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흥행 쓰나미의 주역 하지원
‘해운대’ 흥행 쓰나미의 주역 하지원
  • 이승우
  • 승인 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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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기다리듯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 이승우



[인터뷰365 이승우] 하지원은 악바리다. 데뷔 후 탄탄한 인기 가도를 달려온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치명적인 스캔들도 짧은 공백기도 없었던 치열했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원은 오랫동안 준비된 연기자다. 연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뒤 온몸을 랩으로 감싸고 체중을 뺐으며 주위와의 연락을 다 끊고 각종 스포츠를 배우는 데 온전히 시간을 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원이 또래의 여자연기자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기를 해내고 있는 것은 이같은 치열한 자기관리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계의 ‘엄친딸’인 하지원이 14번째로 출연한 영화가 ‘해운대’다. 한국 최초의 재난 영화라는 점과 설경구, 박중훈 등 중량급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눈길을 모은 이 영화는 개봉 이틀 만에 5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빅 히트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운대’에서 하지원은 억척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무허가 횟집 주인 ‘연희’를 연기했다.

변덕스러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주, 한적한 삼청동 한 카페에서 언제나 영화와 사랑에 빠져있는 하지원을 만났다.



먹고 싶은 건 먹는데도 살은 안찌는 스타일인가 보다.(하지원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한 컵 가득 핫초코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다. 운동 안 하면 바로 찌는 편이다. 핫초코는 강행된 스케줄 탓에 피부 트러블이 나서 피부과에서 여드름을 두 개나 짜고 왔더니 너무 아파서 그걸 잊으려고 마시는 거다.


‘해운대’를 찍으면서 겪은 스트레스만 하겠나.

하긴 그렇다.(웃음) 하지만 설경구 선배도 그렇고, 이 영화를 통해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나서 괜찮다.


같이 출연한 남자 배우들이 이서진, 강동원, 조인성, 임창정, 차태현등 유독 화려했지 않나. 설경구 씨는 직접 겪어보니 어떤가? 자상하고, 호흡이 잘 맞는다, 이런 식의 평범한 평가 말고.

너무 든든하고, 언제든지 달려와 해결해 줄 것 같은 동네 오빠 같다. 기존에 알려진 이야기말고 다른 걸 말한다면, 일단 영화를 너무 사랑하시고 영화만큼 술을 너무 사랑하신다는 거?(웃음) 아마 영화랑 술이 없으면 심심해서 죽을지도 모른다. 사실 직접 만나기 전까진 편할 거란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이 대할 때의 편안함을 완벽히 지니신 분이다. 자기주장을 많이 펼치고 연기에 대한 고집이 남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 말씀을 너무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 현장에서 내 이름을 줄여서 ‘하지! 하지!’ 부르곤 하셨는데, 그게 은근 귀여우셨다.


‘해운대’는 제작단계부터 워낙 CG에 대한 기대감과 소문이 많았던 영화였다.

사실 주연배우로서의 느낌보다 관객입장에서 더 설레는 영화다. 내가 연기한 부분에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CG가 입혀지면 어떤 느낌일까 너무 궁금했었다. 다행히 잘 나온 것 같다.(웃음)


배우로 데뷔하기 전에 주변 인간관계를 다 끊었고, 승마부터 검도, 수영, 골프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배웠다고 들었다.

정말 시작하기 전의 얘기다. 사실 그때는 친구들도 몇 년 동안 안 만나고 그 준비과정에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쳤던 것 같다. 일단 뭐든 배워야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잡을 수 잇다는 생각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했다. 조금이라도 나태해지면 ‘내가 이러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가 가겠지’라는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20대 초반에 그렇게 뭔가에 올인 하기란 쉽지 않은데.

성격 탓인 것 같다. 뭔가를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한다. 대신 두 가지를 동시에 하진 못한다.(웃음)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면 ‘하지원은 평범하고,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뉘앙스가 무척 강하다.

유독 그걸 강조한 이유는(웃음),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연예계라는 곳이 나랑은 잘 안 맞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 외에는 난 끼도 없고 놀 줄도 모른다. 그 당시 신인들은 모창도 해야 하고, 뭐든 막 나서서 해야 하고 그랬다. 난 그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버라이어티만 빼놓고 모두 섭렵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른 성공을 거뒀지 않나.

