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던 보석, 2배로 값 올리니 다 팔린 이유
안팔리던 보석, 2배로 값 올리니 다 팔린 이유
  • 김경자
  • 승인 20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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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 ‘비싼 것=좋은 것‘ 이용 / 김경자





【인터뷰365 김경자】 보석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인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한 종류의 보석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다. 판매를 위해 포장박스를 멋지게 장식하고 품질에 비해 상당히 낮게 가격을 책정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석을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느 날 이 주인은 휴가를 떠나면서 잘 팔리지 않는 그 보석들을 1/2값에 처분해 버리라는 메모를 종업원에게 남겼다. 며칠 후 휴가에서 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그 보석들이 다 팔리고 없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종업원이 그 보석을 원래 가격의 두 배에 팔았다는 것이다. 종업원은 1/2가격에 팔라는 메모를 잘못 이해하고 2배의 가격을 매겨놓았는데도 그 보석들을 모두 팔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가? 여러 가지 가능한 설명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가진 ‘비싼 것 = 품질이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가격과 품질이 정확하게 정비례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가격과 품질간의 어느 정도 유의미한 정적 상관을 오랜 세월 직, 간접적으로 경험해 온 많은 소비자들은 그래도 결국 ‘싼 게 비지떡’이고 '썩어도 준치‘라는 식의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가진 소비자는 자신의 기존 신념에 맞는 정보를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더 잘 주목하고 잘 인식한다. 수많은 정보 중 자신의 신념에 맞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별적으로 골라내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선별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이라고 하는데 이는 다시 고정관념을 더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우리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어느 요소에 대해 얼마만큼 만족하는가를 파악해내기 위해 수많은 관찰과 조사와 테스트를 반복한다. 특히 고객만족이라는 기치에 익숙한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조사를 통해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인다. 각양각색의 소비자조사에 익숙한 오늘날의 똑똑한 소비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품의 어떤 점이 문제인지, 그것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소비자조사를 하다 보면 개발자보다 제품을 더 잘 아는 Proteur(프로같은 아마추어)를 만나기도 한다. 소비자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기업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개선하거나 제품판매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할 때 사용된다.

문제는 그렇게 내놓은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하는 기능 다 갖추고 모양나게 디자인한 다음 합리적으로 가격 결정해서 시장에 내놓았는데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는 계산기를 들고 제품의 모든 요소를 이것저것 따져보면서 사는 게 아니라 소위 말하는 감으로 사기 때문이다. 의사결정 이론에서는 이를 휴리스틱(heuristic)이라 부른다. 휴리스틱은 단순화된 의사결정 지침 또는 간편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하고 의사결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휴리스틱을 사용한다. 가령 비싼 보석을 살 때 보석의 품질평가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 = 좋은 품질’, 또는 ‘비싼 가격 = 품질 보증’이라는 식의 고정관념 휴리스틱을 사용한 것이다.

소비자조사에 답할 때 소비자들이 적용하는 제품 분석 및 평가 프레임은 그 제품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는 제품 평가 프레임과 사뭇 다르다. 제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휴리스틱의 요소는 의사결정 주체인 소비자들 자신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의 휴리스틱을 이해하지 못하면 막대한 소비자조사 비용과 시간을 들인 후에야 사무친 후회를 하게 된다. 소비자의 말을 말 그대로 믿지 말라.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 말로 할 수 있더라도 꼭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안전하고 튼튼하고 연료소모가 적고 세련된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얼 사실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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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소비자경제 전문가,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소비자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현 카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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