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비서실-과잉충성에 기겁했던 가수 조영남
재벌 비서실-과잉충성에 기겁했던 가수 조영남
  • 신일하
  • 승인 200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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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하의 텔레비전 나이트


[인터뷰365 신일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나왔을 때 “아이고! 턱도 없는 소리 말아요”하며 고개 저었을 스타가 있다. “천만의 말씀이지. 광고 카피에 지나지 않은 말에 불과해. 고래 조련사들이 하는 얘기 아닐까. 우리 인간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야.”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칭찬 붐’을 일으키며 각종 ‘칭찬’ 관련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 나왔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수긍이 가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칭찬의 힘’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걸까. 필자가 알기로 그는 “칭찬은 아름다운 선행이고 기쁨을 준다”는 사고의 소유자이고 결코 인간관계에 인색한 연예인은 아니다. 그 스타는 ‘영원한 자유인’ 조영남이다.

“조영남씨가 모 스포츠신문에 칼럼을 쓸 때 였죠. 자신의 주변 얘기를 재미있게 써 아주 인기 있었어요. 어느 날 아침 동아그룹 홍보실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있었죠” 그 그룹의 홍보물을 제작했던 D프러덕션 K사장이 90년대 초 일을 회상하면서 조영남 칼럼으로 인해 빚어진 일화를 소개해줘 칭찬이 사람의 기를 살리기도 하나 때로 그렇지 않은 걸 알았다. 그 전에 어른이 ‘듣기 좋은 말도 세 번 들으면 싫다는 걸 모르냐’며 일러준 가르침 말이다.

“(최)회장 비서실에서 ‘이런 기사도 막지 못하고 뭐하는 곳이냐’는 질책이 떨어지는 바람에 난리가 난 거죠. 저녁에 가판신문을 체크하고 그룹과 관련된 기사가 있으면 분석해 좋지 않은 게 있을 때는 신문사까지 찾아가 기사를 빼달라고 하는 게 홍보실이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회장 관련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터졌는데 홍보실에서 몰랐으니 아침부터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한 거예요” 도대체 어떤 기사였을까.


“연예인을 사랑해주시는 최원석 회장님은 와인 마니아였다. 어제 고마우신 회장님 초대로 김세환, 윤형주등 20여명의 연예인이 장충동에 있는 댁을 찾아가면서 처음부처 끝까지 화끈한 성격의 회장님이시라 스타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등 그날 초청받은 스타들이 음미한 술 맛을 소개한 칼럼이었어요.” K사장은 자신이 보았을 때 연예인들에게 남다른 배려를 해주는 최회장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 담긴 글이었으나 비서실은 ‘회장님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기사’로 꼬투리를 잡아 홍보실을 벌집 통처럼 만들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날 ENG카메라를 가지고 스태프와 파티에 갔던 K사장은 “회장님이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은 걸 보고 모두 감탄하면서 깜박 죽더군요. 그러면서 집에 가서 맛보라며 와인 두 병씩 거기 온 스타들에게 선물 했으니 연회장 분위기가 어느 정도 고조되었을지 상상해 보세요.”하는 게 아닌가. 후한 대접을 받아 기분 좋게 취하여 귀가한 가수 조영남. 그는 여러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마치 추사 김정희가 일필휘지로 명문을 남기듯 원고를 써 내려갔을 것이다. 조간 독자들을 위해 서둘러 팩스로 보내 놓고 잠들었지만 그게 홍보실을 풍지박살 낼 폭탄이라는 걸 꿈에도 모른채.


“wine을 잘 아는 사람에게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 볼 것. 아무리 엄한 검사, 판사라도 와인 몇 병 주었다고 나중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임” 최근 공개된 삼성 로비 문건 지시 사항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인 마니아라는 건 로비문건이 터지기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거의 와인 애호가인 총수들은 ‘와인은 술이 아닌 문화’라 하지 않는가.


그 대열에 끼어있는 최원석 회장이 즐기는 와인은 <로마네 콩티>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굿바이 테러리스트>란 영화로 감독 데뷔를 선언한 최회장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재벌은 황제입니다. 사실 그동안 황제경영을 했다”며 회고 한 걸 보았다. 스포츠와 예술, 문화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아 지원해주며 스타를 은밀히 배출하였던 그가 뒤늦게 영화 제작에까지 뛰어든 것이다. 잘 나가던 한국영화 흥행이 어찌된 일인지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마당에 영화 <굿바이 테러리스트>가 흥행에 촉매제가 될지 모른다.

“국익이 걸린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최회장이 기쁜 마음에 스타를 초청, 기분을 좀 풀기 위해 열었던 파티로 알고 있어요. 조영남씨도 눈치 채고 좋은 술을 얻어먹었으니 생색(?) 내려했던 게 오히려 화를 자초하는 꼴이 된 거죠” 그러면서 재벌 총수가 스포츠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볼 틈이 있겠냐며 반문한 K사장은 “칭찬문화를 키우고 가꿔 나가면 국민들의 긍정적 에너지를 증폭시켜 국가 경쟁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하던데 오히려 알아 기는 버릇에 길든 재벌 총수 비서실의 충성심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 아닐까요. 허허허”하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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