사를 다녔다.
선친은 미끄러져 허리를 다친 후 6년간 자리보전을 하면서도 누워서까지 환자를 보셨다.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환자를 돌보는 게 의사의 도리라고 말씀하시며 눈을 감으실 때까지 진료를 멈추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나와 동생 둘 다 경희대 한의대를 나와 한의사가 되었고 내 큰 사위도 한의사다.

선친과 얽힌 추억이 각별할 것 같다.
아버지는 키가 185cm나 되는 장골이었다. 그 크신 분의 듬직한 등에 얼굴을 묻고 왕진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유년기를 보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통에 친구가 없었던 나는 아버지의 왕진 자전거를 타고 성냥개비로 침 놓는 놀이를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번은 왕진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젊은 아기엄마가 양잿물을 마셨다며 마을 사람들이 아우성을 쳤다. 위 세척을 하려니 마땅한 도구가 있나, 아버지는 곧장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펌프를 구해 오라고 하셨고 그것을 잘라 환자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임시방편으로 만든 호수에 흘려 넣으며 아버지는 어린 내게 “하나, 둘, 셋을 세면 배를 이렇게 힘껏 누르는 거야.” 하고 지시했다. 나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아기엄마의 배를 눌렀다. 아버지가 숫자를 세면 내가 힘껏 배를 눌렀고 입으로 물이 뿜어져 나오면 아버지는 다시 물을 부었다.
그렇게 사람을 살려낸 다음날 아버지는 한약을 정성스레 지어 손수 전했다. ‘상희 엄마’라고 지금도 이름을 기억하는 그 사람을 살려낸 후 의사라는 직업이 세상에서 제일 멋있게 여겨졌고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유럽에서 유럽통합의학저널 편집장들을 모아놓고 진료를 하고 있는 신 이사장.

이제 자생한방병원 이야기를 해보자.
1990년 역삼동에서 자생한의원으로 출발했다. 환자가 밀려들어 10년간 하루에 100~ 150명을 혼자 진료했다. 1999년 강남구 신사동에 지금의 자생한방병원을 개원한 이래 전국에 15개의 분원과 LA 등 8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두었다. 자생한방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질환 전문 병원으로, 양한방 협진 의료 및 통원이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입원 병동, 외국인 의료진, 인턴(1년), 레지던트(3년)를 교육하는 수련교육병원 체제로 발전시켰다.

자생한방병원은 수술 않고 이른바 ‘디스크 환자’를 고치는 추나 요법을 새롭게 정립시켰다. 추나 요법과 비수술 척추 치료란 무엇인가.
추나 요법은 손이나 특정 기구를 이용하여 뼈와 관절, 근육을 밀고 당겨 정상 위치로 되돌려 놓는 동양의 전통 치료법이다. 중국의 추나와 인도에서 건너간 미국의 카이로 프랙틱, 일본의 정골 요법 등이 그것인데, 한국의 추나 요법은 세 가지의 장점을 취해 한국인의 체형에 맞춤하여 개발됐다.
한국 추나법은 단순히 뼈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근육, 인대의 회복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따져 인체의 균형과 평형을 잡아주면서 자연 치유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 지난 2008년에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인정을 받았고 현재 국내 11개 한의대에서 정식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비수술 척추 치료는 추나 수기 요법으로 뼈 관절을 교정한 후 약물요법과 보골요법 등을병행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추나 약물로는 상처와 염증을 치료하고 통증을 제거하는 청파전, 손상된 인대와 근육을 아물게 하는 양근탕, 뼈를 강화시키고 골밀도를 높여 손상된 척추 관절을 복원시키는 용각교탕을 쓴다.

의료봉사 중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신 이사장


수술 않고 ‘디스크 환자’를 고치기 위해 자생한방병원에서 개발한 신약이 궁금하다.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하여 신 물질인 ‘신바로메틴’을 개발했다. 신바로메틴은 동물 실험과 세포, 분자 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골관절 질환의 원인인 골세포의 파괴를 억제하고 신경을 재생하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음이 입증됐다. 2003년 미국에서 물질 특허를 받음으로써 한의학의 약효를 서양의학계에서 인정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녹십자사에서 7년간 천연물 신약 개발에 매달려 2011년부터 골관절염 치료 전문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고유의 침치료라는 동작침법(MSAT)은 무엇인가.
한방의 응급 처치법이다. 보통은 침을 꽂은 채 30분 정도 가만히 누워 있거나 엎드려 있게 하지만 동작침법은 말 그대로 침을 꽂은 상태에서 환자를 걷도록 하여 뭉치거나 굳은 근육과 인대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통증을 제거하는 자생한방병원 고유의 침법이다. <계속>

신아연
작가, 자유기고가, 중앙일보· 자유칼럼그룹 칼럼니스트. 저서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자식으로 산다는 것>(공저)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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