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여걸 ‘천추태후’ 천년 만에 부활시킨 신창석 감독
고려 여걸 ‘천추태후’ 천년 만에 부활시킨 신창석 감독
  • 서영석
  • 승인 2009.01.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정치인 기상을 통해 민족화합 메시지 전달” / 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2009년 새해는 고려 여걸이 당기는 활시위에서 시작됐다.

고려시대, 불같은 애국심을 지닌 여인 천추태후를 주인공으로 한 주말드라마 <천추태후>는 지난 3일 스펙터클한 액션 신으로 서막을 열었다.

조선이나 삼국시대에 비해서도 별로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고려. 그중에서도 고려 5대 경종의 세 번째 비이며 7대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드라마 <천추태후>를 이끌어가고 있는 수장은 신창석 감독이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여의도 KBS 별관, <천추태후> 본부는 스탭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벽에 붙은 <천추태후>의 홍보용 포스터에 있는 주인공 채시라가 장군의상을 입고 활을 쏘는 모습, 그리고 ‘나의 고려가 대제국이 되는 그날을 나는 꿈을 꾼다’라는 헤드 카피가 필자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고려의 기상을 되살아나게 한다.

천년 만에 드라마로 부활하는 천추태후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한 것은 필자를 비롯한 시청자들이고, 어떻게 그릴지 밤잠 못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이는 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다.

편집에 여념이 없는 신 감독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누추한 방으로 모셔 죄송합니다.

 

엄청난 드라마의 총감독으로서 중압감이 클 텐데요?

중압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자신 있습니다. 난 우리 배우들과 스탭진을 믿고 나 또한 혼신의 노력을 경주할 터니, 최선의 노력은 좋은 작품의 탄생이라는 등식을 믿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PD가 되길 꿈꾸셨나요?

(머쓱해 하며) 솔직히 대학시절까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막연히 어린 시절 영화를 유난히 좋아했고 학창시절 삼류영화관에서 제법 시간을 버렸죠. 아마 그 당시 엄청난 유행을 했던 ‘이소룡 키드’라면 적당한 표현인지 모르겠어요. 1991년 공채로 입사해 처음 PD란 작업에 매료 되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입사 전까지 PD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어요.

 

간략하게 자신 소개를 부탁하겠습니다.

대구의 변두리, 전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지금은 그야말로 불야성의 화려한 도시로 탈바꿈을 했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전원 그 자체였어요. 그 시절 전원풍경이 지금의 드라마 연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방송국 입사 후 거의 20년이 되가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왔어요.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를 시작으로, 김재형감독의 <서궁>, 윤석호 PD의 <초대> 등 조연출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수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뚜렷한 내 작품 세계의 구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항상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정식 감독으로 첫 메가폰을 잡은 작품은?

2000년 단막극으로 데뷔를 했어요. 김상경씨가 주연했던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하는가?> 였어요. 당시 강남을 휩쓸었던 벤처의 열풍을 풍자하며 영화 <프리티 우먼>을 연상케 하는 코믹물이었죠. 백만장자가 결혼 상대자를 공개구혼하자 여성들이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위해 떼로 몰려온다는 줄거리로 시대를 잘 풍자했다는 선배들의 칭찬을 받았습니다.

 

<천추태후>는 작품의 규모가 상당한데 특징을 들라면?

<태조 왕건> <용의 눈물> 등 KBS만의 특장점인 거대한 블록버스터란 점이죠. 또 여성이 운명을 개척한다는 드라마로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에서 비춰졌던 여성들에 비해 상당히 다른 각도에서 연구를 했어요. 장희빈, 장녹수 등 조선 시대 여인들이 왕을 치마폭에 안고 사랑싸움을 벌였다면 천추태후는 스스로 자신과 국가의 운명을 개척한 여인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정치적 근간에서 유교적 색채가 짙어 여성들의 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았지만 3국 시대, 특히 고려 때에는 여성들이 현대의 여성에 비해 결코 밑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쩌면 더 자유분방하고 호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출연진 또한 한국에서 나름대로 연기를 한다는 배우들은 다 모았어요. 문자 그대로 초호화 캐스팅입니다.

