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이병헌의 꿈과 청춘 토크콘서트
‘광해’ 이병헌의 꿈과 청춘 토크콘서트
  • 김다인
  • 승인 201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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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은 세상과 많이 타협...철들지 말고 어른스러워지지 말기를”

【인터뷰365 김다인】13일 개봉되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의 주연배우 이병헌이 지난 8일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이번 토크콘서트에는 성균관대 학생들을 비롯해 일반인을 포함한 700여명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서 이병헌은 자신의 꿈과 청춘 그리고 멘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최근 공중파나 케이블채널을 통해 스타들이 멘토로 나서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이병헌과 관객들 사이에 오간 대화는 평소 영화기자들과의 인터뷰와는 사뭇 달랐다. 다음은 개그우먼 박경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크콘서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오늘 토크콘서트의 주제는 꿈, 청춘, 리더와 멘토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봤습니다. 먼져 꿈이라는 주제로 시작하겠습니다. 원래부터 배우가 꿈이었나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방송국 시험도 어머니 친구분이 원서 접수를 해주셨습니다. 그때 제가 입대 원서를 내고 쉬고 있을 때였습니다. 사실 저는 무대 뒤에 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뒤에서 보는 것은 괜찮은데 앞에서 이렇게 집중을 받으면 손에 땀이 날 정도입니다. 어렸을 때도 친구들 서너 명이 있으면 리더 역할도 하고 재밌는 얘기도 곧잘 했는데 교탁 위에서 선생님에 얘기하라고 하면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배우는 막연하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거라고 여겼기 때문에,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배우가 되고 나서도 한 일년 정도 드라마 찍으면서도 그저 내 인생의 작은 경험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유명한 춤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땅 위에서 하는 것은 다 했습니다(청중 웃음).

말춤도 이병헌씨가 원조라고 하던데요.
말춤이 얼마나 유명한데 제가 원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도 한때 많이 췄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브레이크 댄스는 최고였습니다. 그래서 옛날 신인시절에 방송에서 브레이크 댄스 추고 그랬습니다.


사회자 박경림의 요청에 즉석에서 웨이브 실력을 보여주는 이병헌


꿈이 배우가 아니라고 했지만 어느 순간 배우가 되어 있었습니다.
배우가 젊은 시절의 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지, 제 인생의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을 하면서 내 모든 걸 그 안에 던져 볼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꿈에 대해서 별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꿈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나는 이런 직업을 갖고 싶기 때문에 이런 전공을 할 거다"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친구들이 굉장히 어른 같고 열등감도 느꼈습니다. 저희 집은 부자도 아니었고 평범한 집이었는데 그래서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계획을 잘 안 세우는 편입니다. 그게 저한테 컴플렉스로 느껴지고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이병헌씨의 연기인생이 철저하게 계획 하에 이뤄낸 것이라 생각했는데, 꿈이 없었다니 놀랍습니다.
배우 생활하면서도 계획이나 목표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배우라는 직업은 목표한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어떤 작품을 할지 아니면 작품이 들어올지도 알 수 없고, 혹은 액션이 들어올지 멜로가 들어올지도 알 수 없습니다. 배우는 이렇게 주변의 상황으로 이루어지는 게 많습니다.
기자 분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목표 같은 것인데 "십년 후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계세요?" 그러면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근데 바람은 있겠지요. 십년 후 이십 년 후 어떤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전 꿈이나 목표를 세우는 그런 취향의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이 여기 계신 어떤 분들에게는 희망이 되거나 아니면 반대로 큰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꿈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을 때 좀 난감했습니다. 젊은 분들에게 교훈적이고 앞서 산 사람이 줄 수 있는 충고를 주어야 하는 데 저는 꿈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여기 있는 분들께는 내가 오늘 안 온 것만 못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지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병헌은 자신의 꿈이 배우가 아니었지만 어느 순간 ‘일생의 직업’이 됐다고 말한다.

여기 꿈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겠습니까.
우리 사회는 '철들어라, 어른스러워져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철들지 마세요. 어른스러워지지 마세요. 특히 저 같은 예술적이고 창조성을 바탕으로 하는 직업은 더욱 그렇고, 일반적인 직업을 가지신 분들도 성장할 여지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감독님 댁에 운 좋게 초대받았는데 집에 놀이터가 있습니다. 제가 아이 방이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방이랍니다. 그 분이 누구나 아는 SF 영화를 찍으셨던 분인데,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상상을 하고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분은 철들거나 어른스러워지려고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청춘’이라는 테마로 옮겨가겠습니다. 이병헌씨는 이번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에 함께 출연하는 류승룡씨를 비롯해 고창석, 김상호씨 등과 동갑입니다. 이병헌씨만 유독 동안인데 비법이라도 있는지요.
저는 비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경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닙니다. 제가 사실 스무 살 때는 노안이라는 얘기를 오히려 많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노안 얘기를 많이 듣는 사람들은 오래 가나 봅니다.

선배로서 청춘시절에 꼭 필요한 것, 꼭 해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많은 감정들의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용기 있고 무모할 수 있으니까. 겁내지 말고 부딪혀 보고 그것이 설사 시행착오가 될지라도. 시행착오가 자신의 재산이 되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감해지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세상과 많이 타협하면서 살았는데 다시 청춘이 온다면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인생의 멘토가 된 분이 있습니까.
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어떤 면을 본 후 저도 저렇게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하는 쪽도 노는 쪽도 아닌 회색분자였습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쪽에도 친구가 있었고, 노는 쪽에도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2 때는 담배를 못 피우면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담배 피는 친구들이 담배 피우러 가지고 해서 그냥 같이 갔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가 결렸습니다. 학교 화장실 안에서 같이 피던 친구들이 담배를 냅다 저한테 넘기길래 그냥 들고 있었더니 학생주임 선생님이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공부는 잘 하지 못했지만 문제아는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나름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문제를 일으킨 거죠. 어머니는 굉장히 무서우셨지만, 아버지는 저한테 슈퍼맨 같은 분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저한테 야단을 치시면 슈퍼맨처럼 나타나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사무실로 갔습니다. 아버지한테 그때까지도 맞아본 적이 없었지만 한 대 맞겠다는 각오로 떠듬떠듬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가 씩 웃으시는 거예요. “짜식, 어른이 다 됐구나” 하시더니 담배를 한 대 피우라고 주시는 겁니다. 그런 멋스러움과 여유, 이런 것들이 굉장히 본받고 싶었습니다.

할리우드로 연기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이병헌은 자신의 멘토로 아버지를 꼽았다.


타고난 연기재능과 노력해야 하는 재능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타고난 재능을 택하겠습니다.

그럼 반대로, 본인은 타고난 것 같습니까, 노력한 것 같습니까.
일단 타고난 거...(청중 웃음)

그래도 꿈을 위해 노력한 순간이 있다면.
이건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처음 할리우드 가서 말도 안 통하는 사람과 영어로 연기를 해야 되지? 정말 무모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그 순간에는 그게 노력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기회거든요. 긴장감이 주어지면 그게 힘든 줄도 모르는 겁니다. 노력이라는 건 아, 나 지금부터 노력이다, 내일부터 노력이다, 그런 게 아니고 긴장감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되어버리고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아, 내가 어떻게 했지, 어떻게 지났지? 되돌려 생각해 볼 때 노력했구나 생각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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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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