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다 도망간 놈>이라고 올라온 영화 크래딧.
<촬영하다 도망간 놈>이라고 올라온 영화 크래딧.
  • 신일하
  • 승인 20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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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하의 텔레비안 나이트


[인터뷰365 신일하] “눈물 마케팅인가 아니면 애국심 마케팅인가” 지난해 8월 영화 <디워>가 개봉되었을 때 인터넷에선 이런 열띤 논쟁이 일어났다. 최종 842만 관객을 동원, 2007년 한국영화흥행 1위를 기록한 <디워>의 완성도에 관한 논란과 함께 영화 에필로그가 그 시비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래. 떠들어 줘, 질근질근 씹어줘라 그러면 관객들이 올 거니.” 이처럼 심형래감독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을지 모른다. 흥행이 끝날 무렵 그는 마치 바둑에서 자충수를 둔 거로 비유하며 평범한 엔딩 크레딧이 아닌 이색 에필로그를 삽입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 <디워>의 에필로그는 사실 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배급회사 윗선에서 제안해 온 것이었어요.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개봉하게 되었는지 편지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반영한 거예요” 그러면서 심형래감독은 노래 아리랑을 넣자고 했을 때 영구아트 직원들이 반대를 했지만 자신은 알리고 싶어 의도적으로 한국적인 걸 많이 넣었다며 뒷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영화나 TV드라마의 엔딩 크레딧까지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만든 사람이나 출연자 그리고 마니아와 열혈 팬이라면 몰라도. 그리고 멀티플렉스 시대에 접어든 후 영화의 여운을 끝까지 느끼고 싶어 극장을 찾는 마니아가 늘어나 엔딩 크레딧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불을 훤하게 켜주던 그전의 관람문화는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지난해 2006 NCN 영화 <자끌린의 눈물>을 가지고 일본 SKIP CITY D CINEMA FESTIVAL 엔트리 행사에 다녀온 박철수 감독과 이 영화를 제작한 리올곤 직원들이 어울린 회식 자리였다. 그동안 필자는 <자끌린의 눈물>의 최낙권 감독과 친분이 있어 제작과정을 살펴 볼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블로그를 보면 ‘만든 사람 제작, 감독, 각본, 촬영, 미술 최낙권’으로 되어있다. 1인5역을 한 것이다. 그날 심형래감독 ‘디워’가 에필로그의 눈물 마케팅이 덕본 건지 애국심 마케팅이 적중한 건지 설전이 오갔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박철수 감독이 엔딩 크레딧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바람에 술좌석은 열기로 가득 찼다.(최낙권 감독의 블로그:http://blog.naver.com/vanbaccu?Redirect=Log&logNo=33893976&vid=0)


“최감독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했구먼. 영화 만들다 보면 예술인이란 직업의식이 부족한 인간이 많다는 걸 경험하지. 함께 작업했지만 크레딧에 올려주고 싶지 않은 스태프가 있어. 오죽했으면 이름을 올려주지 않았겠나” 몽롱해질 정도의 취중 분위기로 전환되자 박감독은 “혹시 장선우감독의 OOO 영화 본 사람 있나. 없구먼. 그 영화를 보면 크레딧에 ‘촬영하다 도망간 놈 OOO’이 나와요. 얼마나 약이 올랐으면.”하면서 작업하다 감독과 트러블을 빚어 도중에 하차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1인5역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최낙권감독이 한 스태프와 잦은 의견 충돌로 그를 하차시켰다며 원인을 설명하자 박감독은 “그 XX이야. 바로 장선우감독 한테 찍힌 X이군. 그런 인간을 검증 안하고 썼으니 당했지”하는 게 아닌가. 소주의 위력인지 박감독의 목청은 높아지면서 “불의의 사고로 배우나 스태프를 교체해야 하는 일도 있지. 하지만 촬영장에 지각하는 게 습관처럼 되어있거나 잘 못한 걸 지적해 주었는데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며 삐져 무책임하게 잠수함이 되어버리는 영화인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존재들도 있다”며 인간성이 결여된 돌출 행동에 골탕을 먹었으니 장선우 감독도 엔딩 크레딧에 한 줄로 복수(?)한 거 아니겠다며 동정론을 늘어놓았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그런 숨겨진 비화가 있다니. 촬영하다 잠수함이 되는 바람에 감독, 연기자, 스태프와 제작자를 크게 골탕 먹이는 오명(?)을 남긴 간 큰 영화인이 있었다고. 그는 극장에서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보았을까. 자막을 본 관객은 없어 다행이었다. 요즘 같으면 소문을 들은 네티즌이 핸드폰으로 찍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 UCC 동영상을 올려놓아 시끌벅절 한 소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오명의 주인공이 보여준 무반응은 혹시 모르고 넘어가서였을까? 아니면 인간은 스스로의 잘 못을 아는 이성적 사고를 지녀서라고 보는 필자의 생각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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