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복귀하는 박종원 한예종 총장(상)
영화감독 복귀하는 박종원 한예종 총장(상)
  • 김두호
  • 승인 201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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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과 자격증 타파가 창조 교육이다

【인터뷰365 김두호】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이 8월로 4년간의 총장임기를 명예롭게 마감하고 다시 후진 양성을 위한 평교수로 복귀하는 것과 함께 영화감독으로 연출활동을 재개한다. 그가 국내 처음 영화감독 출신의 총장으로 재임한 한예종은 세계적인 예술인재를 양성해온 대표적인 국립예술대학의 면모로 꾸준히 성장 발전해 왔다는 점에서 애써 연임에 미련을 두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하고 홀가분하게 물러나는 총장의 마지막 모습이 아름답게 보인다.


박종원 총장은 성공한 교육자의 모델이 되었지만 본업은 여전히 영화감독이다. 연임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 중에는 하루라도 빨리 영화 연출 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결기가 포함돼 있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영화 엘리트의 산실인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쳐 1989년에 연출한 첫 작품 <구로아리랑>은 영화심의가 검열수준으로 살아있던 시절에 대담하게 사회문제에 접근해 활동초기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최우수제작가상을 수상했고, 대종상 작품상의 <영원한 제국> 등으로 작가주의 성향의 영화감독으로 분주하게 연출활동을 하다가 1995년 한예종의 창설 초기 영상원 교수로 임용되어 후진양성과 함께 대학 실기교육의 연장선에서 연출활동도 계속해왔다.


다시 교수 겸 감독으로 돌아가는 박종원 한예종 총장을 만나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그의 53년 삶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인간의 욕망 다룬 영화 만들겠다


영화감독 출신으로 국내 최초의 국립대학 총장으로 재직했다. 4년간 총장으로서의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며 조용한 개혁으로 대학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따른다. 임기를 마감하는 총장의 소회를 밝혀달라.
감독으로 영화 연출작업만 할 때는 젊은 나이였고 교수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또 한예종의 창설초기에 특화된 설립 취지에 매력을 느껴 기꺼이 교수가 되어 젊은 후진을 위해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는 데 만족했지 교수가 되어서도 총장을 꿈꾸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영상원 원장으로 있던 시기가 정권의 교체기였다. 정치적으로도 어수선했지만 국립으로 공무원 신분인 한예종의 교수사회도 목소리들이 양분되어 갈등과 대립된 성향들이 분출되고 있었다. 나의 입장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고 휘둘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주변 분들이 권유해서 절반은 타의에 의해 총장 직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총장 취임 당시는 40대였다.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이다.
출마를 발표하기 전 2주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선거를 하며 많은 교수들을 만나는 동안 한예종이 훌륭한 교수와 학생들이 많은 정말 좋은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재임 중에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앞으로 20년의 비전을 세우는 데 주력했다. 총장이 하는 일이 학교의 방향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도 있고, 대외적으로는 행정업무가 연계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에서 입법부까지 뛰어다니며 운영 및 예산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는 비즈니스의 에너지를 오히려 더 많이 필요로 한다.
한예종은 학생 3200명, 정규 교수 143명에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지원 공무원만 100명에 이른다. 다른 대학과 달리 예민하고 감성이 발달한 예술 인재들이 모여 있는 특별한 대학이라 살림을 맡은 총장도 섬세하면서 정서적으로도 운치 있고 창조적인 생각이 따라야 한다. 머리를 참신하게 회전시켜 가며 쉬지 않고 발로 뛰어야 해서 고달프고 긴장감을 풀 겨를이 없었다. 이제 벗어나게 되니 우선 해방감을 느낀다.


한예종 학생들과 대화시간을 갖고 있는 박 총장


국립대학교인 한예종은 이제 예술분야의 전문가를 배출하는 명문 예술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역사가 짧아 아직도 학교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다.
1992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한 4년제 국립교육기관이다. 대학과정은 예술사,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전문예술사로 인정받게 된다. 모든 교육과정이나 운영 목표를 국립예술교육기관에 맞도록 체계적이고 진취적이면서 선진화 된 예술교육을 실현하고 세계인의 삶에 기여하는 예술전문 인재를 육성하는 데 두고 있다.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까지 예술분야별로 크게 6개원을 두고 그 안에 세분화 된 관련 전문분야 학과가 있다. 외국의 콘서바토리처럼 전문성을 지닌 독립교육 기관이지만 서로 교류하고 융합하는 교육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국제적인 음악 무용 영화 등 경연무대에서 한예종 학생들이 상위권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뉴스를 빈번하게 접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을 소개해 달라.
1993년 학교 설립 10년이 지난 2000년 초반부터 꾸준히 수상했으며, 최근 2~3년간 성과면에서는 정점을 찍었다. 1993년부터 2013년 4월까지 국제대회에서 수상한 학생수가 2천290명인데 그 중 659명이 1위에 올랐다. 총장인 나도 집계기록을 보고 놀랐다.
얼마 전에는 무용원 실기과 2명과 부설 영재교육원 중학생 한명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콩쿠르’(Youth America Grand Prix, YAGP)에서 입상했다. 이 콩쿠르는 작년 10월 국내에서 개봉한 발레 다큐멘터리 <퍼스트 포지션>의 배경이기도 하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국제 경연행사에서 이름을 떨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이지혜, 성악의 박종민 서선영, 피아니스트 손열음, 영화감독 신수원 양효주 등이 모두 한예종 출신이다. 지금 활동이 눈부신 피아니스트 김선욱, 클라라 주미강, 성악의 박종민 홍혜란 서선영을 포함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박세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 워싱턴발레단의 채지영, 미술작가 문성식, 뮤지컬 연출가 추민주, 극작가 장유정, 배우 이선균 오만석 문정희 유선 김동욱 이희준 김고은 이제훈 한예리 박정민, 영화감독으로 내가 직접 수업에서 가르친 제자인 나홍진 이경미 정재은 조의석 등을 비롯해 이정범 이종필 김병서 감독이 모두 한예종 출신이다.


