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택조의 고백 <내 어머니는 인민배우 문정복>
양택조의 고백 <내 어머니는 인민배우 문정복>
  • 김두호
  • 승인 200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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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 함께 출연한 최불암의 연기를 압도하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출,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한때 최고의 인기 탤런트로 떠올랐던 양택조는 영화배우 출신이다. 그는 ‘라디오 스타’들이 연예계를 움직이던 1960년대 성우로 출발해 칠순을 눈앞에 두기까지 연극과 영화 출연 등 전천후 연기자로 활동해 왔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지, 멀쩡한 표정을 주걱턱으로 바꾸어가며 말더듬이 연기로 느지막에 얼굴과 이름이 히트한 것은 그의 인생에서 최대의 경사였다. 한때 CF 출연 등 인기스타로 호황을 누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가 암수술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건강을 회복한 뒤 몇 해 전부터는 연기활동을 줄이고 일산에서 대형 음식점을 경영하며 사업으로 재미를 찾고 있다.


양택조의 어머니가 ‘북으로 간 여배우’ 문정복이라는 이야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반공을 국시로 삼던 시절에는 그로인해 숨을 죽이고 쉬쉬하며 살아야 했다. 1980년대 중반 남북적십자회담이 평양에서 있었을 때 이른바 ‘인민배우’로 활동했던 문정복의 얼굴이 서울의 브라운관에 소개됐던 순간 그는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생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 충무로에서 만난 양택조에게 필자가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물은 적이 있다.


“일곱 살 때 헤어졌어요. 얼굴조차 잊어버렸지요. 궁금한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세월에 묻혀 그리움도 식었어요. TV에서 얼굴을 보는 순간 반가움이나 그리움보다 서운한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오르더군요.”


양택조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남몰래 만감이 교차하는 심경을 혼자 달랬다며 묻어 둔 사연을 들려주었다. 과거 MBC-TV가 <북으로 간 여배우>란 제목의 특집프로를 통해 소개된 일도 있지만 문정복은 문예봉과 함께 해방 전 대표적인 배우로 활동하다가 같이 북으로 넘어가 인민배우가 된 인물이다.



이만희감독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만추’의 여배우 문정숙은 바로 문정복의 동생이 된다. 문정숙은 양택조의 이모인 셈. 그러나 지금은 타계했지만 문정숙 생전에도 양택조는 어머니 집안과 따뜻한 정을 나누지 못하고 살았다. 어머니는 아주 어린 시절에 차가운 모습을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났고 남기고간 정도 없었다.


“서울 방산초등학교 1학년 때였죠. 수업중인데 누군가가 교문 밖에서 나를 찾는다고 전갈을 해왔어요. 나가보니 아무도 없더라구요.”


그의 어머니 문정복은 숨어서 아들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훔쳐본 뒤 사라졌다. 그의 할머니를 통해 전달받은 만화책 5권이 마지막 두고 간 어머니의 정이었고 손길이 닿은 선물이었다.


양택조의 아버지 양백명도 당대에 인기를 누린 연극배우였다. 그는 1965년에 타계한 아버지 슬하에서 외롭게 자랐다. 1.4후퇴 때 대구에서 3년간 피람생활을 한 것 외에는 용산중고교를 거쳐 한양공대를 다닐 때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았다. 23살 때 군복무를 끝내고 전공을 연극으로 바꾸어 드라마센터(현재의 서울예대)에 들어가면서 부모의 업을 이어받게 됐다.

그는 주로 조연을 맡았지만 출연 작품이 백 여편이 넘는다. 7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았지만 배우 어머니 그리고 같은 길을 걸었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평생 연기자로 보람과 긍지를 갖고 살아왔다. 그는 평생 수많은 배역의 연기를 하며 살았는데 정작 자신의 인생도 한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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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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