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철】 솥뚜껑을 열어젖히자 하얀 김이 치솟는다. 순간 콩 익는 냄새가 사방으로 풍긴다. 구수한 냄새다. 메주콩을 삶는 불 지핀 가마솥에는 세월의 흔적이 까맣게 묻어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하다. 농촌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토속적인 모습이다. 가마솥은 원래 부엌에 있어야 제격이지만 취사를 겸한 전통 아궁이불이 현대식으로 교체되면서 부뚜막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걸친 장소만 집 밖으로 바뀌었을 뿐 아낙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검은 무쇠가마솥은 세월이 흘러도 옛 정취 그대로다.
제대로 된 밥은 가마솥에 지어야 맛이 나듯이 메주콩 또한 가마솥에서 삶아야 제 맛이 난다. 장맛을 좌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메주에 달렸다. 좋은 메주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메주콩을 잘 익혀야 한다. 메주콩을 어떻게 익혀야 하는지 계량화된 것이 없다. 재래식 방법은 그저 눈대중과 손대중에 의존할 뿐이다. 하루 정도 물에 불린 콩을 가마솥에 넣고 적당히 물을 부은 다음 무를 때까지 익히면 된다. 그 과정에서 화력을 조절하며 콩이 타지 않고 골고루 익도록 가끔 주걱으로 휘저어줘야 한다.
메주콩은 덜 익어도 안 되고 너무 익어도 안 된다. 삶은 콩을 찧어 만든 메주의 발효과정에서 미생물의 생성과 발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품질이 우수한 재래식 메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정성이 따른다. 간장 된장 고추장은 김치와 더불어 한국인들의 밥맛을 좌우하는 전통 식품이다. 이 네 가지 가운데 적어도 어느 한 가지만이라도 밥상에 오르지 않으면 밥을 먹어도 어쩐지 먹은 것 같지가 않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노란 콩을 정성스레 삶는 촌부의 손길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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