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다인】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렬한 관심 속에 상영됐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메모리즈’였다.
‘메모리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인 작품 ‘아키라’(1988)를 만든 오토모 가쓰히로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 드문 기회였다. ‘아키라’는 묵시론적 세계관을 담은 사이버 펑크 애니메이션의 효시로 꼽히는 작품. 그때만 해도 마니아층만 암암리에 돌려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겔리온’(1997)이 그 계보를 잇는 영화들이다.
제1회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된 ‘메모리즈’는 오토모 가쓰히로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첫 기회였고 당시 관객들의 보고 싶은 영화 1순위가 됐다. 그 영화 ‘메모리즈’가 16년 만인 오는 29일 극장 개봉이 결정됐다.
‘메모리즈’는 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이 총감독을 맡고 오카무라 텐사이, 모리모토 코지 등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참여한 작품이다. 오토모 가쓰히로는 ‘메모리즈’의 세 번째 에피소드 ‘대포도시’를 직접 연출했고 나머지 ‘그녀의 추억’ ‘최취병기’의 원작을 썼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모리모토 코지 감독의 SF 호러 ‘그녀의 추억’(彼女の想いで Magnetic Rose)이다. 영화의 배경은 2092년. 구형 우주선에서 화려한 저택을 발견되고 거기서 알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진다. 발달된 문명을 이용해 건설된 가상세계가 결국 사람들을 파괴시키는 내용이 섬뜩하게 그려져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오카무라 텐사이 감독의 블랙코미디 ‘최취병기’(最臭兵器 Stink Bomb)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직전인 1995년 일본 사회를 거세게 뒤흔들었던 옴진리교 사건의 광기와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제약회사 직원이 회사의 약을 먹고 나서 자신도 모르는 생화학무기가 된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오토모 가쓰히로의 판타지 ‘대포도시’(大砲の街 Cannon Fodder)는 대포로 이루어진 도시에서 모든 사람들이 대포와 관련된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설정이다. 장전수로 일하는 아빠와 포탄 공장에서 일하는 엄마, 학교에서 정확한 포격을 위한 특별 수업에 열중하며 아빠보다 훨씬 멋진 ‘포격수’를 꿈꾸는 아들의 하루를 담은 작품이다.
16년 전 이미 이 영화를 부산에서 봤던 사람으로서는 왜 이 영화가 그동안 극장 개봉이 되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지금 상영된다 해도 전혀 세월의 간격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음울하고 펑키한 오코모 가쓰히로의 묵시론적 세계관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