지금 생각해봐도 죽도록 열심히 하고, 원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한 것 같다. 나에겐 언제나넥스트(다음)가 있었다. 늘 다음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서 개인적인 삶보다는 드라마 속이나 영화 속 인물로 산 기억이 더 많다. 그런 게 더 재미있고. 또 워낙 내 일을 너무 좋아해서 ‘괜히 했다’란 후회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언제나 뭔가를 남겨두진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요만큼 남겨둬야지’ 라는 식은 전혀 없다. 지칠 때까지 다 써버린다. 내 좌우명이 ‘최선을 다하자’ 인데 정말 하나도 남겨두지 않고 덤벼든다. 물론 흥행 결과가 다소 안 좋더라도 후회는 없다. 연기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있지만.


그 욕심만큼이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 하지만 밖에 안 나가는 것 빼고는 특별히 관리하는 게 없다.(웃음) 내가 관리하는 게 없는데 그렇게 봐주시니까 감사하기도 하고, 배우가 자기 관리 못한다는 소리보다는 프로다워 보여서 좋지만, 그건 의도되지 않게 관리된 거라 살짝 찔리기도 한다.(웃음)

배우 하지원으로는 무척 행복하겠지만 누군가의 딸이자 누나로서의 전해림(본명)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겠다.

(잠시 생각하더니) 솔직히 말한다면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삶을 원하지는 않았나.

원하지 않았다.


왜?

나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하니까. 지금 이 인터뷰, 이 스케줄 말고는 관심이 없다.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긴 하지만 거길 향해서 계획을 하고, 거기에 다다르지 못한다고 실망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냥 그 순간들이 하나하나 모이면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겪고, 또 사랑 받는 것 같다.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는 어떤 아이였나.

조용한 아이인데 반 아이들을 이끄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반장을 했는데, 인기투표로됐다.(웃음)


조용한 리더십이라. 그냥 예뻐서 반장 된 건 아니고?

예쁘기보다는 책임감 있어 보이는 외모였다. 남자한테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한 반에 그런 여자애들이 한 명씩은 꼭 있지 않나. 그러다 고등학교 때는 조금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전학을 갔는데, 텃세랄까 그런 걸로 힘들었다. 사실 공부도 못했다. 그래서 그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면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그렇다면 연영과(단국대)에는 어떻게 진학하게 됐나.

중학교 다닐 때부터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무한테도 말 못한 비밀이었다. 나 같은 사람은 안 되는 줄 알았으니까. TV에 나오는 사람은 딴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고3때 기획사에서 전화가 왔다. 사진관에서 내 증명사진을 봤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한 달 동안 끊임없이 전화가 와서 어린 마음에도 이건 기회다 싶었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조건으로 연극영화과에 붙으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고3 막바지에 수능만 예체능으로 해서 보게 됐다.


실기는 어떻게 했나.

지금 생각해도 내가 연영과에 붙게 된 건 하늘의 뜻인 것 같다. 왜냐면 난 연기지도도 한번 받은 적이 없고, 학원도 다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기시험 날 주제가 주어지는데 때마침 옆에 안양예고 다니는 남학생이 있길래 내가 하는 것도 봐달라고 했더니, 잠깐 날 지도해 줬다. 그러고 나서 시험을 봤는데, 그 친구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다. 정말이지,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진짜 열심히 했다.


뭘 연기 했는지 기억하나?

마임을 했는데, 주제가 ‘돌고래가 된 나’였다. 시험 장소인 강당을 다 뛰어다니고 온갖 쇼를다 했다. 그런데 교수님이 “그만하고, 자네 연기 해본 적 있나?”라고 물으셨다. 그 말은 너무 잘했거나 못했거나 둘 중에 하나라, 솔직하게 안 해봤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붙었으니, 어떻게 학교생활을 열심히 안 할 수가 있겠나. 오디션마다 다 보러 다녔다.


오디션 결과는 어땠나.

엄청 떨어졌다.(웃음) 그래서 ‘공부하자, 배우자, 내 것으로 만들자’란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 뭔가를 준비하지도 않고 덜컥 캐스팅이 됐다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부족한 걸 너무 잘 아니까 하나라도 더 배우고 그랬던 것 같다.




