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 흑백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보는 즐거움
78년 전 흑백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보는 즐거움
  • 김다인
  • 승인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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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추석 연휴를 앞둔 27일 오랜만에 서울역 나들이를 했다. 고향에라도 내려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옛 서울역사, 지금은 문화서울로 바뀐 곳에서 공개되는 ‘청춘의 십자로’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청춘의 십자로’는 1934년 제작된 무성영화다. 78년 전에 제작된,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 영화의 원본은 2008년 한국영상자료원이 발굴했다. 올해 2월에는 등록문화재(48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청춘의 십자로’는 2008년부터 김태용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우 조희봉이 변사로 나서고,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를 하는 공연 형식으로 재구성되어 국내외에 알려지고 있다. 대사가 없어 줄거리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던 영화를 ‘만추’로 유명한 김태용 감독이 영상을 바탕으로 각본을 다시 쓰고. 배우 조희봉이 변사를 맡았다. 이 정도만으로도 ‘무성영화의 부활’로 훌륭했을 텐데, 여기에 영화의 중간 중간 4인조 밴드와 뮤지컬 배우의 공연을 넣어 ‘무성영화의 재구성’으로 완성했다.

개철 일당에게 농락당하는 영복의 동생 영옥

영복과 영옥, 계순의 행복한 기도(?)로 마무리된 라스트 신

영화 상영 전 추억의 찹쌀떡을 나눠주는 행사로 입맛을 다시게 한 다음 4인조 밴드의 연주에 맞춰 영화 내용을 가사로 담은 남녀 듀엣의 노래가 인트로 역할을 한다. 이어 불이 꺼지고 변사를 맡은 조희봉이 등장하고 스크린에는 무성 흑백영화가 틀어진다.


1930년대 당시 이름을 날리던 안종화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줄기는 고향을 떠나 서울역 수하물부로 일하는 영복을 중심으로 그 동생 영옥, 연인 계순 그리고 졸부 개철과 명구 등으로 구성된다.


오빠 영복을 찾아 서울에 왔다가 다방에서 일하게 된 영옥이 개철 등에 농락당하고 계순마저 같은 일을 당하게 되자 영복이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 마지막에는 세 남녀의 행복한 일상으로 마무리 된다.


무성영화인 ‘청춘의 십자로’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 조희봉의 변사 역할


지금의 영화에는 비할 바 없이 단순하고 밋밋하지만 변사 조희봉의 맛깔스러운 말연기에 힘입어 영화 속 인물들은 생기있게 되살아난다. 관객들은 화면을 보고 변사의 연기를 들으면서 곳곳에서 박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영화 중간중간 관객을 웃겼던 변사의 재담, 입담은 마지막 장면, 우스광스런 세 남녀의 대문 앞 기도장면을 깔끔하게 큰 웃음으로 정리해 준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뿐 아니라 젊은 관객들도 몰입도가 높다.


공연과 영화를 보고 나온 후 오랜만에 서울역에서 마주치는 도시의 어스름도 새롭다. ‘청춘의 십자로’ 공연은 10월 13일까지 계속된다.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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