101개 외국 교육기관과 교류


객관적인 평가도 감안해 한예종의 위상을 총장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서 결과가 보여주듯이 해마다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예술영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훌륭한 스승을 주축으로 한 교육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밑받침 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한예종은 해외 101개 교육기관과 교류협정을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아티스트의 성장 배경을 조성한 것인데 지금 해외의 대학들이 우리 예술영재 교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정도의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단언컨대 학교의 위상을 해외 여러 대회에서의 수상 성과로만 봐서는 더 이상 안 될 것이다. 이미 한예종은 그 수준에서 벗어났다. 혹자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 할지 모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외국에서 오히려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짧은 기간에 예술 명문교육 기관으로 발전하게 된 비결이라면 무엇부터 얘기할 수 있는가?
국가 차원에서 실기 중심의 예술교육을 21세기형 다양한 콘텐츠로 실현하면서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분야의 정상급 예술인을 교수진으로 임용해 최고 수준의 인재 양성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기초가 필요한 발레와 기악 같은 부문은 영재 1명당 10년을 집중 투자해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데 한예종 출신들이 대개 예비단계인 영재교육원을 거쳤다.


한예종이 기대와 선망의 예술교육기관이지만 실망을 준 일도 있었다. 작년 1월 불법 레슨 교수의 비리문제가 뉴스의 초점이 됐다.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에서 기부금 입학제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로인해 실기시험이 따르는 입시제도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사건인데 한예종은 그 사건을 겪고 익명의 입시비리 온라인 신고창구인 ‘클린입시신고센터’를 개설했다. 학교 홈피 표지화면(
www.karts.ac.kr)에 띄어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대학의 불신을 오히려 부채질한다는 반론도 제기됐지만 당당하게 총장의 뜻에 동의해준 교수들이 많아서 실행했다.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처리되는가?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다. 음해성도 있어서 매우 치밀한 조사과정이 필요하다.


박 총장의 집무실 서가 옆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한예종은 2012년도 입시부터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을 개설해 관심을 모았다. 어떤 제도인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전형은 정원 외로 장애인 등 특수교육 대상자를 선발하도록 한 것이다. 이미 2012년에 7명, 금년에 3명 등 10명을 선발했다. 해외에는 장애인 예술인이 많다. 우리는 신체적 결함이 있으면 예술인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 그들에게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국립대학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예술가는 나와 다른 사람과도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시각을 넓힌다는 점에서 배려대상자로 입학한 학생보다 일반 학생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총장으로 못 다한 일, 한예종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것들에 대해 남기고 싶은 말은 없는가?
우리는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시대에 산다. 이럴 때 변화는 사람을 중심으로, 인간의 가치를 펼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물질적 쾌락적으로 흐르기 쉽다. 또한 긴장된 상태라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인간의 감성과 연결된 예술의 가치가 아주 중요하다. 이를 명확히 인지해 우리나라 예술인이 국제적으로 새로운 예술 과제를 제시하고 21세기 예술의 플랫폼을 조성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물론 한예종의 인재들이 앞장을 설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현 정부가 내세운 ‘문화융성’이란 말이 마음에 든다.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주제와 직결된다. 한예종의 갈 길이 아직 멀고 힘들다. 예술과 기업, 예술과 사회, 예술과 시민, 예술과 커뮤니티 등의 융화와 소통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한예종이 제2 도약을 하고 선봉에 서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전인화(全人化) 교육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예술인재라고 해서 예술에만 치중한 교육은 인격형성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도 있다. 그에 따른 총장의 관심이나 지침이 있었는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기초교육을 튼튼히 다지는 일은 한예종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파운데이션 교육에서부터 전공심화교육을 강화해왔다. 예술교양학부를 개설해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넓히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기 전공분야를 벗어나 여러 분야의 학생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총장으로 재임기간에 실현한 대학운영 특색이나 변화는 어떤 것인가?
2009년 취임하면서 내세운 것이 ‘세상에 기여하는 예술가 교육’이었다. 창의적인 전문 예술가 교육은 기본이고 그것을 축으로 사회와 국가 그리고 인류에 기여하는 예술의 책무를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특별히 우리 학생들이 해외 예술봉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데 애정을 많이 쏟았다. 그건 글로벌 시대의 리더십 교육과 맞물려 매우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올 여름에도 외교부와 연계해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등 3개국에서 우리 학생들이 예술교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말라위의 경우 지난 3년간 지속적인 예술교류 봉사를 통해 악기를 배운 2명의 현지 학생이 올해 음악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뜻깊은 일이 일어났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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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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