하지원은 ‘예체능 배우’로도 유명’하다. 영화에 출연할 때마다 에어로빅(‘색즉시공’)부터, 복싱(‘1번가의 기적’), 피아노(‘바보’) 등을 배웠는데, 이번 ‘해운대’에서는 부산 사투리로 특히 고생했다고 들었다.

준비 기간부터 사투리 선생님이 먼저 말하고 내가 똑같이 따라하는 데도 매번 틀렸다고 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억양이 얼마나 미묘하게 틀린지(가슴을 쥐어짜며) 아주 미치겠더라. 도대체 뭐가 틀린지를 알아야지.


쓰나미가 덮친다는 설정이니 물과 싸우면서 동시에 사투리까지 신경 써야 해서 더 힘들었겠다.

‘해운대’의 90% 이상이 다 부산사람이었는데도 억양이 맞는지 아닌지를 두고 싸우기도 했다. 언제나 감독님의 결론이 맞는 걸로 촬영하긴 했지만.(웃음) 스트레스 진짜 많이 받았다. 설경구 선배님과 ‘차라리 액션 하는 게 낫지 않냐?’ 그러면서 서로 위로했다.


게다가 극중 맡은 연희는 고아에다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억척녀다.

연희는 아버지를 태국 쓰나미로 잃고, 돈은 없고, 한창 젊은 나이에 꾸미지도 못하고 항상 늘어진 티셔츠에 구멍난 앞치마를 두르고 힘들게 무허가 횟집을 꾸려나간다. 첫사랑 만식(설경구)과 결혼해서 살고 싶은데, 만식은 연희의 마음도 몰라주고 프러포즈도 안한다. 그렇다고 먼저 고백하기에는 자존심이 세고. 그런 상황이 연희라는 아이를 무뚝뚝하고 억세지게 만든 거다. 내가 객관적으로 봐도 굉장히 안된 캐릭터다.


예고편에 보면 배 위에서 프러포즈 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연희도 여자긴 여자인지라.(웃음) 또 갑자기 확 받아주면 그것도 재미없지 않나. 그러다 쓰나미가 오니까 더 불쌍한 거다.


사실 황당하다. 부산에 덮친 해운대라는 설정이... 그런데도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해운대에 쓰나미가 온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내용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다고 했기 때문에 대충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려니 생각했다. 자유의 여신상 넘어지고 다리 무너지는 것만 상상했는데, ‘무허가 횟집 연희(하지원)’ 이렇게 표지에 써있더라. 자연 재해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여자려니 했는데, 읽으면서도 ‘어? 이거 뭐지?’ 그랬다. 끝까지 쓰나미는 안나오더라. 그냥 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놀러 온 사람이랑 연희 같은 사람, 만식 같은 남자들의 사연이 들어있었다. 그 와중에 쓰나미가 오는 극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운대’의 주인공은 쓰나미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쓰나미가 극한 상황을 만들어주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해운대에 쓰나미가 올 확률은 제로지만, 한번은 들어봤고 몇번은 가봤던 곳에 쓰나미가 온다니까 그 공포감이 이루 말할 수 없더라.


실제 자신과 연희의 닮은 점이 있다면?

잘 기대지 않는다는 점? 그건 비슷한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한테 바라거나 내 대신 해주겠거니,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연희도 마찬가지다. 빌붙거나 도움을 바라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고 살아간다.


승승장구하는 모습만 대중에게 각인됐는데, 하지원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나.

커다란 슬럼프나 공백기는 없었다. 그건 다음 작품을 기다릴 때 정말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주춤할 때가 왜 없겠나. 단지 쉴 때도 그냥 마음 편히 풀어지지 않고 뭔가에 도전하며 익사이팅 하게 보내는 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요즘 도전하는 분야가 있다면.

일렉트릭 기타를 배우고 있다. 얼마 전 린제이 로한이 어느 영화에서 치는 걸 보고는 너무 섹시해서 반해버렸다.


연인을 기다리듯이 작품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해운대’를 남자라고 가정했을 때 어떤 연인일 것 같나.

한마디로 부산 사나이?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고, 하지만 표현은 잘 못하는 그런 남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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