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42번가] 스타 지망생의 동화 같은 브로드웨이 성공기
[뮤지컬 42번가] 스타 지망생의 동화 같은 브로드웨이 성공기
  • 김우성
  • 승인 200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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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시대 100명의 일자리를 책임져라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1933년 맨해튼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오디션에 참가한 수많은 춤꾼들이 배역을 얻기 위해 저마다 연습에 한창이다. 스물한살 순진한 아가씨 ‘페기’도 이들 중에 한명이어야 했지만 오디션에 늦은 그녀는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다. 연출가 ‘줄리앙’에게는 스타 지망생 한명까지 일일이 배려해줄 여유가 없다. 월스트리트의 주가폭락으로 파산 직전에 놓인 그는 하루 빨리 공연을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기는 오디션 장소에서 우연히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를 눈여겨 본 안무가 ‘앤디’의 도움으로 <프리티 레이디>에 코러스로 발탁된 페기는 4주 후에 있을 프리뷰(사전시사) 일정에 맞춰 꿈을 향한 한걸음을 내딛는다.



한편 한물간 스타 ‘도로시’는 공연 투자자 ‘딜런’의 후광을 등에 업고 주인공이 되어 사사건건 단원들과 마찰을 일으킨다. 특히 우둔할 정도로 연습에만 몰두하던 페기는 도로시가 흠모하던 남자배우와의 관계를 의심받으며 점점 궁지에 몰린다. 드디어 프리뷰가 있던 날, 공연 도중 주인공 도로시가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다. 페기가 사고를 낸 것이라 오해한 줄리앙은 흥분하여 그 자리에서 그녀를 내쫓고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한다. 실의에 잠겨있던 단원들은 줄리앙에게 도로시 대신 페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자고 강력히 요청한다. 공연을 포기할 수 없었던 줄리앙은 단원들의 요청을 수용하지만 36시간 안에 6곡의 노래와 10종류의 스텝을 익혀야 하는 막중한 부담감은 페기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줄리앙은 페기에게 진심어린 용기와 격려를 불어 넣어주며 결국 그녀를 꿈의 무대로 이끌어 낸다.


철새의 군무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탭댄스, 심장을 요동치는 관악연주, 황홀한 의상, 기발한 무대연출. 불변의 수식어들이 따라다니는 [뮤지컬 42번가]의 명성은 익히 자자하다. 문제는 본토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아 왔다는 이 공연의 오리지널 버전이 국내 관객들의 정서에도 온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대단한 명성만을 믿고 공연장을 찾았다가는 의외로 인터미션(막과 막 사이의 휴식시간)을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오며 탭댄스의 현란한 발놀림에서 감동을 찾아보려 할지도 모른다.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선남선녀들을 만나러 가기 전에 다음 두 가지는 꼭 염두에 두자. <1.시간>수많은 실업자들을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든 대공황의 절정기, <2.장소>외설적이고 음탕하며,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뉴욕 브로드웨이 42번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은 표면적으로는 경제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대공황’이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1929년부터 뉴욕 월스트리트의 주가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10여년간 이어진다. [뮤지컬 42번가]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대공황의 최절정기라 할 수 있는 1933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33년 당시 미국의 공업 생산고는 20년 이상 후퇴하였으며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50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뮤지컬 42번가]의 배우들이 연기하던 극중에서 어디선가 나타난 소매치기가 총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은 당시의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들에게 춤과 노래는 곧 일자리를 의미했다. 연습을 하기 싫으면 곧바로 거리의 식량 배급 줄에 서야하는 것이다.


주인공이었던 도로시가 부상을 입어 공연이 취소될 뻔 했던 것도 단원들에게는 대공황 시대에서의 실직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페기에게는 100명의 일자리를 책임져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이러한 대공황 시기에 브로드웨이라 함은 절망과 혼란, 희망과 기회가 공존했던 상징적 장소이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완전 초짜도 최고가 될 수 있고 하류층 사람들이 상류층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또한 브로드웨이에서 댄서가 되면 아무도 그들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상의 시공간적 배경 속에 꿈 하나만 갖고 도시로 상경한 페기는 신데렐라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건을 완벽하게 지니고 있다. 우아하게 춤을 추는 무리들 속 실수연발인 그녀의 성공은 모두가 바라는 것이 되며 그 과정에 예상치 못한 기회와 행운이 계속해서 찾아온다. 이렇듯 [뮤지컬 42번가]는 현재 세계 경제를 장악한, 스스로를 기회의 나라라고 말하는 미국인들에게 있어 특별한 정서로 다가왔을 것이란 생각이다. 한 많은 세월 뼈를 깎는 인고의 노력을 거쳐 득음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서편제>의 송화(오정해)가 우리에게 특별하듯이 말이다.



[뮤지컬 42번가]는 이야기 구조가 단조롭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전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만큼 쉽다는 얘기인데 이 공연이 폭넓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국내 공연에서는 무대와 자막간의 거리가 꽤나 멀어 관람하기에 불편할 수도 있으나 간략한 줄거리 정도만 미리 파악하고 가면 그들이 전하는 에너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뮤지컬 42번가]의 가장 큰 매력은 탭댄스가 아니던가. 객석에서 발동작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간간히 터져 나오는 상체의 움직임과 다채로운 조명은 향기를 뿜어대는 꽃처럼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25명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국립극장의 아득한 공간을 누비고 다니며 우리의 마음을 풍성하고 낙천적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거기에 사각 프레임 구석구석 한 점 버릴 것 없는 입체적인 구성의 무대까지. 과연 뮤지컬 중의 뮤지컬이라 할만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전철역에서 내려 장충단 공원을 끼고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것도 이번 공연의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2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후 일부지역 순회예정. 문의 (02)3448.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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