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화두는 ‘성장'이 아닌 '성숙’. 조유택목사
교회의 화두는 ‘성장'이 아닌 '성숙’. 조유택목사
  • 조현진
  • 승인 200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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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된 교회와 순교자의 아들 / 조현진



[인터뷰365 조현진 / 사진 김우성] 오래된 한국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를 보면, 70년대 산업화라는 야간열차를 타고 고향을 떠나 새벽에 서울역으로 막 상경한 이들이 십자가를 보며 기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울역에서 정면으로 십자가가 우뚝하게 보였던 교회. 바로 그 교회가 <대한 예수교 장로회 남대문교회>다. 그렇듯 한때 남대문교회는 서울에서 가장 상징적인 교회 중 하나였다. 단지 위치적 요인 때문만이 아니라, 무려 12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기독교의 시작점과도 같은 교회이고, 한국의 많은 지도자들을 배출한 교회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남대문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조유택 목사(66)를 만났다.



이젠 교회가 빌딩숲에 둘러싸여져 있어서 좀 억울하시겠어요.

그렇지요. 예전엔 서울역에 서면 우리교회가 바로 보였는데 금호 아시아나 빌딩(옛 대우빌딩), LG, 힐튼호텔에 둘러싸인 꼴이 되었으니까요. 시대의 변화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죠.



남대문교회는 역사가 무려 120년이나 된 교회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교회인지 좀 설명해 주십시오.

좋은 교회입니다.(하하) 우리교회는 외교관이자 선교사였던 알렌(Allen, Horace Newton)에 의해 세워진 교회입니다. 1884년 한국에 도착한 알렌은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설립했고 그 병원 안에서 1885년부터 주일예배가 시작되었지요. 그러다가 1887년부터 공식적으로 ‘제중원교회’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것을 우리 ‘남대문교회’의 뿌리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로 120년이 되었지요. 11월에 120주년 기념예배를 드렸고, 그 날 미국에서 알렌의 후손과 알렌을 한국에 선교사로 파송했던 교회의 대표도 다녀가셨습니다. 부통령을 지내신 함태영, 3.1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중 가장 오래 장수하셨던 이갑성, 그리고 아무래도 병원에서 시작된 교회이다 보니 한국정형외과의 태두로 불리 우는 이용설 박사나, 생리학자인 김명선 박사등 의사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동무생각’등을 만드신 작곡가 박태준, 성악가 이규도, 배우 김혜자 같은 분들도 저희 교회 출신이십니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목사님들과 교회지도자를 배출하기도 했고요.



그럼 그 120년이란 시간동안 크고 작은 한국의 현대사를 다 지켜본 교회 일텐데요.

그렇지요. 남대문교회는 한국 현대사의 증인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리고 한국교회의 부흥과 변화 또한 지켜본 교회기도 하지요. 그리고 물론 한국 기독교의 뿌리교회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교회의 역할’을 제시할 책임도 있고요.


교회의 역할. 그걸 좀 묻겠습니다. 기독교계에선 올해 ‘평양 대부흥 100주년’이라고 크게 홍보를 했지만, 사실 올해만큼 어려웠던 해도 없지 않았나 봅니다. ‘아프카니스탄 피랍’ 이나 ‘이랜드 사태’같은 큰 사건이 있었지요. 그런 일에 대해 특히 인터넷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데.

사실 기독교에 대한 비난이라기 보단, 한국교회에 대한 비난이겠죠. 참 어려운 한 해 였습니다. 저 역시 한국교회가 변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란 이젠 교회가 ‘성장’이 아닌 ‘성숙’이라는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고 믿습니다.


성장이 아닌 성숙, 그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큰 축복으로 유례없는 부흥을 경험했습니다. 겨우 100여년 만에 인구의 1/3이 크리스챤이 되는 축복 말입니다. 물론 예수님의 지상명령이 땅 끝 까지 복음을 전하며, 최후의 한명까지 하나님 앞으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확장과 함께 교회 또한 ‘성숙한 공동체’로 커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교회의 문제는 성숙의 속도가 성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목회에 관한 두 가지 철학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순교’로써의 목회입니다. 순교는 교회가 내부적으로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예수께서 그랬듯 나를 버리고, 나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교회와 교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선교’로써의 목회입니다. 남대문교회도 선교사가 세운 교회입니다만 사실은 모든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된 것입니다. 그들의 노력과 피가 있었기에 한국교회는 부흥의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도 그 빚을 갚을 필요가 있습니다. 내 교회로 사람을 불러 성장하는 것보다는, 정말로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람을 보내는 교회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순교와 선교’라는 조 목사님의 목회철학에 울림이 있네요. 그럼 그 일을 위해 구체적으로 남대문교회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우선 선교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꼭 내가 나가지 않더라도 선교사로 부름 받은 이들은 참 많습니다. 그 분들이 선교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도움을 드려야 합니다. 우리교회는 1구좌에 1,000원짜리 <보내는 선교사 운동>을 합니다. 여유와 형편에 따라 조금씩이라도 선교사를 후원하자는 취지죠. 이 운동으로 남대문교회는 현재 약 30명의 선교사를 돕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움 드릴 수 있는 선교사의 숫자가 늘어나기를 기도하는 거죠.



