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죽음, 연주, 이별 (16)
‘타이타닉’ 죽음, 연주, 이별 (16)
  • 김다인
  • 승인 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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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살려고 뛰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타이타닉의 설계를 맡은 앤드류는 자신의 구명조끼를 로즈에게 주고 선실의 시계에 자신의 시계를 맞춰 놓는다. 구명조끼를 거절한 선장은 조종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조종간을 잡고 선다. 하인을 거느린 백작은 “마지막까지 신사로 죽고 싶다”며 “술이나 한잔 달라”고 한다. 연주자들은 찬송가를 연주한다. 찬송가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노인 부부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다. 아이 둘을 침대에 눕힌 엄마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사는’ 동화를 들려준다. 호화로운 요리를 차려내던 식탁 위의 식기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고 발레리나를 그린 드가의 그림이 물 속에서 유영한다. 마침내 세찬 물줄기가 이들을 차례로 덮친다.



생각포인트

=20세기의 새로운 예술사조

타이타닉호가 가라앉으면서 사람의 생명만 휩쓸어간 것이 아니다. 영화에는 여러 가지 암시가 내재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드가의 그림이 물에 잠기는 장면이다. 손을 우아하게 뻗은 발레리나의 그림이 마치 헤엄치듯 떠내려간다. 드가는 모네와 더불어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다. 하지만 야외에서 햇빛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아래 있는 인물들을 그려온 모네(1840-1926)와는 달리 드가는 아틀리에 안에서 주로 그림을 그렸다. 그가 즐겨 그린 것은 사람들의 순간동작, 그중에서도 발레리나를 많이 그렸다.

20세기 초는 사진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회화에도 영향을 준 시기다. 세밀하게 그대로 그리는 것은 사진 이상일 수 없기 때문에 화가들은 색다른 기법을 발전시켜야 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미술사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드가의 그림이 물속에 잠기는 것은 19세기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사조가 등장하는 것을 암시한다. 중세기의 귀족 중심 예술에서 벗어나 예술가 자체가 힘이 되는 현대 예술의 시기를 맞는 것이다.



tip

=실제인물들

*억만장자 벤자민 구겐하임

잭이 칼의 초대를 받아 저녁 만찬에 갔을 때 몰리가 일등실 거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철강산업으로 억만장자가 됐으며 처가 아닌 애인과 탑승했다고 소개된 인물. 배가 침몰하게 되자 보트 탑승을 거부하고 술이나 한잔 가져다 달라고 한다. 실제로 구겐하임은 스위스 태생으로 철강업으로 갑부가 됐으며 타이타닉에 애인과 동승했다. 배가 빙산에 부딪히자 애인과 하인 등은 구명보트에 태운 후 자신은 구명보트 탑승은 물론 구명조끼도 거절하고 “신사로서 죽겠다”며 예복을 차려입고 배와 운명을 함께 했다고 한다.

*동반 침몰 스트라우스 부부

하틀리의 연주단이 찬송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침대에 누워 타이타닉과 운명을 함께 하려는 노부부 장면은 인상적이다. 실제로 이 노부부는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의 소유주 부부로 생전에도 금슬이 좋아 구명보트에 타라는 권유를 뿌리친 부인이 남편과 함께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하틀리

영화에서 타이타닉호의 마지막을 음악으로 달래주던 바이올리니스트 하틀리는 실제로도 최후 순간까지 8인조 악단을 이끌며 연주했다. 1876년생으로 타이타닉 이전에도 70여척의 선박에서 연주를 맡아온 경력이 있다. 하틀리가 배와 운명을 함께 한 후 고향인 영국 콜른에는 하틀리의 영웅적인 행동을 기리기 위해 동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스터디 <왕의 남자>에 이어 이번에는 <타이타닉>을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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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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