 

이 작품의 내용적 특징은 뭐라 할 수 있나요?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한 우리에게 조상의 위대한 모습을 통해 자긍심을 부여했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입니다. 고려 초기 영웅의 고뇌, 특히 여성영웅으로서 논란이 많았던 천추태후를 재조명하여 사대사관에 의해 역사적 평가가 폄하된 천추태후의 기상을 되살리고 싶습니다. 명성황후처럼 나라를 말아먹고 요부, 음녀, 탕녀로 대표되어지는 사대적 식민사관이 아닌 새 시대 민족사관에서 재조명하려는 데 있습니다.

 

 

 

 

PD로서의 자신만의 장점을 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앞서 시골 출신이라 했듯이 어린 시절의 감성이 드라마에 녹아들어간다 할까요? 또 당대 최고라는 감독님들의 밑에서 조연출 수업을 해서 그분들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았어요. 사극의 대표이신 <용의 눈물>의 김재형 감독님에게는 웅장한 스케일을, TV문학관의 김홍종 감독님에게는 예술성을, <겨울연가>의 윤석호 감독님에게는 디테일을 배워서 내 작품에 하나로 용해시키려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아직은 그런 말하기가 시기상조라는 생각입니다. 먼 훗날에 뒤돌아볼 날이 있으면 그때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드라마를 만들면서 감독으로서의 의도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여성정치인의 기상을 통해 민족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합니다. 거대한 청나라를 일으켰던 여진과 망해 버린 발해 유민을 포용한 천추태후의 기상에서 오늘날 북한의 붕괴에 대한 우리의 대비책을 고민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하고요. 이북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면 아찔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아 지금 우리는 국제적으로 미래의 다민족 국가에 대한 전혀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들을 껴안을 수 있는 열린 정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봅니다.

 

PD라는 직업의 매력을 든다면?

질문에 좀 생뚱맞지만 가장 고독한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 고독한 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고 여겨집니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위치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나 야구의 감독직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매력은 누가 뭐라 해도 창작자의 고뇌에서 오는 희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체의 화음의 조화를 이끌어 대중에게 어필하는 작업의 선두에서 고생 그 이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 취향은?

시골 출신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촌놈시리즈가 편합니다. <산 너머 산촌에는> <황금 사과> 등 농촌드라마가 연출하기가 마음 편합니다. 소수 마니아들을 위한 작품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너무 대중적 인기에 치중하다보면 예술과는 멀어진다는 개인적 아쉬움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정서 자체가 고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도시인들의 잊혀진 꿈이 농촌 아닌가, 도시의 화려한 그림에 비해 소박한 전원의 풍경은 삭막한 현대도시민들에 푸근한 안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칠판에 보이는 문구-‘출연료 인상 절대불가, 인상 요구자 무조건 탈락’-가 참 재미있는데 경고용인가요?

배우들의 개런티 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입니다. 매스컴에서는 한류라고 난리들을 치는데 개인적 생각으로는 거품이 아닌가 합니다. 중류나 일류에 비하면 우리의 한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배우들이 매스컴의 장난에 자아도취에 빠진 꼴이 되었어요. 물론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 부여도 가능은 하겠지만 대중성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요. 벼락부자 근성을 닮았다고 해야 하나? 미니시리즈 총제작비가 1억 2천 정도인데 괜찮은 배우 한 명 쓰려면 당연 제작비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요. 거의 모든 배우들이나 스탭들의 소외를 감수하기에는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연기력이 출중한 중견 연기자들이 한 명의 주인공으로 인해 무대를 잃어버리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라면?

솔직히 불안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KBS가 지금껏 쌓아온 사극드라마의 위상에 결코 손상을 입히지는 않을 겁니다. <용의 눈물>부터의 저력을 계속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서영석
서영석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