또한 주택가가 아닌 도심 한 복판에 있는 남대문교회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교회 교인들 중 이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내 한복판의 교회에게 맡겨진 사역으로 우리는 직장인 선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앞에 큰 기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점심시간에 ‘직장인 예배’를 드리죠. 사실 이 분들은 주일날이면 각자가 출석하는 교회들이 있는 ‘다른 교회 교인’ 들입니다. 또한 신자가 아닌 분들이 이 예배에 참석했다가 믿음을 갖게 되어 거주지 근처의 교회를 가시는 것도 좋은 일 아닙니까? 그리고 서울역의 많은 노숙인 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도 우리에게 있습니다. 즉, 이런 직장인들을 위한 예배나 노숙인 사역 같은 것이 남대문교회의 한계가 아닌, ‘남대문 교회만이 허락받은 사역’이라고 저는 믿고 있는 것입니다. 내년 초에 예배당 안에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됩니다. 그럼 우리는 정말 좋은 ‘종교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많은 분들에게 소개할 수도 있을 테고요.



조유택 목사는 순교자의 아들이다. 그의 부친이셨던 고 조석훈 목사는 6.25때 황해도에서 목회를 하다가 인민군들에 의해 순교를 당하셨다. 조목사의 모친이었던 고 전영경 권사는 남편을 잃은 후 7남매의 손을 잡고 서울로 피난했다. 조목사는 그 7남매의 막내였다.



아주 특별한 ‘믿음의 가문’이라고 들었습니다.

7남매 중 아들 넷(고 조의택목사, 조인택목사, 조영택목사, 조유택목사) 은 다 목사가 되었고, 세 딸은 목회자의 아내와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막내누님 (대전 대덕교회 조송산전도사)까지 은퇴를 하셔서 이제 현역은 저 하나 남았습니다. 저희 아들 세대에서도 목사가 4명(조성모목사, 조윤모목사, 조충모목사, 조진모목사)이 나왔습니다. ‘하나님은 너를 만드신 분’이라는 CCM을 부른 찬양사역자 조준모도 제 조카구요. 그러다보니 3대 목사 집안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전쟁고아였던 우리들에겐 참 큰 축복이죠. 그리고 또 제 손자대에서도 누군가는 하나님의 쓰임을 받겠지요. 하나님이 이런 축복을 허락하신 것은 순교자로 흘리신 아버지의 피와, 한글을 읽을 줄도 몰랐지만 자식들을 위해 끊임없이 눈물로 기도한 어머니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9살에 아버지를 잃은 고아 소년은 120년 된 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이 교회에서 올해까지 꼬박 20년을 사역했다. 그리고 그는 ‘좋은 교회에서 순탄한 목회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태복음엔 이런 예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부모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받고 또 영생을 상속하리라 (마 19:29)’ 예수를 쫓아서 자기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순교자에게 예수는 ‘영생의 상속’까지를 약속했고, 오늘 조유택 목사를 만나며 순교자의 자손들을 통한 그 말씀의 실현을 본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조 목사님은 어떤 메시지를 주시겠습니까?

예수님은 평화의 왕으로 오신 분입니다. 우리가 이 크리스마스의 그 ‘평화’를 다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교회도 그렇고 세상도, 가정도 그렇습니다. 올 한해 여러 가지 다툼과 아픔이 있었지요. 그 모든 일들이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치유되고, 회복되고, 화해가 되는 그런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적으론 치열한 대선을 경험한 한해였다. 승자도 나왔고, 패자도 나왔다. 교회에서도, 사회에서도 다툼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래, 어쩌면 지금이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가 꼭 필요한 시간인지 모른다. 갈등의 상처를 봉합하고, 새로운 화합과 화해를 통한 내일의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아침이니까. 한국교회의 방향은 ‘성장이 아니라 성숙’ 이어야 한다는 조유택 목사의 교훈을 다시 되새긴다.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예수가 오면 좋겠다. 평화의 왕으로 오신 그가 세상을, 교회를, 서울역의 노숙자들을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건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 모두를 치료하고, 위로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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