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둑이나 다름없던 추억의 버섯국
밥도둑이나 다름없던 추억의 버섯국
  • 김철
  • 승인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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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사계와 삶의 이미지 / 김철



【인터뷰365 김철】나라살림이 가난했던 시절 군복무를 경험한 이라면 ‘우공도강탕(牛公渡江湯)’이란 말을 기억할 것이다. 건더기는 아예 없고 쇠고기 냄새만 겨우 풍기는 멀건 국을 소가 건너간 강물에 빗댄 말이다. 그 때는 이 같은 국이라도 한 번 실컷 먹어봤으면 하는 것이 병사들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 마저 맛보기 힘든 시절 농촌에서 어쩌다 밥상에 오르는 버섯국은 시쳇말로 밥도둑이나 마찬가지였다. 버섯국이라고 해 보았자 쇠고기가 들어갈 리 없었다. 버섯과 채소 멸치 따위를 넣은 뒤 밀가루를 풀어 걸쭉하게 조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도 식용 야생버섯은 맛보기가 쉽지 않다. 수확량이 적은 데다 저장성도 용이하지 않아 제철에도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야생버섯 가운데도 자주국수버섯은 비교적 특이한 편에 속한다. 우산 모양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버섯과 달리 이름 그대로 자줏빛을 띤 채 국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버섯마다 지닌 고유의 향기와 맛이 두드러지게 없다는 점도 여느 버섯과 다르다. 크기도 작다. 높이가 2.5~12cm, 폭은 1.5~5mm에 불과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또 잘 부서지는 탓에 다룰 때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자주국수버섯은 그 자체로서 비록 풍미가 없다고 해도 다른 재료와 함께 끓여 먹던 별미는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가 없다. 소나무가 우거진 선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자줏빛의 가느다란 버섯이 다발형태로 무리지어 땅에 난 것을 발견했다. 유년의 기억으로는 국수버섯인 것 같았다. 그러나 미심쩍어 국립수목원 식물클리닉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자주국수버섯이라는 것을 알았다. 야생버섯은 겨울철에도 볼 수 있다. 독버섯인지 식용버섯인지 확신이 없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요즘은 병영에서조차 남아도는 음식쓰레기처리에 부심할 정도라고 한다. 버섯국을 먹으면서 새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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